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1. 아낙은 새벽부터(들에 vs 들판에 vs 벌판에)나가이삭 을주웠다.
2. 그 광활한(들에 vs 들판에 vs 벌판에)나는 말을 타고 달리고 싶었다.
3. .끝없이 펼쳐진 황금(들에 vs 들판에 vs 벌판에)가을햇 살이 쏟아진다.
풀이
'들'은 식물이 자라는 곳
‘들' ‘들판' ‘벌판'은 산이나 언덕이 없이 사방이 탁 트이고 평평 한땅을 가리킨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의외로 만만찮은 차이를 간직하고 있는 말들이다.
"산에 들어 피는 꽃"이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들'은 산이나 언덕처럼 솟아 있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초목을 품고 있어야 자연스럽다. 또 '들'은 사람이 살지는 않지만 마을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사람들이 비교적 자주 왕래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땅도 식물이 자라기에 알맞아서 논이나 밭으로 이용되는 일이 많다.
‘벌판'은 식물이 살지 못하는 황무지나 초목이 드문드문 자라는 척박한 땅을 가리킨다. 인가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의 발길이 뜸하거나 아예 인적이 닿지 않는 곳이다. 예컨대 말을 타고 달린다면 거치적거리는 것이 많은 ‘들'이나 ‘들판'보다는 휑하니 펼쳐진 ‘벌판'이 나을 것이다. ‘들'에 핀 꽃은 다른 벗들이 있어 외롭지 않겠지만, ‘벌판'에 핀 꽃이라면 필시 고적감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리라. '벌판'은 불모지가 주는 황량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어서 쉬이 "허허 벌판"이나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벌판"같은 표현으로 이어진다.
‘들'은 마을과 가까우면서도 그 한복판에 인가가 들어선 광경을 상상하기 힘든 반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벌판'에는 혹여 집칸이 들어설 수도 있다. ‘들'은 오로지 식물로만 채워진 공간을 가리키지만(따라서 건축물이 한 채라도 들어섰다면 이미 ‘들'이 아니다) ‘벌판'은 인가가 한두 채 들어섰다 하더라도 주위가 황무지라면 여전히 ‘벌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서 "허허 벌판에 오로이 서 있는 집" 같은 표현이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이다.
'들'이 넓어지면 '들판'
‘들판'은 ‘들'의 한 종류다(들⊃들판). 여러 가지 ‘들' 중에서 넓은 것만을 ‘들판'이라고 한다. 별로 넓지도 않은 가을 논을 두고 "황금 들판"이라고 하기 어려운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오곡이 무르익는" 곳으로 ‘들' 보다 ‘들판'이 더 어울리는이유도, 여러가지 곡식이 자라기 위해서는 비교적 넓은 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들'과 ‘들판'의 관계처럼 ‘벌'도 ‘벌판'을 포함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나 "읍 중심부에서 훤한 벌을 질러 시오 리 밖, 유통이란 낙동강변의 칠십여 호 마을이 그의 고향이었다" 같은 일부 문학 텍스트를 제외하면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갯벌'처럼 합성어를 이루거나 ‘황산벌' ‘달구벌'처럼 옛 지명에 흔적이 남아 있는 정도다(‘벌판'과 마찬가지로 ‘갯벌'도 식물이 거의 살지 않는 땅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는 ‘벌판'보다 ‘들'이나 ‘들판'을 만나기가 훨씬 쉽다. 안 그래도 산지가 태반인 땅덩어리에서 만일 나머지 평지가 대부분 ‘벌판'이었다면, 봄여름의 따사로움을 간직한 푸른 ‘들'이나 가을바람에 솨솨거리는 누른 ‘들판'을 완상하는 행복감은 맛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마무리
들
식물이 자란다
마을과 멀지 않다
생활공간의 일부다
농작물을 가꾸기도 한다
들판
넓은 들
벌판
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다
마을에서 멀다
사람이 거의 가지 않는다
경작이 불가능하다
정답
1. 들에 들판에
2. 벌판을
3.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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