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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의 어원 이제 이 지겨운 여름 더위, 장마, 태풍을 다 떨쳐버리고 가을로 냉큼 건너가고 싶은 여름의 끝자락이다. 이 힘든 여름더위를 잊기 위해서라도 가을의 서늘함과 풍성함을 떠올리는 것은 어쩜 나름 더위를 이기는 한 방법일 듯 하다. 가을하면 당연히 추석이고 추석하면 으레 송편이 아닐까한다. ‘송편’은 추석에 빚어 먹는 명절 떡이다. 우리가 이 떡을 언제부터 먹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려시대부터 대중적으로 만들어 먹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송편’이라는 말은 18세기 문헌에 와서야 ‘숑편’(역어유해보(譯語類解補) 30 (1775))으로 보인다. ‘숑편’의 ‘숑’은 한자 ‘松(송)’인 것이 분명하다. ‘松(송)’의 당시 한자음이 ‘숑’이었으며, 무엇보다 떡을 찔 때 ‘솔잎’을 밑에 깔기 때문이다. ‘송병.. 2023. 8. 11.
한가위의 어원 : 음력 8월 15일인 이유 "더도 말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1년 4게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음력 8월은 수확과 풍요의 달이다. 그래서 옛부터 설날보다 추석이 더 풍성하고 풍요롭고 그래서 생긴 말이지 않나 싶다. 음력 8월에서도 그 중간인 15일(한가위)이 풍성함과 넉넉함의 최고 정점일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조상네들은 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날만 같기를 고대하지 않았나 싶다. '한가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오래된 명절이다. 에 신라의 여성들이 두 패로 나뉘어 길쌈 내기를 한 뒤, 진 편은 이긴 편에게 음식으로 사레하고 모두 함께 어울려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를 즐겼는데, 이를 '가배(가배)'라 했다는 기록이 나오니 적어도 신라시대에는 이미 놀이 축제로 자리잡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 본다. '가배(가배)'는 .. 2023. 8. 11.
오지랖의 어원 : 겉옷 앞자락 "참 오지랖도 넓네" 누군가가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면 어떻겠는가? 그냥 성격자체가 무던한 사람은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불쾌하고 울컥하는 느낌에 대거리를 시작하지 않을가 싶다. 왜냐하면 '오지랖이 넓다'라는 말 속에는 그 본래의 뜻과 함께 상대를 약간 무시하고 빈정대는 마음뽀가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오지랖만 떼어놓고 분석해 보면 그리 기분 나쁠 것은 없지 않나 싶다. '오지랖'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일컫는 한복 용어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복 용어로서의 오지랖은 신소설 에 '오집압'으로 처음 등장한다. 당시 조선의 최고 천재인 육당 최남선(1890~1957)이 지은 시조 에는 '오질압ㅎ'의 '압ㅎ'은 '앞'의 종성 'ㅍ'을 'ㅂ'.. 2023. 8. 11.
어깃장의 어원 : 문짝에 어긋나게 붙인 막대기 요즘은 흔히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통 가옥의 부엌문이나 광문 등에는 대각선 형태로 덧댄 띳장이 있다. 문짝이 비틀어지거나 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붙인 나뭇조각인데 이를 '어깃장'이라고 한다. 문짝에 어깃장을 부착하는 일을 '어깃장을 놓다' 또는 '어깃장을 치다'라고 한다. 어깃장은 전통 가옥의 건축 용어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쓰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옛 문헌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특이하게도 20세기 초의 이나 , 등에도 수록되어 있지는 않다. 어깃장은 띳장(널빤지로 만든 울타리나 문 따위에 가로로 대는 띠 모양의 나무)'라는 단어를 고려하면 '어기'와 '장' 사이에 사이시옷이 개재된 형태로 분석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여기서의 '어기'는 명사로 보기 어렵고 동사 '어기다'의 어간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2023. 8. 11.
