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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고개 vs 머리_사람만이 고개를 숙일 수 있다

by 61녹산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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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_괄호 안에서 어울리는 말을 고르시오.

 

1. 이 나라 지도자들은 왜 그렇게 (고개 vs 머리)가 안 돌 아갈까?

2. 아직 (고개 vs 머리)도 자누지 못하는 젖먹이가 엄마 품을 떠나야하다니!

3. 천장이 낮으니 (고개 vs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세요.

4. (고개 vs 머리)를 빳빳이 쳐들고 대드는 모양이 여간 내기가 아닌 듯 싶었다.

5. 버는 익을수록 (고개 vs 머리)를 숙인다.

6. 본의 아니게 물의를 빚은 점, (고개 vs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7. 무조건 잘못했다고 (고개 vs 머리)를 속여라

8. 그렇게 뻣뻣하게 굴더니 이제야 (고개 vs 머리)를 숙이는구나

 

 

풀이

 

'고개'는 사람에게만 있다

 

 

고개 숙인 남자

 

 

‘고개'와 ‘머리'는 가리키는 신체 부위가 다르다. 이는 ‘고개가 아프다'와 ‘머리가 아프다'를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고개'는 목의 뒷부분을, 또는 머리와 목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지만, ‘머리'에는 목이 포함되지 않는다. ‘머리'는 목 위에 있다. ‘머리'에 눈, 코, 입, 귀, 머리털이 있고 뇌가 들어 있다는 점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다. 하지만 동물에게는 ‘목'이 있으되 ‘고개'가 없다. ‘고개'는 사람에게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의 행동이나 태도와 관련해서만 쓰이는 말이다.

 

의도나 목적이 있을 때에는 '고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이재명 대표

 

 

 

‘고개'는 인간에게 고유한 자존심, 자발적인 의지나 의도, 각성된 의식,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 등과 관련이 있다. 반면에 ‘머리'는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성향, 비자각적이거나 무의식적인 태도 등과 연관이 있다. 한마디로 ‘고개'는 목적과 동기가 뚜렷한 경우에 쓰이고, ‘머리'는 즉자적인 신체의 움직임이나 동작 자체에 초점이 있다. "고개를 내밀어 창 밖을 내다보았다"에서처럼 ‘고개를 내밀다'는 어떤 것을 잘 보기 위해 목을 빼는 행동이고, "의사가 상처 부위를 잘 볼 수 있도록 머리를 내밀었다"에서처럼 ‘머리를 내밀다'는 단순히 머리를 앞쪽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고개를 돌린다'와 ‘머리를 돌린다'를 살펴보자. ‘고개를 돌린다'는 목을 포함한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고, ‘머리를 돌린다'는 머리를 회전하는 운동이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살폈다"에서보듯 고개를 돌리는 것은 무언가를 관찰하기 위해, 혹은 소리나 냄새 같은 자극을 받아 그에 반응하는 행동이고, "상모잽이가 머리를 돌린다"에서보듯 머리를 돌리는 것은 움직이는 동작 자체에 초점이 놓인다.

 

뭔가를 하려고 할 땐 '고개'를 들이민다

 

 

아버지의 엄지

 

 

 

한편 "고개가 돌아갔다"고 하면 잠을 잘못 자거나 해서 목근육에 이상이 생겼다는 말이거나 누군가가 부르는소리에 반응하려고 고개를 움직였다는 뜻이지만, "그놈 참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하면 두뇌 회전이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뺑소니 차가 시내 쪽으로 머리를 돌려 도망쳤다"에서 보듯이 ‘머리를 돌리다'에는 방향을 바꾼다는 의미가 있는데, 이런 용법에서 ‘머리'는 사물의 앞부분을 가리킨다.

 

"고개를 들이밀고 싸움 구경에 열중했다"에서 보듯, ‘고개를 들이밀다'는 시야를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을 헤치고 무언가를 살펴 보거나 상황에 참여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모습이다. 즉 단순한 육체적 행동이라기보다는 어떤 목적이나 의도를 위한 예비 행동으로서 ‘고개를 들이미는' 것이다. 반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순간 머리를 들이밀었다"에서처럼 어떤 장소나 방향으로 몸을 이동하기 위해 ‘머리'를 먼저 움직일 때는 ‘머리를 들이밀다'가 된다. 이런 동작은 단순하게 몸을 들이밀기 위한 전단계로 머리를 움직인데 지나지 않는다.

