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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가족 vs 식구_한솥밥의 역할

by 61녹산 2024.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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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vs 식구

 

문제

1. 우리 회사는 모든 사원을 한(가족 vs 식구)처럼 여깁니다.

2. 이 비좁은 방에서 아홉(가족이 vs 식구가)산다니.

3. .[꼬마아이가 엄마에게] "이모네는 안 가고 우리 (가족들만 vs 식구들만) 놀러 가는거예요?

 

풀이

 

가족의 요건

‘가족'과 ‘식구'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구분 없이 쓰이는 한자어로, 언뜻그 의미의 차이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낱글자를 뜯어보면 가족은 ‘家(집)+族(무리)'로 "한 집에 속한 무리"를 가리키고, 식구는 ‘食(먹다)+口(입)'로 "(함께) 밥을 먹는 입(사람)"을 뜻하니, 그저 비슷하다고 얼버무릴 수는 없을 듯하다.

 

‘가족'이나 ‘식구'나, 한울타리 안에서 의식주 생활을 함께 영위한다는 점에서는 ‘집'이라는 공간이 중요하다. 하지만 ‘가족'은 꼭 한 집에 살지 않아도 성립하는 관계인 반면 ‘식구'는 그렇지 않다. 하숙생이나 잠시 머무는 손님이라면 대가를 지불하든 않든 ‘식구'가 될 수 있을 뿐 ‘가족'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편, 몇십 년 동안 생사도 모른 채 멀리 떨어져 사는 이산가족은 어디까지나 ‘가족'이다. ‘가족'은 부부, 어버이, 형제자매 등 혼인이나 혈연관계 또는입양으로 맺어진 사람들이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로, 법률이나 관습에 따른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가족은 집단, 식구는 개인

이에 비해 ‘식구'는 한 집에서 끼니를 함께하며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 만큼, 한 사람 한 사람의 ‘입', 말하자면 개인이 중요하다. ‘식구'에는 ‘가족'이라는 뜻도 들어 있어서 집단에 속한다는 구속력을 전제로 하지만, ‘가족'과는 달리 어디까지나 사회적 규정이나 제한을 받지 않는 개별 성원이 중심에 놓인다. 예를 들어 어떤 집단에서 새 구성원을 받아들일 때 "이제부터 아무개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고 한다면 집단적 결속력을 강조하는 뜻일 테고, "아무개가 새 식구가 되었다"고 한다면 당사자 개인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볼수 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가족'은 집단을 가리키고 ‘식구'는 개인을 가리킨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헤어진 한 가족의 구성원들을 ‘이산가족'이라고 하지 ‘이산식구'라고 하지 않는다. 한테 뭉쳐 그룹을 이루는 ‘가족'만이 흩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조직의 개념이 강하다

 

 

가족 사진

 

 

‘가족'과 ‘식구'의 차이는 여러 복합어에서 잘 드러난다. ‘가족법'은 있어도 ‘식구법'은 없고, ‘가족관계'라고는 해도 ‘식구관계'라고는 하지 않으며, ‘가족해체'는 있어도 ‘식구해체'는 성립하지 어렵다. ‘가족계획', ‘가족구조', ‘가족제도' 등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사회 구성의 기본적인 요소로 여기는 이유는, 가족이 생산(노동)과 재생산(출산과 육아)을 담당하는 경제단위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자신들의 계열사를 가리켜(때로는 소비자까지 끌어넣어) ‘가족'이라고 하는 데서 잘 나타나듯이, 이해관계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비유할 때 ‘식구'가 아니라 ‘가족'으로 표현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강아지는 가족일까 식구일까?

 

 

기괴한 사진

 

 

 

그렇다면 ‘가족'이 되는 일과 ‘식구'가 되는 일 중 어떤 쪽이 더 까다로울까. 이따금 자신의 애완동물을 상속자로 지정했다는 내용의 해외 토픽이 세간의 이목을 끌곤 한다. 이때 상속을 받은 개나 고양이는 틀림없이 법적으로는 혈연관계에 상응하는 ‘가족'으로 간주될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로는 ‘family'라고 할 애완동물은 한국어의 ‘가족'과 ‘식구' 중 어디에 해당할까?