안성맞춤의 어원 : 안성 장인에게 맞춘 놋그릇만 쓴다 올해(2023년) 경기도 안성에 다시 입성했다. 경기도 안성하면 유기(유기)가 으뜸이다. 안성에 가서 유기를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지역의 특산물이 유행할 때면 늘 1순위로 꼽는 것이 바로 안성이 유명한 유기 생산지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전주하면 한지와 비빔밥, 천안하면 천안삼거리와 호두과자, 광주하면 떡갈비, 대전하면 칼국수. 지금도 안성에서는 몇몇 유명 장인(장人)들이 명품 유기를 만들며 전통을 잇고 있다고 한다. 유기는 '놋쇠로 만든 그릇'이어서 보통 '놋그릇'이라 한다. 놋그릇이니 누런색을 띠고 또 무겁고 단단하다. 유기를 '유기그릇'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유기에 '기(器)'와 의미가 같은 고유어 '그릇'을 덧붙인 동의 중복 형태다. '유기'에 대한 '유기그릇'은 '산채'에 대한 '산채나물', .. 2023. 8. 11.
썰매의 어원 : 눈 위를 달리는 말 8월의 한창 진행 중이다보니 영하의 날씨를 샘내며 날짜를 꼽아보곤 한다. 이제 곧 겨울이 시작된다. 겨울 하면 생각나는 것들 중 뺄 수 없는 건 '눈'이다. 눈을 이용한 스포츠인 스키와 눈썰매도 하나둘 열리고 있는 스키장에서 즐길 수 있다. 그런데 국어사전을 뒤지다 보면 생각 못했던 부분이 하나 나온다. 썰매의 원래 말이 따로 등장하는 게 그것인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설마'를 찾으면 2개가 나옵니다. 두 번째 것에는 '썰매의 원말'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어 '설마→썰매'가 됐다는 겁니다. 한자로는 雪馬. '눈에서 달리는 말' 정도의 뜻이 되겠죠. 사실 위 설명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썰매가 원래 있던 말이고 이것을 한자로 적다 보니 '설마'라고 붙였을 것이다. 의견의 차이를 떠나 썰매를 눈 위의.. 2023. 8. 10.
쌈짓돈의 어원 우리 속담 중에 ‘쌈짓돈이 주머닛돈’이라는 게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한복에는 원래 주머니가 없어 오늘날 지갑과 같은 쌈지에 돈을 담아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 그 쌈지는 유럽처럼 주로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한참 동서를 넘나들며 어원을 풀다 보니 나랏돈이나, 주머닛돈이나 쌈짓돈이나 어원이 한 통속이 돼버리는 것 같아 신기하고 재밌다. 짧게나마 공직을 맡아 보니 굳이 ‘목민심서’나 ‘김영란법’을 들추지 않더라도 국민의 혈세로 충당하는 예산을 얼마나 꼼꼼하게 편성하고 쓰임새 있게 사용해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아울러 이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공직자들의 자세는 또 얼마나 엄중하고 청렴해야 하는지도 재삼 절감하게 된다. 저성장과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은 무거운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싶어한다. 왜 그렇게 내고.. 2023. 8. 10.
제주도 삼승할망 본풀이 옛날 옛적 동해 용왕에게 딸이 하나 있었다. 용왕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자식이 없자, 옥황상제께 빌고 빌어서 얻은 귀한 자식이다. 그러나 너무 귀엽게만 키운 나머지 버릇없는 자식이 돼버렸다. 한 살 때는 어머니 젖가슴을 때린 죄, 두 살 때는 아버지 수염을 뽑은 죄, 세 살 때는 곡식을 흩트린 죄, 네 살 때는 조상에게 불경한 죄, 다섯 살 때는 친족들과 불화한 죄.... 해가 갈수록 죄상이 늘어나니 동해 용왕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게 되었다. 차마 딸을 죽일 수 없었던 용왕은 무쇠 상자에 담아 바다에 띄워버리기로 했다. "어머니, 나 홀로 인간 세상에 나가 어찌 살란 말입니까?" "인간 세상에는 아기를 낳게 하고 길러주는 삼신할미가 없으니, 가서 삼신할미가 되어라." 이어 용왕 부인은 아기를 잉태.. 2023.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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