 

'고개'에는 자존심이나 권위가 필요하다

 

 

고개를 들라

 

 

 

사극 같은 데서 보면 양반네가 손가락으로 수염을 꼬면서 마당에 꿇어앉은 아랫사람에게 "고개를 들라"하는 대사를 치곤 한다. 이 때 만약 ‘머리를 들라'고 한다면 매우 어색한 표현이 된다. ‘고개를 들라'는 것은 곧 "내가 네 윗사람이니 너는 원래 내 앞에서 감히 고개를 들 수 없는사람이지만, 지금만은 특별히 고개를 들고서 내 권위와 힘을 똑똑히 느끼고 제대로 처신하라"는 명령인 것이다. 이에 비해 환자나 갓난애처럼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의 머리를 들어서 뭔가를 해줄 때, 또는 졸다가 무의식중에 ‘머리'를 위로 향할 때에는 ‘머리를 든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렇듯 ‘고개'는 인간의 자존심, 권위와 관련된 태도를 나타낸다. "고개를 쳐들고 눈을 부릅떴다"는 자신의 존엄성을 높이 새우고 그것을 훼손하려는데 대한 강한 저항을 암시하는 반면, "힘없이 늘어진 그의 머리를 쳐들었다"고 하면 아래쪽을 향해 있던 남의 머리를 단순히 위로 들어올렸다는 뜻이다.

 

'머리'는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한소희 웨이브 머리

 

 

 

‘고개를 끄덕이다'와 ‘머리를 끄덕이다'도 쓰임이 다르다. 상대의 의견이나 태도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거나 동조할 때에는 ‘고개'를 끄덕여야 한다. 하지만 "전철에서 머리를 끄덕이며 졸고 있는 사람"에서 보듯이, 졸음 따위로 의식이 희미한 상태에서, 또는 두려움 등에 압도당해 본능적으로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일 때에는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고개를 흔들다'와 ‘머리를 흔들다'도 미묘하게 다르다."그런 인간은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다며 머리를 흔들었다"에서 ‘고개'를 흔들면 어색하다. 왜냐하면 ‘고개'를 흔드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어떤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거나 거절하는 행동이지만, ‘머리'를 흔드는 것은 즉자적이고 반사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즉, 강한 불만이나 반대 혹은 거부감을 표시할 때 ‘머리' 를 흔들면 두번 다시 생각할 필요 없다는, 거의 본능에 가끼운 감정적 반응을 나타낸다. 거꾸로 말하면, 좋지 않은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워할 때나 어떤 대상에 진저리를 칠 때에는 ‘머리'를 흔들지 ‘고개'를 흔들지는 않는 것이다.

 

동물은 '머리'를 숙이고 인간은 '고개'를 숙인다

 

 

고개 숙인 남자 최민수

 

 

 

‘고개를 숙이다'와 ‘머리를 숙이다'는 모두 상대를 인정하고 굴복한다는 태도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혼동해서 쓰기 쉽다. 이 둘 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때 유행했던 ‘고개 숙인 남자'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고개를 숙이다'는 자존심 강한 사람이 권위나 능력을 잃었을 때 성립하는 표현이다. 동물은 머리를 숙일지언정 고개를 숙일 수 없다. 고개를 숙일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다. 힘의 우위를 다투는 동물들은 지는 쪽이 ‘머리를 숙이는' 것이 순리다. 물론 동물에 속하는 인간도 얼마든지 그런 자세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겸손의 미덕을 식물에 빗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개를 숙이는 ' 행위는 무조건적이고 본능적인 복종의 뜻으로 ‘머리를 숙이는' 동물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

 

깊이 사과할 때는 '머리'를 숙여라

 

 

제67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우체국 앞에서 한일 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광주전남지부 일본인 회원 150여명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를 하고 있다.

