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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람_어휘 자료

by 61녹산 2024.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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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기준

 

 

 

"애인에게 바람맞았다."

 

라고 하는 경우의 '바람'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 바람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물론 '젖소부인 바람났네'라고 하는 영화 제목에 쓰인 '바람'의 의미도 정확하게 모른다. 아주 훌륭하신 분이 저술한 '우리말 분류 사전'에는 107가지의 바람이 소개되어 있다. 대체로 방향이나 세기, 부는 시기에 따라서 이름이 붙여졌기 때문에 웬만한 바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두 바람은 어떤 바람인지 잘 모르겠다.

 

공기의 흐름을 바람이라고 한다. 이 바람은 주어로서 '바람이 일다, 바람이 불다, 바람이 세다, 바람이 없다, 바람이 멎다, 바람이 그치다, 바람이 자다' 형태로 쓰이고 목적어로서 '바람을 쏘이다, 바람을 타다, 바람을 맞다, 바람을 안다, 바람을 거스르다, 바람을 등지다, 바람을 일으키다, 바람을 잠재우다' 형태로 쓰인다. 부사어로는 '(무엇이) 바람에 불리다/나부끼다/흔들리다/살아나다/꺼지다' 형태로 쓰인다. 이 의미가 바람의 기본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많은 속담이 만들어졌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가 바람과 관련된 대표적인 속담일 듯 싶다.이는 

 

"바람 따라 돛을 단다."

"바람 부는 대로 돛을 단다."

 

같은 속담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데 '세상 형편에 따라서 그에 맞추어 사는' 모양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바람을 거슬러 항행하려 할 때에 따를 고통을 생각하면 누구나 이렇게 하고 싶을 것이다.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로 

 

"바람이 불어야 배가 가지."

 

라는 속담이 제격이다. 좋은 기회를 타지 못하여 고생하게 되는 처지는 

 

"바람 부는 날 가루 팔러 가듯"

 

이라는 속담에 담겨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경으로 인해 장래가 매우 위태로워지면 '바람 앞의 등불'이 되기 십상이다.

 

공기의 흐름이 아니라 공기 그 자체를 바람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나 자전거의 바퀴에 넣는 것을 바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바람이 빠졌다, 바람을 넣다, 바람이 샌다.' 등의 표현이 만들어졌다. 공기의 흐름이나 공기 그 자체를 바람이라고 하면서 사용하는 표현이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 것도 있다.

 

바람을 넣다 : 무슨 일을 하고 싶도록 부추기다.

바람을 쐬다 : 외지에 나가서 다른 문물을 접하다.

바람이 나가다 : 한창 차오르던 기운이 사그라지다.

바람이 불다 : 어떤 일이 유행처럼 사회에 퍼지다.

바람이 자다 : 소란하던 분위기가 고자누룩해지다.

 

이런 의미로 쓰이는 것을 관용어라고 한다. 관용어는 특별한 경우에 쓰여서 이런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에 단순히 원래의 바람 의미로 쓰이는 상황과 구별해야 한다. 예컨대 '바람을 넣다'는 실제로 바퀴에 바람을 넣는 경우에 쓰이되 바퀴가 아닌 사람에게 바람을 넣는다면 위의 관용 표현이 적용되는 것이다.

 

바람이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풍병(風病)의 의미로 '바람'이 쓰인다. 풍병을 그냥 '풍(風)이라고도 하는데 이것과 '바람'이 일치하는 말이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게 된다.

 

(누가) 바람을 맞았다 : 풍병에 걸리다.

(누구에게) 바람이 오다 : 풍병이 생기다.

 

몸의 풍병은 아니지만 마음이 풍병에 걸린 것처럼 마비되어 허황된 생각에 빠진 상태를 '바람'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젖소 부인 바람났네'의 바람이 이 바람인지 궁금하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오셨소."

 

라고 할 경우의 바람도 이 바람과 관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람을 잡다 : 허황된 생각으로 쏘다니거나 허황한 짓을 하다. 일을 꾸미려고 미리 남의 얼을 빼는 짓을 하다.

바람이 들다 : 허황한 마음으로 들뜨게 되다. 무가 속이 푸석푸석하게 되다.

 

구체적인 '바람'의 의미를 잃고 의존 명사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관형어를 앞세워 그 관형어 때문에 여유를 잃게 되어 뒤의 일이 일어났음을 가리키는 데 쓰인다.

 

"급히 오는 바람에 깜박 잊었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우리 가정의 평화가 깨어지고 말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돌아오자 잠옷 바람으로 나오셨다."

