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소리 요란한데 빗방울은 작다.’ 소리만 컸지 실상은 보잘것없다는 뜻으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과 비슷하다. 중국 언론이 10일의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비꼰 말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뉴욕 메츠의 노아 신더가드는 ‘천둥의 신’으로 불린다.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이 시속 160km나 되니 그럴 만도 하다. 천둥은 ‘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放電)현상’을 이른다. 본래 천동(天動)이라는 한자어에서 왔는데 우리나라에서 음이 바뀌었다. 장고(杖鼓·長鼓)가 장구로, 호도(胡桃)가 호두로 된 것처럼.
천둥과 뜻이 같은 우리말은 ‘우레’다. “우레라니? 우뢰가 표준어 아닌가”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들도 많을 줄 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레는 울에→우뢰→우레로 표준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레는 ‘하늘이 운다(鳴)’는 뜻에서 나왔다. ‘울다’의 어간 ‘울-’에 접사 ‘-게’가 붙어 ‘울게’가 되고, ‘ㄱ’이 ‘ㄹ’의 영향을 받아 ‘ㅇ’으로 약화돼 ‘울에’가 됐다가 ‘우레’로 바뀌었다. 그런데 왜 우뢰를 한때 표준어로 삼았을까. ‘울에’가 ‘우레’로 바뀌면서 한자어 ‘우뢰(雨雷)’의 간섭을 받았기 때문. ‘우레’의 어원을 ‘우뢰’로 잘못 인식한 것이다(그런, 우리말은 없다·조항범). 그러다 우레는 ‘울-(鳴)’에서 파생된 명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1989년 시행한 표준어 규정에서 ‘우레’로 되돌렸다. 현재 국어사전은 ‘우레’를 표준어로 삼고 한자어 우뢰는 버렸다.
우리와 달리 북에서는 ‘우뢰’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우뢰와 함께 내리는 비를 ‘우뢰비’, 우뢰가 우는 것을 ‘우뢰질’이라 한다. 많은 사람이 치는 매우 큰 소리의 박수도 ‘우뢰 같은 박수소리’라 한다. 우레와 우뢰는 남북 언어의 이질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모두 천둥은 표준어로 삼고 있다. 천둥이 울 때 나는 소리를 천둥소리라 하고, 천둥벌거숭이도 함께 올려두고 있다. 왜 있잖은가. 북한이 핵실험을 시사하며 “언제든 ‘핵뢰성(核雷聲)’으로 대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하는데, ‘핵뢰성’은 바로 핵천둥을 뜻한다.
방귀가 잦으면 똥 나온다와 비슷한 어구의 "번개가 잦으면 천둥을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번개가 치고 나면 뒤이어 '천둥'이 친다. 번쩍하는 번개가 친 뒤 곧 몇 초 뒤에 우르르 쾅쾅하는 천둥소리가 들리게 된다. 사전에는 '천둥'을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 현상으로 기술되어 있다.
천둥은 한자어 천동(天動)에서 온 말이다. '天動(천동)'의 15세기 한자음으로 '텬동'이었다. 이것이 '텬동, 텬둥, 쳔둥'을 거쳐 '천둥'이 된 것으로 보인다.(텬동 > 텬둥 > 쳔둥 > 천둥) 天動(천동)은 하늘이 움직인다라는 뜻이니 조금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나름 소리를 적절하게 반영한 표현으로 보인다. '천둥'에 대한 순수 우리말이 '우레'이다. 천둥소리에 대한 우렛소리는 우레가 천둥과 같은 의미임을 방증한다. 사전에서 '우레'를 '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 현상'으로 기술하여 천둥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우레'는 15세기 문헌에 '울에'로 나온다. '울에'의 어원에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다. 그 하나는 '울에'를 동사 '울다'의 어간 '울-'에 접미사 '-게'가 결합된 '울게'에서 변한 형태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울게'에서 제1음절의 말음 'ㄹ'의 영향으로 제2음절의 어두음 'ㄱ'이 'ㅇ'으로 약화되어 '울에'가 되고, '울에'의 제2음절 어두음 'ㅇ'이 자음 음소로서의 기능을 잃으면서 연철되어 '우레'가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보면 '울게, 우레'는 '하늘이 우는 것'이라는 어원적 의미를 띤다. 이와 같은 설은 '덥게(덮개), 지게, 집게' 등에서 보듯, '-게'가 동사 어간에 적극적으로 결합한다. 접미사 '-게'가 대체로 '도구'의 접미사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세국어 번게(번개)를 동사 번다의 어간 '번-'에 접미사 '-게'가 붙은 어형으로 보면 중세국어 '울에'를 동사 어간 '울-'과 접미사 '-게'가 결합된 '울게'에서 변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하나는 '울다'에서 파생된 '우르다(소리치다)'의 어간 '우르-'에 접미사 '-에'가 결합된 어형으로 보기도 한다. 동사 우르다는 모음 어미 앞에서 '울ㅇ-'로 교체되어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르-+-에'는 얼마든지 '울에'로 나타날 수 있다. 울에는 소릴르 크게 지르는 것 또는 큰 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어원적 의미를 띤다. 이러한 의미는 '우레'의 속성과 부합하여 '우르-+-에' 설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연구 초기에는 '울-+-게' 설이 확고했으나 최근에는 '우르-+-에' 설 쪽이 힘을 얻고 있다.
