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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오지랖의 어원 : 겉옷 앞자락

by 61녹산 2023.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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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 VS 오지랖
앞길 VS 오지랖

 

 

"참 오지랖도 넓네"

 

누군가가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면 어떻겠는가? 그냥 성격자체가 무던한 사람은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불쾌하고 울컥하는 느낌에 대거리를 시작하지 않을가 싶다. 왜냐하면 '오지랖이 넓다'라는 말 속에는 그 본래의 뜻과 함께 상대를 약간 무시하고 빈정대는 마음뽀가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오지랖만 떼어놓고 분석해 보면 그리 기분 나쁠 것은 없지 않나 싶다. '오지랖'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일컫는 한복 용어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복 용어로서의 오지랖은 신소설 <은세계 1908년>에 '오집압'으로 처음 등장한다. 당시 조선의 최고 천재인 육당 최남선(1890~1957)이 지은 시조 <웅진에서 1926>에는 '오질압ㅎ'의 '압ㅎ'은 '앞'의 종성 'ㅍ'을 'ㅂ'과 'ㅎ'으로 재구조화 해 나누어 표기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오질압ㅎ'은 1930년대 이후 문헌에는 '오질앞, 오지랖' 등의 방식으로 표기되어 쓰인다.

 

 

오지랖이 넓다
오지랖이 넓다

 

 

<큰사전 1957>에는 '오지랖'이 표준어로 떡 하니 올라 있으며, '옷질앞'이 그 비표준어로 대응되어 제시되어 있다. 1930년대 문헌에 나오는 '오질앞, 오지랖'은 여기서 비표준어로 제시한 '옷질앞' 관련된 어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옷잘앞'으로 수급하지 않나 싶다. '옷잘앞'이 한때 치음이었던 'ㅈ'앞에서 'ㅅ'이 탈락하여 '오잘앞'으로 변하고, 오잘앞이 2음절 이하에서는 '아래아'가 '으'로 변하여 '오즐앞'을 거쳐 '오질앞' 그리고 연음하여 '오지랖'으로 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옷잘앞 > 오잘앞 > 오즐앞 > 오질앞 > 오지랖)

 

'옷잘앞'의 옷을 '의(衣)', '앞'은 '전(前)'의 뜻으로 확정 짓고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리고 '잘'은 중세국어 '오자락(옷자락)'의 '자락(잘 + -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잘'로 '자락'의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옷잘앞', 곧 '오지랖'은 '옷자락의 앞'이라는 뜻이 완성된다. 최남선의 어휘풀이와 일치하여 새샘 그의 날카로운 천재성을 질시의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한복 상의에서 '오지랖'은 안이 보이지 않도록 여밀 수 있는 폭이면 그만이다. 이것이 넓으면 안에 있는 다른 자락을 지나치게 많이 덮게 되어버린다. 이런 경우를 '오지랖이 넓다'고 한다. '오지랖'이 넓어 다른 자락을 덮게 되는 것은 마치 자기 영역을 넘어 남의 영역을 침범하여 간섭하는 모양새가 된다다. 그리하여 자기 일이 아닌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는 것을 빗대어 '오지랖이 넓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오지랖이 넓다가 제3의 의미를 얻어 관용구가 된 것이다.

 

'오지랖'은 오지랖이 넓다가 지니는 관용구적 의미를 통해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함이라는 의미로 굳어져 사용하고 있다. 

 

"그 오지랖 하고는, 참!"

 

여기에 쓰인 오지랖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오지랖이 넓다'는 말은 남의 일에 주제 넘게 간섭하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일 저일 참견을 많이 하는 사람한테 이런표현을 자주 쓰곤 합니다. '넌 젊은 애가 무슨 오지랖이 그렇게 넓어서 여기저기 안 가는 데 없이 다 돌아다니니?' 그런데 '오지랖이 넓다'는 표현은 자주 쓰면서도 정작 '오지랖'이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이 간혹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오지랖'에서 마지막 글자가 '라'밑에 'ㅂ'받침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은 '라'밑에 'ㅂ'받침이 아니라 'ㅍ'받침이 맞습니다. 따라서 발음도 역시 [오지라비 널따]가 아니라[오지라피 널따]로 해야 올바른 발음이다.

 

한편, 요즘 <코미디빅리그>의 새 코너 ‘오지라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오지라퍼’는 이국주씨와 이상준씨의 남다른 입심 대결이 돋보이는 개그 코너의 제목이다. ‘오지라퍼’는 2007년 무렵 ‘오지랖’에 영어권에서 사람을 뜻하는 접사 ‘er’를 붙여 만든 신조어로,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말에서 ‘오지랖이 넓은 사람’에 해당하는 적절한 단어를 찾기 힘들어 ‘오지라퍼’란 신조어가 생긴 것 같다. 어쩌면 국어사전엔 없지만 ‘간섭쟁이’ ‘참견쟁이’가 우리말과 외래어를 억지로 결합시켜 만든 ‘오지라퍼’의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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