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예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다는 뜻으로 말하는 표현이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별안간, 문득' 같은 표현들로 이 낱말들은 어느 상황에서든지 서로 대치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득 소리가 들렸다."
와 같은 문장을 문학 작품에서 여러 번 본 적이 있는데 이 문장이 자연스럽게 보일까? 사전에서 '문득'이라는 말을 찾아 보면,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갑자기 떠오르는 모양'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문득'이라는 말은 머리 속의 일이나 느낌에 대해서 쓰는 표현이다.
반면에 '갑자기'라는 말은 머리속의 일이나 세상의 일에 구분 없이 두루 쓰인다. 그러므로 '문득 소리가 들렸다.'와 같은 문장은 '문득'이 올바로 사용된 예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는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고 해야 맞는 맞는 표현이 된다.
'문득'의 두 번째 글자는 '득'이라고 써서 이 단어는 [문득]이라고 예사소리로 발음되는데, 이것의 센말로 '문뜩'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 이 경우에는 두 번째 글자를 '뜩'을 쓰고 발음도 [문뜩]이라고 된소리로 한다. 그리고 '문득문득'이나 '문뜩문뜩'처럼 같은 단어를 두 번 붙여서 말할 때도 있는데, 이 경우는 일회성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자꾸 그런 생각이나 느낌이 든다는 것을 나타낼 때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갑작스럽고 아주 짧은 순간에 대해 ‘별안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가령
“별안간 일어난 일이라 영문을 모르겠다.”
정도가 된다. ‘별안간’, 어디서 온 말일까? 언뜻보면 한자가 섞여 있는 것 같지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이중 맨뒷말 ‘간’ 자만 보면 한자식 표현으로 여겨진다. 한자중에 시간과 관계된 것으로 ‘사이 間’(간) 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앞말 ‘별안’에서는 시간적인 의미가 잘 읽혀지지 않고 있다. 순우리말중에 시간과 관계된 단어중에 별안이 없기 때문이다. 의외지만 오늘 문제를 풀려면 ‘순식간’, ‘찰나’ 등의 단어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순식간’은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에서 온 표현이다. 국어사전을 펴면 ‘눈 깜빡일 瞬’(순), ‘숨쉴 息’(식), ‘사이 間’ 자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순식간’은 ‘눈을 깜빡이고 잠깐 숨을 쉴 정도의 짧은 시간’이라는 뜻이다.
‘찰나’도 불교식 한자이다. 사전을 펴면 ‘불교에서 지극히 짧은 시간을 일컫는 말로, 탄지(彈指)의 10분의 1 시간’이라는 설명구를 만날 수 있다. ‘彈’ 자는 흔히 ‘탄알 탄’ 자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튕기다’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指’ 자도 손가락이라는 훈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손톱의 뜻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찰나’는 ‘순톱을 튕기는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이 된다. 이것의 반대어는 익히 알고 있는 ‘劫’(겁)이다.
바로 오늘 문제 ‘별안간’도 위 순식간, 찰나 등과 같은 구조를 지닌 단어로, 한자에서 온 표현이다. 국어사전을 펴면 ‘언뜻 볼 瞥’(별), ‘눈 眼’(안), ‘사이 間’(간) 자를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별안간’은 ‘눈으로 언뜻 쳐다 볼 정도의 짧은 시간’이라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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