15세기 '울에'는 17세기 문헌에 '우레, 우뢰, 울레'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되어 있다. 이 가운데 '우뢰'는 아주 특이한 형태로 '울에'가 우레로 변한 뒤에 한자어 雨雷(우뢰)의 간섭을 받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한동안 우레의 어원을 한자어 우뢰로 보기도 했다. 20세기 초 <조선어사전>(1938)에서까지 우레 대신 우뢰를 표제어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 후 어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우레'를 순수우리말의 어형으로 확정했다.
한편, ‘천둥소리 요란한데 빗방울은 작다.’ 소리만 컸지 실상은 보잘것없다는 뜻으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과 비슷하다. 중국 언론이 10일의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비꼰 말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뉴욕 메츠의 노아 신더가드는 ‘천둥의 신’으로 불린다.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이 시속 160km나 되니 그럴 만도 하다.
천둥은 ‘뇌성과 번개를 동반하는 대기 중의 방전(放電)현상’을 이른다. 본래 천동(天動)이라는 한자어에서 왔는데 우리나라에서 음이 바뀌었다. 장고(杖鼓·長鼓)가 장구로, 호도(胡桃)가 호두로 된 것처럼. 천둥과 뜻이 같은 우리말은 ‘우레’다. “우레라니? 우뢰가 표준어 아닌가”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들도 많을 줄 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레는 우레→우뢰→우레로 표준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레는 ‘하늘이 운다(鳴)’는 뜻에서 나왔다. ‘울다’의 어간 ‘울-’에 접사 ‘-게’가 붙어 ‘울게’가 되고, ‘ㄱ’이 ‘ㄹ’의 영향을 받아 ‘ㅇ’으로 약화돼 ‘울에’가 됐다가 ‘우레’로 바뀌었다. 그런데 왜 우뢰를 한때 표준어로 삼았을까. ‘울에’가 ‘우레’로 바뀌면서 한자어 ‘우뢰(雨雷)’의 간섭을 받았기 때문. ‘우레’의 어원을 ‘우뢰’로 잘못 인식한 것이다(그런, 우리말은 없다·조항범). 그러다 우레는 ‘울-(鳴)’에서 파생된 명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1989년 시행한 표준어 규정에서 ‘우레’로 되돌렸다. 현재 국어사전은 ‘우레’를 표준어로 삼고 한자어 우뢰는 버렸다.
우리와 달리 북에서는 ‘우뢰’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우뢰와 함께 내리는 비를 ‘우뢰비’, 우뢰가 우는 것을 ‘우뢰질’이라 한다. 많은 사람이 치는 매우 큰 소리의 박수도 ‘우뢰 같은 박수소리’라 한다. 우레와 우뢰는 남북 언어의 이질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모두 천둥은 표준어로 삼고 있다. 천둥이 울 때 나는 소리를 천둥소리라 하고, 천둥벌거숭이도 함께 올려두고 있다. 왜 있잖은가. 북한이 핵실험을 시사하며 “언제든 ‘핵뢰성(核雷聲)’으로 대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하는데, ‘핵뢰성’은 바로 핵천둥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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