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나 형용사를 관형사형으로 만든 뒤에 붙이는 '체'는 '척'과 함께 '거짓으로 꾸미는 태도임'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다. '아픈 체/척, 못 들은 체/척, 기쁜 체/척, 자는 체/척'처럼 쓰이는 것이다. 이 '체'에 접미사 '-하다'가 붙으면 보조 용언이 된다. '아픈 체하다/척하다, 못 들은 체하다/척하다, 기쁜 체하다/척하다, 자는 체하다/척하다'처럼 쓰인다.
그런데 이와 거의 비슷한 형태로 쓰이는 '채'가 있어서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채'는 '무엇을 하는 그대로의 상태'의 뜻을 나타내는 의존 명사이다. '산 채로 잡는다, 앉은 채로 잔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출발했다,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한다.'처럼 쓰인다. '체'와 '채' 앞에는 동사나 형용사의 관형사형(ㄴ/ㄹ)이 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관형사형 뒤에 '체'를 쓸 것인지 '채'를 쓸 것인지 헷갈리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두 의존 명사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체'는 안 그러는데도 그러는 듯이 꾸밈을 나타내고, '채'는 그런 상태 그대로를 나타낸다. 따라서 그 뒤에 오는 조사가 서로 다르다. '체/척' 뒤에는 보조사 '는/은'이나 '만/도' 등이 오거나 목적격 조사 '를/을'이 온다. '아픈 체는/체만/체를 하지 마라.' 또는 '들은 척은/척만/척도/척을 해라'처럼 보조사와 목적격 조사가 쓰인다. 이에 비해 '채' 뒤에는 부사격 조사 '로'가 온다. '채' 뒤에 부사격 조사가 생략될 수는 있으나 다른 조사가 올 수는 없고 반드시 부사격조사 '로'만 온다.
"선 채(로) 밥을 먹는다."
에서 부사격 조사 '로'를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생략할 수 있다. 그러나 '로' 이외에는 어떤 조사도 '채' 뒤에 쓸 수 없다.
'체/척'은 경우에 따라서 뒤에 접미사 '-하다'가 붙기도 한다. 그러나 '채' 뒤에는 결코 접미사가 붙는 일이 없다. 따라서 '체'를 쓸 것인지, '채'를 쓸 것인지 헷갈리면 먼저 부사격 조사 '로'를 붙였을 때에 자연스러운지 검토해 보고, 둘째로는 접미사 '-하다'를 붙일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면 쉽게 구별 가능해진다. 그래서 조사 '로'를 붙일 수 있으면 '채', 없으면 '체'이고, '-하다'를 붙일 수 있으면 '체', 없으면 '채'라고 생각하면 헷갈림이 사라진다. 또 하나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말한다면 '체' 앞에 오는 관형사형은 동사이건 형용사이건 상관없지만, '채' 앞에 오는 관형사형은 동사이건 형용사이건 상관없지만, '채' 앞에 오는 관형사형은 반드시 동사여야 한다.
"그는 얼굴이 노란 채 앉아 있다."
처럼 형용사의 관형사형을 취할 수 없다.
'-째'는 언제나 명사 뒤에 붙어서 '그것을 나누거나 가르지 않고 그대로'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따라서 언제나 명사에 붙어서 사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통닭이란 토막 치지 않은 통째의 닭'을 가리키고, '뿌리채 뽑히다'라고 하면 뿌리까지 함께 뽑힘을 의미한다.
"자두는 껍질째(로) 먹을 수 있다."
라고 하면 껍질까지 포함함을 의미하고,
"돈을 가방째(로) 잃었다."
라고 하면 속에 든 돈만 잃은 것이 아니라 가방까지 함게 잃었다는 말이 된다. 부사격 조사 '로'를 붙일 수 있다. 그러나
"돈을 가방 채 잃었다."
라고 하면 틀린다. '채' 앞에는 반드시 관형사형이 와야지 명사형이 올 수 없다. 왜냐하면 의존명사이기 때문이다. 반면 '-째'는 접미사이므로 자립해서 쓰이는 경우가 없이 언제나 명사 뒤에 붙여 쓴다.
비슷한 발음과 형태 때문에 헷갈리는 말들이 꽤 있다. ‘채’와 ‘체’, ‘째’도 빼놓을 수 없는 예에 해당한다. ‘사과를 통째로 먹다’가 맞는지 ‘통채로 먹다’가 맞는지, 띄어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게 아주 많다.
먼저 ‘채’를 살펴보자.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라는 뜻을 나타내며 ‘-ㄴ/은/는 채’의 꼴로 주로 쓰인다.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갔다’
‘노루를 산 채로 잡았다’
‘벽에 기대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등과 같이 쓰인다. ‘체’는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을 뜻한다.
‘보고도 못 본 체 딴전을 부리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는 왜 하니’
‘모르는 체하며 고개를 돌리다’
등과 같이 쓰인다.
‘애써 태연한 척을 하다’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다’
에 쓰인 ‘척’과 동의어다. ‘채’와 마찬가지로 주로 ‘-ㄴ/은/는 체’ 꼴로 쓰이기 때문에 둘을 혼동해 쓰는 경우가 있다. 문법적으로 봤을 때는 둘 다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앞말과 띄어서 쓴다.
‘-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대로’, ‘전부’, ‘모조리’라는 뜻으로 의미상으로는 ‘채’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나 앞에 오는 말의 품사와 띄어쓰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채’는 의존명사라 동사나 형용사 뒤에서 띄어 쓰는 반면 ‘-째’는 접미사라 명사 뒤에 붙여서 쓴다. 접미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냄비째 가져오다’
‘사과를 통째로 먹다’
등과 같이 쓴다. ‘냄비채’, ‘통채’ 등은 잘못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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