 

"얼마 전 주워 온 강아지가 이제 우리 가족이 되었다"는 문장에서 ‘가족'을 ‘식구'로 대체해 보면 어쩐지 개운치 못한 느낌이 든 다. ‘가족'과 ‘식구'를 구별하는 한국어에서 보자면,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를 두고 ‘가족'이라고는 해도 ‘식구'라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강아지에게 재산은 물려줄지언정 강아지와 한 상에서 밥을 먹는다는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 것이 한국인의 일반적인 정서이기 때문이다. 혹시 강아지도 사람과 평등하게 한 상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라면 ‘식구'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식구를 밀어내는 가족

‘한솥밥을 먹는다'고 하면 가족관계 혹은 가족에 버금가는 친밀한 관계를 암시하지만, ‘가족'도 아니면서 하는 일 없이 남의 집에서 밥만 얻어먹으면 ‘식객食客'이라고 하거나 ‘군식구'(일시적으로 식구처럼 행세하는 사람)라고 빈정거리기도 한다. ‘식구'는 함께 밥을 먹는 일을 중시하는 만큼, ‘가족'보다 훨씬 정감 있는 낱말로 받아 들여진다. 그래서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가족'보다 ‘식구'가 더 자연스럽게 쓰인다.

 

그런데 요즘들어 공식적인 법률 사회학 용어들과 잘 어울리는 낱말인 ‘가족'이 점점 ‘식구'를 밀어내는 경향이 엿보인다. 짐작건데 이러한 추세는 같은 집에서 살되 얼굴을 맞대고 밥을 같이먹는 일이 줄어든 오늘날의 세태를 반영한 것은 아닐지.

 

‘식구'는 비록 한자어지만 오랜 세월 동안 쓰여오면서 거의 토박이말로 굳어진 반면, ‘가족'은 비교적 최근에 외부(일본)에서 흘러들어온 근대적인 용어다. 그런데 가족 해체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요즈음, 오히려 ‘식구'라는 말이 새로운 의미를 띨 수 도 있지 않을까. 한솥밥을 먹는다는 점에서 ‘식구'는 정감적이고 정서적인 호소력을 지니면서도 혈연에 의한 구속력을 강조하기보다는 개개인을 중시한다. 이런 점에서 ‘식구'의 의미야말로 현대 사회에 걸맞을 수도 있을 듯하다.

 

가정에는 울타리가 필요하다

한편 두 낱말과 친척 관계에 있는 ‘가정'이라는 말이 있다. ‘가정' 은 한 장소에 모여 사는 가족 구성원을 포함하지만, 특히 가족이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가정교육, 가정주부, 가정환경, 가정통신 같은 복합어들은 하나같이 가족이 놓인 어떤 환경의 울타리를 상정하고 있다.

 

천주교나 개신교에서는 "이 가정에 축복을 내리소서"에서처럼 ‘가정'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데, 이는 가족 단위로 신앙생활을 영위한다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이나 가정의 위기를 표현할 때, 흔히 ‘가족'은 ‘해체'되고 있다고 하는 데 비해 ‘가정'은 피폐해졌다거나 흔들린다고 표현한다.

 

마무리

가족

  가족 성원의 집합

  혼인관계나 혈연을 중심으로 한 결속력이 초점

  사회학적이고 공식적인 말

 

식구

  가족 정원의 개개인

  공동체 생활을 영위한다는 정서가 초점

  정감 있고 일상적인 말

 

정답

1. 우리 회사는 모든 사원을 한(가족 vs 식구)처럼 여깁니다.

2. 이 비좁은 방에서 아홉(가족이 vs 식구가) 산다니.

3. .[꼬마아이가 엄마에게] "이모네는 안 가고 우리 (가족들만 vs 식구들만) 놀러 가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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