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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골로 가다의 어원자료_사람이 죽으면 깊은 골에 묻힌다

by 61녹산 202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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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로 가다 : 죽다의 속된 표현

 

 

 

요즘 유행하는 골로족을 아십니까? 골로족은 욜로족(인생을 후회 없이 즐기자는 사람들)처럼 살다가는 골로 간다고 하여 최대한 돈을 아끼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는 젊은이들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는 골로 가다의 골로에 접사 '족(族)을 결합한 최신어로 제법 흥미롭다.

 

골로족이라는 말의 근간이 되는 골로 가다는 죽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골로 가다니 그럼 골은 무엇인가? 여러 어원사전에서는 골을 관(棺 널관)을 뜻하는 옛말로 본다. 골을 그렇게 보면 골로 가다는 관 속으로 들어가다가 된다. 죽어서야 관 속으로 들어가므로 관 속으로 들어가다가 죽다는 비유적 의미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관(棺)은 한정된 공간이기에 棺의 골을 이용한다면 골로 들어가다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이러한 어원설은 좀 의심스럽다.

 

또한 인터넷 공간에서는 골을 관용구 고택골로 가다에 쓰인 고택골에서 고택이 생략된 어형으로 보고 있다. 고택골은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에 해당하는 마을의 옛 이름인데, 이곳에 공동묘지가 있었다고 한다. 공동묘지가 잇는 고택골로 가는 것은 죽어서 묻히기 위한 것이므로 고택골로 가다에 얼마든지 죽다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고택골로 가다에서 고택이 생략되어 골로 가다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좀 더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골로 가다의 골은 곡(谷, 골짜기)의 뜻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죽으면 대체로 깊은 골짜기에 묻혔고, 또 늙고 병들면 멀리 떨어진 골짜기에 버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골로 가다와 같은 의미의 관용구인 고택골로 가다, 북망산으로 가다에서 보듯, 가다의 목적어로 고택골, 북망산과 같은 무덤이 있는 구체적 장소 명사가 온다는 점도 골이 곡(谷)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시인 조지훈(1920~1968)은 <사꾸라 론 1964>에서 골로 가다의 골을 곡(谷)의 뜻으로 보되, 625 동란 때 인민군이 우익을, 국군이 좌익을 골짜기로 끌고 가 학살하거나 생매장하면서 생겨난 말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성립하려면 이 말이 625동란 이후부터 쓰인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이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정말 625동란 이후 쓰인 말인지 더 세심히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골로 가다’는 죽음을 뜻하는 말이다. 어원사전에서는 ‘골’을 ‘관(棺)’을 뜻하는 옛말로 보고 있다. 만약 ‘골’을 ‘棺’의 뜻으로 보면, ‘골로 가다’는 ‘관 속으로 들어가다’가 된다. 죽어서야 관 속으로 들어가므로 ‘죽다’라는 비유적 의미로 발전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소설가 이재운은 ‘골로 가다’가 비교적 최근에 생긴 표현이기 때문에 관(棺)을 뜻하는 옛말 ‘골’에 어원을 둔다고 보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골이 관을 의미하므로 ‘골로 가다’는 ‘관으로 들어가다’ 즉 ‘죽는다’는 의미라고 소개하였으며, ‘고택골로 가다’라는 말이 줄어서 ‘골로 가다’가 되었다는 설도 전했다. 고택골은 지금의 은평구 신사동에 해당하는 마을의 옛 이름인데, 이곳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죽어서 고택골로 갔다’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충북대의 조항범 교수는 ‘고택골로 가다’에 얼마든지 ‘죽다’라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날 수 있지만, ‘고택골로 가다’에서 ‘고택’이 생략돼 ‘골로 가다’가 될지 의심스럽다고 하면서 ‘골로 가다’의 ‘골’은 ‘곡(谷)’의 뜻이 아닐까? 사람이 죽으면 대체로 깊은 골짜기에 묻혔고 또 늙고 병들면 먼 골짜기에 버려졌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소설가 이재운은 골이 관에서 왔다는 설에 의혹을 제기했으며, 조항범 교수는 고택골이 골이 되었다는 설에 의문을 품으며, “‘골로 가다’는 ‘뒈지다’ ‘거꾸러지다’와 같이 속된 말이어서 함부로 쓸 수 없다. ‘돌아가다’ ‘눈을 감다’ ‘숨을 거두다’ 등과 같은 좋은 우리말 표현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골은 ‘관’에서 온 것이 아니고, ‘골짜기(골)’에서 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골짜기와 함께 골이 올라있다. 골짜기는 “산과 산 사이에 움푹 패어 들어간 곳.”이다. 안정효의 소설 '하얀 전쟁'에는

