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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껍질 vs 껍데기_벗길 수 있는 것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by 61녹산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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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vs 껍데기

 

 

문제

 

아래 사물들의 거죽을 가리킬 때 ‘껍데기'가 더 자연스러운 경우에는 세모(△)를, ‘껍질'이 더 어울리는 경우에는 네모(口)를, 둘 다 쓸 수 있는 경우에는 동그라미(0)를 표시하시오.

 

감자, 굴, 계란, 나무, 밤, 사과, 소라, 알, 양파, 이불, 전선電線, 조개, 참외, 책, 치약, 호두

 

 

정답

 

 

 

 

풀이

 

우선, 문제에 나온 사물들을 답에 따라 분류해보자.

 

- ‘껍데기'가 어울리는 경우 : 이불, 책, 치약

- ‘껍질'이 어울리는 경우 : 감자, 밤, 사과, 양파, 전선, 참외

- 양쪽 다 쓰는 경우 : 굴, 계란, 나무, 소라, 알, 조개, 호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껍데기'가 어울리는 ‘이불, 책, 치약'이 모두 무생물인데 비해 ‘껍질'이 어울리는 것들은 ‘전선'만 빼고 모두 과일이나 채소, 즉 생물이라는 점이다. 또 ‘껍데기'와 ‘껍질'을 다 쓸 수 있는 사물들은 모두 식물이나 어패류, 생물이다. 여기서 ‘전선'을 일단 예외로 해두고 1단계 가설을 세워보자.

 

- 생물의 경우 : ‘껍질'만 쓰거나, ‘껍질'과 ‘껍데기'를 다 쓴다

- 무생물의 경우 : ‘껍데기'만 쓴다

 

 

하나이고 싶어라

 

 

사과 껍질

 

 

 

이제 생물 중에서 ‘껍질'만 쓰는 것들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감자, 사과, 양파, 참외.... 우선, 모두 껍질이 얇고 무르면서 속엣것과 딱 붙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속엣것과 물질적 특성이 같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달걀의 ‘속껍질'이나 사람의 ‘살껍질'도 이런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로 설명할 수 있다. ‘밤 껍질'의 경우에는 비교적 단단하다는 것 외에는 모든 특성을 공유한다. ‘전선 껍질'은 속에 든 금속체와 물질구조가 다르기는 하지만 재질이 무르고 속엣것과 밀착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여러 ‘껍질'들과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무생물이면서도 ‘껍질'을 거느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껍질'은 구조나 기능 면에서 속엣것과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전체 사물의 필수적 일부다. 게다가 속엣것과 밀착해 있기 때문에 떼어내기가 쉽지 않고(그래서 떨어져나온 ‘껍질'에는 속엣것의 일부가 붙어 있기 십상이다), 어렵사리 속엣것과 분리한 뒤에도 ‘껍데기'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껍질과 속엣것의 이런 유기적 관계는 ‘전자껍질, 껍질눈, 껍질막'등의 복합어나

 

"껍질 상치 않게 호랑이를 잡을까"

"껍질 없는 털이 있을까"

 

같은 속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로 또 같이

 

 

조개껍데기

 

 

 

다음으로, ‘껍데기'만 쓸 수 있는 것들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이불, 책, 치약'은 무생물이라는 점 외에 ‘껍데기'가 속엣것과 힘있게 붙어 있지 않아서 쉽게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치약 껍데기'는 이질적인 내용물을 담고 있는 용기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와 유사한 예로 선물을 싼 포장지나 튜브,캡슐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껍데기'에는 특별히 ‘포장재' 혹은 ‘용기'를 뜻하는 기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포장재'나 ‘용기'의 경우에서 더욱 잘 알 수 있듯이, ‘껍데기'는 ‘분리'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대개는 살아 있는) 전체의 일부일 때에는 ‘껍질'이라고 하다가(혹은 ‘껍질'이라고도 하지 않고 ‘껍데기'라고도 하지 않다가) 일단 속엣것과 분리가 된 뒤거나 분리를 전제로 해서 말할 때에는 ‘껍데기'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돼지 껍데기, 뱀 껍데기'(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벗겼다고 하는) ‘머리 껍데기' 등이 모두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생물의 일부였지만 이제는 무생물로 취급하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껍데기'는 무생물에만 쓴다는 가설에도 들어맞는다.)

