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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의 어원 : 푹푹찌니 무더위지 모 방송사의 퀴즈 프로그램에서 '무더위'의 어원을 다룬 적이 있었다. (1) 무진장 더워서 (2) 습기가 많은 물더위라서 중에서 정답을 고르는 방식이었던 것 같은데, 후자를 답으로 했다. 아마도 국어학계의 의견을 따라 '물더위' 설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더위 설은 무더위가 습기를 듬뿍 담고 있는 더위라는 점, 치경음(齒硬音) 'ㄷ' 앞에서 'ㄹ'이 탈락하는 규칙에 따라 물더위가 무더위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물더위 설은 무엇보다 무더위가 명사 물더위에서 변형된 것이 아니라 형용사 무덥다에서 파생된 명사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 의심스럽다. '무더위'는 무덥다의 어간 '무덥-'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의'가 결합된 '무더븨(ㅂ순경음)'가 '무더뷔(ㅂ순.. 2023. 8. 12.
메아리의 어원 ‘메아리’의 대표적인 소리는 아마 ‘야호!’일 것이다. 산에 올라 지르는 ‘야호!’ 소리에 부딪쳐 되울려 오는 ‘야호!’ 소리를 ‘메아리 소리’라고 하고, 그렇게 되돌아오는 것을 ‘메아리친다’고 표현한다. ‘메아리’의 배경이 산이기 때문에 ‘메아리’의 ‘메’가 ‘산’의 옛말인 ‘뫼’에서 왔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메아리’는 ‘뫼아리’로부터 변화한 형태라는 것쯤은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뫼아리’의 옛형태가 ‘뫼아(아래아)리’라는 사실도 꽤나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뫼아(아래아)리’가 ‘뫼아리’가 되고 이 ‘뫼아리’가 오늘날의 ‘메아리’가 되었다는 사실(뫼아리>메아리)은 잘 알려져 있지만, 문제는 이들에 대한 해석이다. 어떤 어원사전에는 15세기 문헌에 나타나는 ‘뫼리’의.. 2023. 8. 12.
나이의 어원 : 주격형이 명사로 ‘나이’는 주로 ‘나이가 몇이다, 나이가 몇 살이다’ 등으로 쓰이지만, ‘나이를 먹다, 나이가 들다, 나이가 차다, 나이가 어리다, 나이 젊다, 나이가 지긋하다, 나이가 아깝다’ 등으로도 쓰인다. ‘나이’가 “세상에 ‘나서’ 살아온 햇수”란 뜻이니까 ‘나이’를 ‘나- + -이’로 분석하고 ‘나-’를 세상에 ‘나다’의 어간 ‘나-’로, 그리고 ‘-이’는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로 해석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마치 ‘먹이’가 동사 어간 ‘먹-’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만들어졌듯이 말이다. 그 분석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 추정은 맞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이’의 어원은 무엇일까? 어느 어원사전에는 ‘나이’는 ‘날이’가 변화한 것인데, 그 고형(古形)은 ‘나리’가 되며 어근은 ‘날’로 ‘해’란 뜻.. 2023. 8. 12.
까치놀의 어원 : 노을이 아니라 파도 인도양 지진해일로 십수만명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파도는 평시에는 바다의 서정 그 자체로 불릴 만큼 낭만적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화가 나게 되면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한자는 파도에 대해 해일, 파랑, 해소 정도로 구분해 놓고 있다. 이중 ‘해소’라는 표현이 무척 재미있는데 해소의 뒷말 ‘소’ 자는 ‘꾸짖을 嘯’(소) 자로 직역하면 ‘바다가 꾸짖는 현상’ 정도가 된다고 할까? 해일과 같은 말이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파도내지 바다의 물결을 훨씬 세분해서 불렀다. 특히 어떤 단어는 어부들을 의심할 만큼 시적인 표현을 띄고 있다. 까치놀, 뉘누리, 물갈기, 물머리, 멀기, 물금, 메밀꽃. 언뜻보면 이들 단어에서는 파도의 느낌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자를 하나도 쓰.. 2023. 8. 12.
