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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_어원 자료 : 콩을 닮은 모양 팥을 닮은 색깔

by 61녹산 2024.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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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식단

 

 

매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계신장학회와 국제신장재단연맹이 정한 ‘세계 콩팥의 날’. 콩팥(신장)은 노폐물과 불필요한 수분을 제거하는 우리 몸속 필터로 젊을 때 잘 챙겨야 한다. 40세 이후부터는 1년에 1% 정도씩 콩팥기능이 떨어지다 80세가 되면 다른 원인이 없어도 그 기능이 약 40%가량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우리나라는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더불어 콩팥질환 발병률이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20만3978명이었던 만성콩팥병환자는 2021년 27만7252명으로 5년 새 약 36%나 증가했으며 이 중 6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79%를 차지했다.

문제는 콩팥 역시 간 못지않은 침묵의 장기라는 것. 기능이 20% 정도 떨어져도 별다른 위험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뚜렷한 이상증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콩팥 손상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 7명 중 1명은 신장기능에 이상이 있지만 이러한 상태를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10% 정도에 그친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3개월 이상 콩팥이 지속적으로 손상되거나 기능이 60% 이하로 떨어져 만성콩팥병으로 진단되면 콩팥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워 신장이식을 받거나 콩팥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혈액 투석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이지은 센터장은

 

“만성콩팥병은 탈수, 감염 등에 의해 갑자기 발생하는 급성콩팥병과 달리 콩팥이 장기간 계속 손상돼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것”

 

이라며

 

“초기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데다 진행된 후에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고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만성콩팥병의 주원인으로는 고혈압, 당뇨병이 꼽힌다. 콩팥은 모세혈관이 털뭉치처럼 꼬인 사구체로 이뤄져 있어 고혈압, 당뇨병으로 인해 혈관이 손상되면 사구체도 영향을 받는다.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는 사구체신염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콩팥은 많이 손상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평소 소변상태를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면 콩팥이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이지은 센터장은

 

“건강한 사람의 소변은 거품이 많지 않고 있어도 곧 사라지지만 콩팥에 이상이 생기면 거품이 지나치게 많거나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고 밤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며 65세 이상이고 고혈압, 당뇨병 또는 가족력이 있다면 최소 1년에 한 번은 소변검사를 통해 콩팥 이상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밤에 다리에 쥐가 잘 나는 것도 콩팥의 이상신호일 수 있다. 콩팥기능이 떨어지면 우리 몸에 축적된 요독이 근육대사에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평소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는 것도 좋다. 지중해식 식단은 곡물, 과일, 채소, 콩류, 견과류, 올리브유, 생선 등을 먹고 붉은색 고기와 과자의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특징으로 최근 유럽 임상영양 및 대사학회(ESPEN)의 공식학술지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은 콩팥의 건강을 돕는다고 알려졌다. 또 심장병이 있으면서 콩팥기능이 약간 떨어져 있는 환자가 지중해식 식사를 지속한 경우 저지방식 식사를 한 사람보다 5년 후 콩팥이 더 건강했다는 보고와 지중해식 식사가 당뇨병환자의 신장기능 악화를 막아줄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콩팥

 

'콩팥'은 배의 등 쪽에 쌍으로 있는, 강낭콩 모양의 비뇨기과 장기다. 몸 안에 생긴 노폐물을 걸러 내어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리하여 '콩팥'을 우리 몸의 '정수기' 또는 '필터'라 부르기도 한다. 이에 대응하여 한자어가 '신장(腎臟)'이다.

 

'콩팥'은 15세기 문헌에 '콩팣'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는 콩팣과 더불어 '콩팏'도 있었다. '콩팏'은 콩과 팏이, 콩팣은 콩과 팣이 결합된 어형이다. '콩'은 물론 '두(豆)'의 뜻이고, '팏'과 '팣'은 '소두(小豆)'의 뜻이다. '소두(小豆)'를 뜻하는 단어로 어형이 흡사한 팏과 팣이 공존한 점이 특이하다. 이들은 '팣ㄱ'으로 소급하는데, 'ㅈ'이 'ㄱ'앞에서 중화하면 '팏'으로 나타나고, 'ㄱ'이 약하되어 'ㅎ'으로 변한 후에 격음화하면 팣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팏은 15세기 이후 문헌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아울러 '팏'을 포함하는 '콩팏'도 마찬가지이다. '팣(아래아)'은 '팣'으로 이어져 현재 경기 방언에 남아 있다. 

 

15세기의 '콩팣'은 단어 뜻 그대로 '콩과 팥'이라는 뜻이다. 곡물 이름 두 개가 붙어 하나의 장기 이름이 된 것이니 아주 특별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여기서 '콩'과 '팥'은 단순히 곡물을 지시하지 않는다. '콩'은 콩과 같은 모양을, 팥은 팥과 같은 색깔을 지시한다. 장기의 모양이 강낭콩을 양옆으로 세워놓은 듯하고, 장기의 색깔이 팥 빛깔처럼 적색이기에 콩과 팥을 연상하여 콩팣이라 명명한 것이리라. 추정한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합성어의 배열에서 '콩'을 앞에 두고, '팣'을 두에 둔 이유가 무엇일가 궁금하다. 얼마든지 배열 순서를 바꾸어 '팣콩'이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팥'이 '콩'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범위가 넓은 '콩'을 뒤에 배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합성어 배열 순서의 일반적 원리를 고려하면 꼭 그렇게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두 단어를 결합하여 합성어를 만들 때는 '중요하고 일반적'인 것을 앞에 내세우는 심리적 원칙이 있다. 이에 따르면 당연히 더 중요하고 일반적인 곡식인 '콩'이 '팥'에 앞서 배열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모양'과 '색깔'에서 '모양'이 우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15세기의 콩팣은 당시 표기 방식에 따라 '콩팣(아래아)'으로 표기되다가 '콩팟'으로 변했다. 20세기 초까지도 '콩팟'이 주류를 이루는데, <조선어사전 1920>에도 '콩팟'이 올라 있다. 그런데 <조선어사전 1938>에는 '콩팟'과 제2음절의 종성에서 차이가 나는 '콩팥'이올라 있어 주목된다.

 

콩팟의 'ㅅ'(기저음은 'ㅊ')이 'ㅌ'으로 바뀌어 '콩팥'이 된 것인데, 이는 아주 특이한 변화의 한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는 구개음화와 관련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간 말음이 'ㅌ'인 명사는 주격조사 '이'가 오면 구개음화하여 'ㅊ'으로 발음이 나는데, 어간 말음이 'ㅊ'인 '팣'도 이러한 구개음화에 의해 'ㅊ'으로 바뀐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ㅊ'을 고쳐 'ㅌ'으로 표기하게 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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