 

 

‘머리 숙여' 사과한다는표현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의 잘못을 온전히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만약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하면, 사과하기 이전에는 상대를 향해 ‘고개를 쳐들 만한' 자존심을 품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고개를 숙인다'는 의미가 되어 사뭇 부자연스럽다. 따라서 자신을 철저히 낮추고 무조건 용서를 빌 사안일 때는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이 옳다. 마찬가지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다가 새삼 상대의 권위나 능력에 굴복하는 태도를 취할 때는 ‘머리'가 아니라 ‘고개'를 숙인다고 해야 한다. ‘머리를 숙이는' 일은 어떤 전제나 앞뒤 맥락 없이 단순히 힘의 우열 관계만을 나타내는 까닭이다.

 

어떤 사전에는 ‘고개를 조아리다'와 ‘머리를 조아리다'가 다 활용 가능한 예문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본래 ‘조아리다'의 뜻 자체가 "황송하여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자꾸 숙이다"인 만큼, 어디까지나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지 ‘고개를 조아리는' 것은 아니다. ‘고개'가 담고 있는 자존심과 당당함이 애초부터 ‘조아리다'의 의미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머리'는 두뇌작용을 나타낸다

 

한편 ‘머리'는 뇌의 기능인 사고작용이나 사유능력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고개'는 결코 이런 뜻으로 쓰이지 못한다. 머리를 스치다 (고개를 스치다X ), 머리를 맞대다(고개를 맞대다X), 머리를 모으다(고개를 모으다X), 머리를 식이다(고개를 식히다X), 머리를 싸매다(고개를 싸매다X), 머리를 정리하다(고개를 정리하다X), 머리를 짜내다(고개를 짜내다X), 머리에 그리다(고개에 그리다X), 머리를 쓰다(고개를 쓰다X), 머리에 들어오다(고개에 들어오다X), 머리에 떠오르다(고개에 떠오르다X) 등등 뇌의 기능과 관련한 표현은 ‘머리'에만 허용된다. 사고나 인식 작용과 ‘고개'는 무관하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고개'와 ‘머리'를 혼동해서 쓰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영어의 ‘head'를 한국어로 옮길 때 무신경하게 ‘머리'만을 쓰는 경향을 볼수 있는데, '고개'와 ‘머리'를 적절히 구분해서 쓸 때 한국어의 묘미가 한층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

고개 :

  목의 뒷부분, 또는 목과 머리를 아울러 가리킴

  사람에게만 쓰이며,

  인간의 고유한 자존심과 연관됨

  뇌의 정신작용을 가리킬 수 없음

 

머리 : 

  뇌가들어 있는, 목 위의 부분

  사람이나동물에 두루쓰임 

  뇌의 정신작용을 가리킬 수 있음

 

정답

1. 머리

2. 고개

3. 머리

4. 고개

5. 고개

6. 머리

7. 머리

8. 고개

 

한 발 더 나아가기_머리와 머리털

 

‘head'와 ‘hair'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 한국어에서는 ‘머리'가 ‘머리털'을 가리키기도 한다. ‘머리를 자른다'고 하면 이발소 같은 데서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일을 가리키며, ‘머리'를 잘라낸다는 의미는 없다. 중세 유럽의 사형 도구인 ‘단두대'는 글자 그대로 풀면 ‘머리를 자르는' 기구지만, 이 경우에도 한국어에서는 ‘목을 친다' 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참수' 역시 ‘머리를 자른다'고 하지 않고 보통 ‘목을 벤다' 혹은 ‘목을 친다'고 한다. 엽기적인 살인을 묘사할 때도 ‘머리가 잘려 있었다'보다는 ‘목이 잘려 있었다'고 해야 의미가 통한다. ‘목'을 잘라야만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기 때문이다.

 

‘머리가 뻣뻣하다' ‘머리를 감다' ‘머리를 하다' ‘머리를 얹다' ‘머리가 빠지다' 같은 표현에서 ‘머리'는 당연히 머리털을 가리킨다. 머리카락이라는 뜻의 ‘머리'가 들어간 비유적 표현 중에 ‘머리를 깎는다'는 중이 된다는 뜻이고, ‘머리를 얹는다'는 여자가 결혼 한다는 의미다. 또 ‘머리'는 사람 몸에서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는 신체 부분이라는 점에서 어떤 집단의 우두머리를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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