"그 바람에 우리만 손해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바람을 두루 섭렵해도 

 

"애인에게 바람맞았다."라고 해서 맞은 바람이 무슨 바람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바람피우는 바람둥이나 바람잡이의 바람과 사촌 간쯤 될까? 바람 든 무 처럼 내 머리에도 바람이 들었나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바람

 

 

 

제주 지방은 예로부터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의 섬으로 불리어 왔다. 그 중 풍다(風多)는 제주도의 중요한 기후 특징의 하나로, 연중 바람 부는 날의 빈도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강풍의 빈도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도에 바람이 많은 이유는 중위도 북태평양 상에 떠 있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기압과 기압 배치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 지방은 광활한 절해고도상에 있기 때문에 제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줄 만한 장애물이 없어 바람이 더욱 강하게 분다. 풍상측 해안으로 갈수록 바람의 강도가 강하고 내륙으로 갈수록 거칠기 효과 때문에 바람이 약하다. 연평균 풍속은 제주가 3.8m/s이고, 고산은 6.9m/s이다. 서귀포는 3.1m/s, 성산포는 3.1m/s로 제주시 지역이 서귀포시 지역보다 바람이 강하다. 반도부의 서울은 2.4m/s, 광주는 2.2m/s로 제주도가 그만큼 바람이 강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고산 지역은 최대 풍속이 13.9m/s를 넘는 날이 1년에 80일을 초과할 만큼 바람이 강하다. 그런 날이 제주는 14.5일이며, 서귀포는 2.8일, 성산포는 0.9일에 불과하다. 풍향은 제주 지방의 경우 겨울에는 북서풍의 빈도가 높고, 여름에는 동풍계의 빈도가 높다.

제주의 계절별 풍속은 봄이 3.7m/s, 여름이 3.1m/s, 가을이 3.6m/s, 겨울이 4.7m/s로 겨울철이 강하고 여름철이 약하다. 제주시 서부 지역의 고산은 제주도에서 가장 바람이 강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연평균 풍속은 6.9m/s이고, 봄은 6.6m/s, 여름은 5.0m/s, 가을은 6.6m/s, 겨울은 9.3m/s를 보이고 있다. 고산은 제주에 비해 연중 바람이 강하고 특히 겨울철에는 매서운 바람이 분다. 8.0~10.7m/s 정도의 바람이 불면 잎이 무성한 작은 나무 전체가 흔들리고, 파도가 2m 정도 높아지면서 백파가 형성되는데, 고산의 경우 8.0m/s 이상 부는 일수가 연 257일이나 된다. 제주시의 141일, 서귀포의 74일에 비하면 강한 바람이 부는 일수가 월등히 많다.

겨울철의 북서 계절풍은 주민 생활과 더불어 자연 경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제주 지역의 민가 경관에 바람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초가집 지붕에 용마름을 하지 않고, 줄로 그물처럼 엮어 놓은 것은 겨울철의 강한 바람에 대비한 것이다. 이문간, 풍채, 곡선형 올레, 대문 대신 정낭 등을 설치한 것도 강한 바람과 관련된 것이다. 또한, 염정을 포함한 북서풍으로 인해 형성된 편향된 나무가 해안을 따라 분포하는 것도 북서 계절풍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이다. 편향된 나무 기상 관측소가 없는 지역에서 탁월풍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된다. 제주시의 해안 지방에서는 북서풍계 바람에 의해서 편향된 나무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편향된 나무가 분포하는 해안에서 볼 수 있는 해안 사구도 강한 북서 계절풍이 사빈의 모래를 내륙으로 이동시켜 형성된 것이다. 여름철에는 동풍 계열의 바람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태풍이 내습할 때 일시적으로 강풍이 불지만 그 기간이 긴 것은 아니며, 전반적으로 여름철 바람은 약하다. 제주도의 감귤원이 남사면에서는 해안 가까이에도 조성되어 있지만, 북사면에서는 감귤 주산지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중산간 지역에 있는 것도 바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제주 지역에서는 바람을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주의 풍력발전소는 환경 친화적인 자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석 연료의 사용량과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경감시키고, 전력을 생산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해 주고 있으며,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바람

 

 

 

순우리말 샛바람은 동풍, 하늬바람은 서풍, 마파람은 남풍 그리고 높바람은 북풍을 뜻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샛, 하늬, 마, 높 등이 왜 동ㆍ서ㆍ남ㆍ북의 뜻하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 우선 샛바람은 새벽, 샛별 등의 단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원 추적을 하면 ‘새벽’은 날이 밝는다는 뜻이 아닌 동쪽이 밝아온다는 뜻이다. 그리고 금성을 의미하는 ‘샛별’도 ‘잠깐 떳다가 지는 별’이 아닌 동쪽에 뜬 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자! 지금까지의 설명에는 동쪽을 의미하는 ‘새’ 자가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바로 샛바람 할 때의 ‘새’도 동쪽을 뜻하고 있다. 국어학자들은 하늬바람 할 때의 하늬에 대해서는 ‘하늘’의 뜻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서풍을 하늘바람으로 불렀을까? 이 대목은 기상학적인 면을 살펴봐야 한다.

기상학상 한반도는 늦가을부터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따라서 서풍이 불어온다는 것은 시베리아 고기압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런데 시베리아는 한반도에서 멀리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선조들은 서풍을 먼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생각했다. 하늘바람에 ‘ㄹ음 탈락현상’이 일어나면서 하늬바람으로 변했다.