 

껍데기와 알맹이

 

 

귤 알맹이

 

 

‘껍데기'의 상대어가 ‘알맹이'라는 점도 ‘껍데기'와 ‘분리'의 긴밀한 관계를 말해준다. 예컨대

 

"껍데기만 번드르르한 지동차"

"껍데기만 호화로운 선물"

 

같은 표현에서는 외양과 내용을 따로 떼어놓고 바라보는 관점이 또렷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 경우 ‘껍데기'를 ‘겉'으로 대치해도 의미상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러나 ‘껍데기'라고 하면 ‘겉'이라고 했을 경우에 비해 어감이 좀더 강해지는데, 그 이유는 역시 ‘껍데기'와 ‘알맹이'의 분리성이 ‘겉'과 ‘속'의 대립 정도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겉'과 ‘속'을 떼어놓는 일 보다는‘껍데기'와 ‘알맹이'를 분리하는 일이 아무래도 쉽지 않겠는가?

 

이렇게 ‘껍데기'를 ‘알맹이'와 떼어놓고 바라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 비유적 표현의 바탕이 된다. 신동엽의 대표 작품인 ‘껍데기는 가라'나 ‘껍데기 대통령, 껍데기 문명' 같은 표현에서 보듯이, ‘껍데기'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겉모양만 있고 실속이 없음'을 표현할 때 널리 쓰인다. 이 경우 ‘껍데기'를 대신할 만한 낱말로는 ‘겉'보다는 ‘허울'이 더 잘 어울린다. (이런 용법의 경우에도 생물과는 관련이 없는 ‘껍데기'의 기본 속성이 유지되고 있음을 주목하기 바란다.)

 

정리하자면, 껍데기'는 물질구조나 성질이 알맹이와 이질적이고, 알맹이와 유기적 관계가 없으며, 따라서 사물의 필수적 일부가 아니다. 그리고 알맹이와 밀착해 있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깔끔하게 분리가 된다.

 

두 얼굴을 지닌 것들

 

 

알 껍질 and 껍데기

 

 

 

마지막으로 ‘껍데기'와 ‘껍질'을 다 쓸 수 있는 경우에 대해 생각 해보자. 굴, 계란, 나무, 소라, 알, 조개, 호두.... 모두 생물이다. 그런데 왜 감자나 참외의 경우처럼 ‘껍질'만 쓰지 않고 ‘껍데기'로도 쓰는 것일까? 차이는 두 가지다. 하나는 ‘껍질'만 쓸 수 있는 사물들은 외피가 얇고 무른 데 비해, ‘껍질'과 ‘껍데기'를 다 쓸 수 있는 사물들은 외피가 단단하고 대개는 두껍다는 것이다. 뒤쪽의 사물들과 관련해 우리가 세워볼 수 있는 또 한 가지 가설은, (위에서 살펴본 ‘껍데기'와 무생물의 친화성, ‘껍데기'의 분리적 속성을 바탕으로 유추하자면) 생물의 경우 속엣것과 붙어 있을 때에는 ‘껍질' 이라고 하다가 속엣것과 분리가 된 다음에는 ‘껍데기'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 예로 들었던 두 가지 속담("껍질 상치 않게 호랑이를 잡을까" "껍질 없는 털이 있을까")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껍질 vs 껍데기 vs 둘다

 

 

 

마무리 요약

 

껍데기

  두생물에 쓰임 대개 체질이 단단하고,

  알맹이와 긴밀한 관계가 없으며,

  알맹이에서 쉽게 분리할수 있음

껍질

  거의 생물에만 쓰임 체질이 무르고,

  속과 긴밀한관계가 있 으며,

  속과 밀착해 있어서 분리가 쉽지 않음

 

 

한 가지 더

 

껍질은 질기고 껍데기는 딱딱하다

 