 

 “공중에서는 관측이 안 되는 깊숙한 골짜기에 자그마한 폭포가 있었고”

 

라는 표현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설악산은 골이 깊고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는 예문도 제시돼 있다.

그런데 골은 자연을 가리키는 말로만 쓰이지 않는다. ‘가슴골’이란 말은 “가슴 한가운데 오목하고 길게 팬 부분”을 가리킨다. 산과 산 사이가 움푹 팬 것처럼 젖무덤과 젖무덤 사이가 움푹 들어갔기 때문에 ‘가슴+골’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인간관계를 나타내는 관용적 표현으로서

 

“그들은 화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골이 깊어졌다.”

 

라고도 말할 수 있다. ‘골로 가다’는 속된 표현이니 ‘돌아가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자는 제안에 찬성한다. 다만, 뭔가 중요한 빠진 것이 있는 것 같아 사족을 단다. 소설가 이재운은 왜 이 말이 ‘비교적 최근에 생긴 표현’이라고 했을까?

“간밤에 김 생원이 돌아가셨어”

“에휴, 골로 가셨구만.”

좀 이상하다. 굳이 골로 갔다고 맞장구 칠 필요가 없다. 이런 식으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일상에서 ‘골로 가다’라는 표현은 상대를 협박(?)할 때 자주 쓴다. 

 

“너 자꾸 까불면 골로 가는 수가 있다.” 

“골로 가고 싶니?” 

“저런 쓰레기들은 다 골로 보내야 돼.” 

 

속된 표현을 넘어 공포와 전율을 느낀다. 그러면 왜 이런 식으로 표현하게 되었을까?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소설가 이재운이 말한 ‘최근’은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일 것이다.

 

 

골로 가다

 

 

 

해방 후 좌우의 대결 속에서 스러져 간 국가폭력의 희생자들, 즉 1948년 4월의 제주4.3항쟁, 한국전쟁 시기의 보도연맹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과 같은 천인공노할 역사의 현장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좌익으로 몰려 골짜기에 끌려가 죽임을 당했거나, 학살당한 후에 골에 버려졌다. 실제 좌익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희생자들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한 예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3만 명의 보도연맹원이 죽었는데, 그 중 실제로 좌익은 5분의 1이었다. 설령 좌익일지라도 재판 없이 처형한 것은 학살이었다. 부역혐의자들이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다. 

 

사건을 저지른 불량 정권은 그들의 만행을 소리 없이 덮고 싶었겠지만, 인구에 회자된 ‘골로 가다’라는 표현이 비극의 현대사를 증언하고 있다. 우리가 무심히 쓰는 ‘골로 가다’는 무고한 희생자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있다. 어원 분야의 전문가들이 긴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널리 퍼진 이 말의 사연을 굳이 설명하지 않은 것은 상기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한 탓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강요(?)된 침묵의 시대를 통과한 까닭도 클 것이다.

‘골로 가다’는 속된 표현이므로 ‘돌아가다’, ‘숨을 거두다’와 같은 말을 쓰는 것이 좋지만 이 말에 담긴 역사는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인 깊은 ‘골’을 찾아가는 것은 좋지만, 인간관계의 ‘골’은 파지 않는 것이 좋다. ‘가슴골’에 대해서는 취향과 선호가 다를 수 있으므로 언급을 회피한다.

골자기로 가는 것이 죽어서 묻히기 위해서거나 늙고 병들어 죽음을 맞기위해서라면, 또는 누구를 죽여서 묻기 위해서라면 골로 가다에 죽다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골로 가다는 뒈지다, 거꾸러지다와 같이 죽다에 대한 속된 말이어서 쓰기에 거북하다. 돌아가다, 눈을 감다, 숨을 거두다 등과 같은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편안한 죽음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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