곰팡이의 어원 : 곰이 피다 우리는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하며 크게 신뢰하고 의지한 지가 얼마되지 않는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래 노무현의 참여정부 시절에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기 전까지는 정말 경찰이 아니라 견찰이고 친일 쪽바리 경찰이 전신이었기에 더욱 나쁜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 경찰의 출발이 친일파 앞잡이었기 부패와 비리에 연루되어 국민들에게 큰 실망만을 안겨주는 경찰이 예나 지금이나 쓰레기 처리가 아직 안되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의 곰팡이라고 힐난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연유한 것이다. 민중의 곰팡이라, 경찰이 해로운 곰팡이와 같은 존재라니 다소 과격하고 모욕적이기까지 할 터이다. 다만 말 만들기의 수법에서만큼 고차원적이어서 놀랍다. 지팡이와 어형이 유사.. 2023. 8. 12.
고드름의 어원 : 곧게 뻗은 곧 얼음 vs 뾰족한 곶얼음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아요. 한겨울, 지붕에 쌓인 눈은 햇볕이 좋으면 녹기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기온이 어는점(빙점) 이하로 내려가면 지붕에서 떨어지던 물이 꽁꽁 얼어붙어 뾰족한 막대기 모양의 얼음이 된다. 곧 고드름이 달리는 것이다. 그런 과학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인류가 만든 집의 역사와 줄곧 함께 했을 고드름이라는 말은 아쉽게도 중세국어 문헌에는 발견되지 않는다. 17세기 문헌에서야 '곳얼음' 또는 '곳어름'으로 등장한다. 18세기 이후 문헌에는 주로 '곳어름'으로 나온다. '곳어름'이 '곧얼음'으로 표기된 뒤에 제2음절의 '어'가 '으'로 변한 어형이 고드름이다. '어험'이 '어흠'을 거쳐 '어음'으로 변하고, '처엄'이 '처음'으로 변.. 2023. 8. 12.
가마솥더위의 어원 : 한번 달궈지면 열기가 후끈한 가마솥 그냥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무더위의 연속이다. 한마디로 올여름, 꺾일 줄 모르는 더위의 기세가 무섭다. 흔히 더위를 나타내는 말로 ‘불볕더위'와 ‘가마솥더위'가 있다. “앞으로는 현재와 같이 높은 기온에 습기까지 더해져 당분간은 불볕더위보다는 가마솥더위가 몹시 괴롭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위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두 표현은 말 그대로 큰 차이가 있다. ‘불볕더위’의 경우 글자 그대로 볕이 무척 뜨거운 느낌을 주는 더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더위는 습도가 낮기 때문에 그늘에 들어가면 어느 정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가마솥더위’의 경우에는 습도가 높기 때문에 하늘이 잔뜩 흐려 햇볕이 뜨겁지 않아도 그야말로 땀이 줄줄 흐르는 후텁지근한 느낌을 준다. 일반적으로 한 여름 무더위라고 .. 2023. 8. 12.
판문점(板門店)의 어원자료 : 널문다리 통일이 되는 줄로만 알았다. 드디어 대전에서 통일호타고 북한의 개마고원으로 가서 캠핑하는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실현할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2018년 미국과 북한의 정상 회담 장소로 '판문점(板門店)'이 거론되면서 한동안 이곳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아울러 판문점이라는 지명도 덩달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판문점이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만 나돌 뿐 명쾌한 학문적 연구가 아직까지 없다. 6·25전쟁 때 1951년 10월부터 1953년 7월까지 유엔군과 공산군 간에 휴전회담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역사문헌에 의하면 판문점일대는 고려시대 송림현(松林縣)지역이었던 곳으로 조선 태종대에 장단군(長66-00}})에 편입되었으며, 송림현의 남쪽이라는 뜻으로 송남면(松南面)으.. 202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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