‘껍질'과 ‘껍데기'의 어원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껍데기'는 여러 지역의 방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이형태(異形態)가 많은 데 반해(‘껍다기, 껍닥, 껍더기, 껍덕, 껍덕지, 껍디, 껍디기, 껍딩이' 등) ‘껍질'의 이형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특이 하다. 이런 사실에 바탕해서, 어느 지역에선가 ‘껍데기'류의 낱말이 먼저 생겨나 오랜 세월에 걸쳐 각지로 퍼져나갔고 뒤늦게(서울, 경기 지방에서?) 생겨난 ‘껍질'은 ‘껍데기'의 선점효과에 밀려 그다지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껍질'의 ‘질'은 ‘질기다'와, 또 ‘껍데기' ‘껍닥'의 ‘데기' ‘닥'은 ‘단단하다'나 ‘딱딱하다'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짐작도 가능하다. 실제로 껍질은 거의 다무르면서 질깃질깃하다는 공통점이 있고, 껍데기는 거의 예외 없이 단단하고 딱딱하기 때문이다.

 

 

헷갈리지 마세요! ‘껍질’, ‘껍데기’ 차이점

 

 

껍질 vs 껍데기

 

 

 

‘껍질’과 ‘껍데기’는 모두 어떤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부분을 이르는 말로, 그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면 ‘껍질’과 ‘껍데기’는 생각보다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겉을 싸고 있는 부분이 ‘무른’ 것은 ‘껍질’, ‘단단한’ 것은 ‘껍데기’이기 때문이다.

‘껍질’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하지 않은 물질’이다. 보통 재질이 무르고, 속과 밀착해 있는 것을 말한다. 귤, 사과, 바나나, 양파 등의 과일이나 채소 종류의 겉 부분은 모두 껍질로, ‘귤 껍질’, ‘사과 껍질’, ‘바나나 껍질’, ‘양파 껍질’ 등으로 말하며, 흔히 ‘돼지 껍데기’라고 부르는 돼지의 피부도 ‘돼지 껍질’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뜻한다. 재질이 단단하고, 알맹이와 긴밀한 관계가 없어 알맹이와 쉽게 분리할 수 있는 것이 ‘껍데기’다. 달걀 껍데기, 조개 껍데기 외에 단단한 재질의 거북 등딱지도 ‘껍데기’이며, 노래 ‘조개 껍질 묶어’의 바른 표현은 ‘조개껍데기 묶어’다.

 

‘껍데기’는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을 뜻하기도 한다. 요나 이불 따위의 겉에 씌우는 홑겹으로 된 천인 ‘이불 홑청’은 ‘이불 껍데기’라고도 하며, ‘베개 껍데기’, ‘과자 껍데기’ 등의 표현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껍질과 껍데기

 

학창 시절에 트윈 폴리오라는 트리오를 엄청 좋아했다. 그들의 노래는 생활의 활력소였다. 요즘 아이들이 BTS에 빠지고 기성세대가 트로트열풍에 젖어있는 것을 보면 노래가 얼마나 민중들에게 영향을 주는가 알 수 있다. 그때 좋아했던 노래 중에 윤형주 씨의 “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물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라고 시작하는 곡이 있다. 제목은 잊었다. 아무튼 기타 치면서 밤새도록 불러도 질리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어휘가 맞지 않는 것이 있었다. 또 하나,식당에 가면 ‘돼지 껍데기’볶음이라는 것이 있다. 쫄깃한 것이 식감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사실 오전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대학원 졸업한 제자가 문자로 질문을 했다. ‘돼지껍데기’는 맞는 말인가요? 하고 물어서 그때야 그것이 잘못된 단어라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보낸 문자에 살을 붙여 껍질과 껍데기의 차이를 밝혀보려고 한다. 

 

‘껍질’은

 

1.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물질의 막,

2. 알맹이가 빠져서 속이 비거나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원자 구조를 나타내는 모델에서, 원자핵 주변의 거의 같은 에너지를 가지는 전자 궤도의 모임”

 

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원래는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거죽을 싸고 있는 물질의 켜’를 이르는 말이다. 나무껍질과 같은 것을 말한다.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같은 것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이르는 말이다.