남풍을 뜻하는 마파람을 이해하려면 다소 의외지만 우리나라 집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집들은 대개의 경우가 남향을 향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개념이라면 남쪽과 앞은 등가의 말이 된다. 그런데 남쪽을 뜻하는 순우리말로는 ‘마’라는 단어가 있다. 잘 이해가 안되면 마당, 이마 할 때의 ‘마’를 생각하면 된다. 이때의 ‘마’도 앞쪽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마파람은 맞바람이 변한 말임을 알 수 있다. 북풍을 나타내는 높바람은 지형과 관계가 있다. 선조들은 북쪽은 뒤가 되고 또 산이 높은 지역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높은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생각해, 높바람이라고 불렀다.


노래 중에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이라는 가사가 있다. 흔히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라고 한다. 글자는 같은데 뜻이 전혀 다른 말을 일컫는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어휘 게임을 하면서 동서남북의 순우리말이 무엇인지 맞추기를 하면 거의 맞추는 사람이 없다. 또한 벽(壁)의 순 우리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역시 아는 학생이 없다. 그런데 ‘내로남불’의 뜻을 아느냐고 물으면 틀리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 ‘바람피다’가 맞는지, ‘바람피우다’가 맞는지 물으면 또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말은 이렇게 동음이의어가 많다. 한자의 영향도 있지만 우리말의 표현 방법이 다양함을 말해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동풍을 우리말로 ‘샛바람’이라고 한다. 동쪽에 뜨는 새벽별도 ‘샛별’이라고 한다. 향가의 한 구절에 ‘새벌 밝은 달 아래’라고 하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새벌(서라벌)’이 동쪽 벌판을 말한다. 이런 단어들을 통해 우리는 동(東)의 순우리말이 ‘새’라는 것을 유추할 있다. 이어서 서풍은 ‘하늬바람(갈바람)’, 남풍은 ‘마파람’, 북풍은 ‘된바람’이라고 한다. 그러니 ‘갈마바람’이라고 하면 ‘남서풍’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된하늬바람은 ‘서북풍’이다. 이는 주로 뱃사람들이 사용하던 용어지만 우리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추론해 보면, 서쪽은 ‘하늬(갈)’, 남쪽은 ‘마(앞바람도 마파람이라고 한다. 주로 남쪽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북쪽은 ‘되’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중국사람을 ‘떼놈’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되놈’이라고 해야 한다. 일사후퇴 때 중국에서 떼로 몰려왔다고 해서 떼놈이라고 한다는 민간어원설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아니고 북쪽에서 온 사람이라고 해서 ‘되놈’이라고 했는데 발음이 강해져서 ‘떼놈’이라고 이르게 된 것이다. 과거에 ‘놈’은 사람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였다. 훈민정음에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놈이 많구나.”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놈’은 보통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북풍은 순우리말로 ‘된바람’이고 북쪽에서 온 사람은 ‘되놈’이다.

 

이 바람(풍(風)을 막아주는 벽도 우리말로 ‘바람(ᄇᆞᄅᆞᆷ)’이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벽의 우리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이상한 대답만 한다. 그러다가 ‘베람빡’이라고 하면 대충 눈치를 챈다. 경상도나 함경도에서는 ‘벨빡, 베루빡’이라고 하고, 연변의 조선족들은 ‘바람벽’이라고 한다. 이것은 ‘바람 壁’을 붙여서 발음한 것에 불과하다. “역전앞에서 만나자.”고 할 때 전(前)과 ‘앞’을 동시에 쓴 것과 같다. 그러므로 ‘바람’이라고 하면 되는데 벽(壁)을 같이 발음한 것이고, 이것이 다시 변하여 ‘바람벽>베람박> 베루빡’과 같이 굳어져 마치 순우리말처럼 들리게 되었다. 그러니 벽의 순우리말은 ‘바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이 ‘바람’은 사어(死語)가 되어가고 있다. 일부지방의 방언으로만 존재할 따름이다. 원래 여기서 ‘발암(바람)’이라고 할 때 ‘발’은 ‘흙’의 뜻이다. 과거에는 주로 벽을 흙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벌’(벌판), 그리고 ‘밭(田)’과 같은 어원을 지니고 있다.

 

끝으로 요즘 유행하는 ‘바람’이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이라고 하는 그 ‘바람’이다. 이 바람은 ‘피는 것’인가 ‘피우는 것’인가? 독자들도 잠깐 헷갈릴 것이다. “꽃이 피다”라는 문장과 “꽃을 피우다”라는 문장을 비교하면 쉽다. 이 문장들을 비교해서 “꽃을 피다”라고 하면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꽃이)피다’라는 단어는 목적어를 취하면 이상하게 보인다. 그러나 “소란을 피우다”라는 문장을 보면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것을 자동사와 타동사라고 한다.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동사가 타동사이다. 그러므로 로맨스든 불륜이든 간에 ‘바람 피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피우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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