 

껍데기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1. 달걀이나 조개 같은 것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

2. 거짓이나 가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속에 무엇이 들어갈 수 있게 만든 물건”

 

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러면서 예문으로 ‘조개껍데기’를 들어 놓았다. 조개의 부드러운 살을 감싸고 있는 것은 껍데기라고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노래 부를 때 “조개 껍데기 묶어 ……”라고 해야 한다. 사실 필자가 이렇게 말해 놓고도 속으로 웃음이 나온다. 노래의 맛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 시골스럽기도 하고, 리듬이 어긋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노래의 덕분(?)인지 몰라도 요즘은 조개껍질(조갯살을 겉에서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 굴껍질(굴을 겉에서 싸고 있는 껍질)이라는 말이 조개껍데기, 굴껍데기라는 말과 함께 쓰이고 있다.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 그러므로 조개껍질도 쓸 수 있다고 보지만 사실은 바람직하지는 않은 표현이다. 특히 껍데기라는 말은 ‘단단한 물질’을 이르는데, 돼지껍데기라는 표현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돼지껍질이라고 하면 맞는 말인가 하는 것도 의문이 간다. 사실 동물의 살을 싸고 있는 것은 가죽이다. 살가죽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음식이름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 같지만 ‘돼지 살가죽(?)’이라고 하면 먹기에 더욱 꺼려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참으로 재미있는 우리말이다.

 

‘가죽’은

 

1. 동물의 몸을 싸고 있는 껍질을 벗기어 가공한 물품,

2. 사람이나 동물의 몸을 감싸고 있는 질긴 껍질,

3. 사람의 피부를 낮잡아 이르는 말”

 

이다. ‘살가죽’은 “사람이나 짐승의 몸 전체를 싸고 있는 껍질”을 말한다. 그러므로 ‘돼지껍데기’는 ‘돼지살가죽’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울린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피부밑주사’를 ‘살가죽밑주사’라고 한다. 뭔가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가죽과 껍질과 껍데기는 각각 의미하는 바에 있어서 조금 씩 차이가 있다. 나무껍질과 조개껍데기 그리고 살가죽과 같이 구분해서 바라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다 보니 정말로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 근자에 와서 언어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예전에는 노랫말이 정말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것이 많았다. 시에 곡을 붙여서 많은 사람들이 애송(애창)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蛇足)초등학교 졸업시험으로 한국시 100 편을 암기하도록 하면 언어교육 따로 시키지 않아도 될 텐데……

 

 

‘조개껍질’은 되고 ‘돼지껍데기’는 안 된다

 

 

껍데기는 가라

 

 

 

시인 신동엽이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한 4월이 지나갔다. ‘껍데기’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이다. 달걀, 호두, 소라 등의 단어 뒤에 껍데기가 붙는다. 껍데기는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을 뜻하기도 한다. ‘이불 껍데기’나 ‘빈 껍데기’처럼 쓰인다. 신동엽이 없어지기를 바란 것이 이런 껍데기다. 알맹이가 없는 거짓과 위선, 불의 같은 것들이다.

 

껍데기와 같은 듯하면서 다른 말이 ‘껍질’이다. 껍질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하지 않은 물질”로, 귤·양파 따위 말 뒤에 붙는다. 하지만 이런 사전적 의미와 달리 일반인들은 ‘조개껍질’이란 말을 많이 쓴다.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로 시작하는 노래의 영향이 큰 듯하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만큼 국립국어원도 ‘조개껍질’을 예외적으로 인정해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더 널리 쓰이는 ‘돼지껍데기’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다. 국립국어원은 ‘온라인 가나다’에서 ‘돼지 껍데기’보다 ‘돼지 껍질’로 쓰는 게 옳다고 밝히고 있다. 단단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사람들은 삼겹살과 갈빗살 같은 고기를 알맹이로 보고, 그와 대립하는 시각에서 돼지 껍데기를 쓴다. 특히 요즘에는 돈을 내고 사 먹지만, 예전에는 고기를 먹으면 맛보기로 거저 주던 먹거리여서 사람들에게는 ‘껍데기’가 훨씬 익숙하다. 음식점 차림표에도 대부분 그렇게 적혀 있다. 조개의 겉은 단단하지만 사람들이 널리 쓰므로 표준어가 된 ‘조개껍질’. 반면 사람들이 너나없이 쓰고 있음에도 단단하지 않다는 이유로 바른말로 인정받지 못한 ‘돼지 껍데기’. 이렇듯 모호한 기준은 마치 요즘의 정치를 보는 듯하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다고 하거나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판단 기준이 옳다고 고집하는 ‘껍데기 정치’가 4월과 함께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오직 국민을 생각하는 흙가슴만 남고 모든 정쟁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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