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이라는 말은 모습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꼴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세모꼴이나 네모꼴과 같이 살려 쓰는 게 옳은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삼각형이나 사각형이라는 말이 한자어여서 꼴이라는 말을 썼을 것이다. 그런데 감정까지 가져오지 않아서 약간은 이상한 표현이 되어 버렸다.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꿀 때는 느낌에 대한 고려도 이루어져야 한다. 고유어를 살려 쓸 때도 마찬가지다. <시나브로>라는 말은 서서히 점점 사라진다는 말인데, 사람들이 점점이라는 말에만 집중하여 가게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가게가 점점 사라진다는 말이니 생각해 보면 심각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꼴이라는 말은 보통 ‘그런 꼴을 하고’나 ‘그 꼴이 뭐냐?’와 같은 표현에 사용된다. 모두 부정적이다. 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습이라는 표현은 중립적인데 꼴은 부정적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할 때, 꼴 보기 싫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를 아주 어렵게 표현하면 ‘꼴불견’이 된다. 이 표현은 우리말과 한자가 얼마나 밀접하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불견(不見)’이라는 한자어 표현이 합성되어 단어로 굳어진 예이다. 좀 예스런 표현으로는 ‘꼴사납다’가 있다. 모두 보기 싫다는 의미다. 사나운 개라고 할 때는 억세다는 의미도 있지만 좋지 않다는 의미도 있다.
꼴의 옛말은 <골>이었다. 예사소리가 된소리가 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꽃도 옛날에는 곶이었다. 골의 형태가 남아있는 어휘로는 몰골을 들 수 있다. <몰골>이라는 말도 <형태>라는 뜻으로 쓰인다. 물론 부정적일 때 주로 쓰인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는 표현을 보면 느낌을 알 수 있다. 몰골의 의미는 형태라는 뜻인데 몰골이 몸의 골과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사람의 전체적인 모습이라는 뜻이다.
낯을 의미하는 얼굴이라는 말은 예전에는 <얼골>이었다. 그런데 얼골이라는 말은 현재의 낯과는 뜻이 달랐다. 민간어원으로는 얼굴을 <얼이 담겨있는 굴>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틀린 것이다. 얼굴은 낯뿐 아니라 사람의 전체 형태라는 의미였다. 굳이 어원을 찾는다면 얼이 담긴 모습에서 출발할 수는 있겠다. 아무튼 얼굴의 얼도 우리가 아는 혼(魂)을 나타내는 ‘얼’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꼴을 더 나쁘게 표현할 때는 접미사를 붙이기도 한다. 좀 특이한 접미사기는 하지만 ‘-악서니’를 붙여서 <꼬락서니>라고 한다. 비슷한 말로는 ‘꼬라지’라는 말도 있다. 이 말들은 단독으로 쓰여도 기분이 나쁘다. 매우 부정적이 느낌을 담고 있다. 비속어라고 할 수 있다. <꼬락서니하고는>, <꼬라지하고는>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의 모습을 비꼴 때 많이 쓴다.
상대방의 모습을 비하하면서 쓰는 표현도 있다. 모습도 엉망인데 하는 일도 엉망이라는 뜻으로 <꼴값을 하다>라는 말을 한다. 모자란 자기 수준에 딱 맞는 행동을 한다는 의미로 비꼬면서 쓴다. <꼴에>라는 표현도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는 뜻으로 쓴다. 역시 비꼬는 말이다. 반면 <꼴좋다>라는 말도 칭찬은 아니다. 이미 부정적인 <꼴>과 함께 쓰였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 잘난 척을 하더니, 남을 무시하더니 그렇게, 그 모양이 되었다는 비웃음의 표현이다. 우리말에는 이렇게 <꼴>에 관련된 표현이 발달되었다고 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대부분이 부정적이고, 비꼬고, 비웃는 내용이어서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괜히 언짢아져서 싸울 수 있다. 주의해서 사용해야 할 어휘이다.
‘오리’는 ‘오릿과의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으며, 부리는 편평하다. 검둥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따위가 있다. 예문으로는 ‘오리를 치고 병아리를 길러서 알을 받고 한겨울 지내면 염소를 살 수 있단 말이야.≪선우휘, 오리와 계급장≫’가 있다. 변천 과정은 ‘오리<올히<월석>’이다. ‘목아지’의 ‘모가지’는 목’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목’은 ‘척추동물의 머리와 몸통을 잇는 잘록한 부분’이며, ‘경(頸)ㆍ경부(頸部)’라고도 한다.
한글 맞춤법 제20항 명사 뒤에 ‘-이’가 붙어서 된 말은 그 명사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붙임] ‘-이’ 이외의 모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은 그 명사의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 예를 들면, ‘꼬락서니, 모가치, 바깥, 사타구니, 싸라기, 지푸라기, 짜개’ 등이 있다.
‘꼬락서니’는 ‘겉으로 보이는 사물의 모양’이며, ‘사람의 모양새나 행태’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예문으로는 ‘비에 젖은 꼬락서니가 가관이다. 날림으로 만들어진 뗏목을 타고서 주걱 모양의 노를 휘저어 열심히 물장구를 치는 그 우스꽝스러운 꼬락서니는 미친놈으로 오해받는 것도 무리가 아닐 만큼 진기한 풍경이었다.’ 등이 있다.
‘모가치’는 ‘몫’에 ‘-아치’가 붙어서 된 단어이다. 따라서 본 규정을 적용하여 ‘목사치’로 적을 것이지만 사람들이 그 어원적인 형태를 인식하지 못하며, 또한 발음 형태도 [모가치]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관용에 따라 ‘모가치’로 적는다. 예문으로는 ‘몇 사람의 모가치만 남기고 나머지 물건들은 처분하였다. 이 재산을 제대로 못 지킬 것 같아서 이제 나도 이 재산 더 축나기 전에 내 모가치를 찾아서 쓰겠다는….’ 등이 있다.
‘사타구니’는 ‘샅’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샅’은 ‘두 다리의 사이.’를 말한다. 예문으로는 ‘샅 밑은 익을 대로 익은 홍시 감이 됐는지 얼얼하기만 할 뿐 별로 뜨거운 것을 모르겠다. 샅에서 요령 소리가 나고 궁둥짝에서 비파 소리가 나게끔 달려오는 동안에…. 그는 두 손을 사타구니 속에 찌르고 몸을 웅크리면서 작은아버지에게 갈까 말까 하고 망설였다. 그는 수리봉 쪽을 향해 사타구니까지 차오르는 여울목 물을 옷을 입은 채 철벙철벙 건너고 있었던 것이다.’ 등이 있다.
‘싸라기’는 ‘부스러진 쌀’을 의미한다. 예문으로는 ‘수탈이 심해 타작마당 쓸고 난 검부러기 속의 싸라기까지 골라 바쳐야 했다. 하루 품삯이 오 전, 십 전, 아니면 싸라기 됫박이나 얻어서 시래기죽이니 두만이가 뽐낼 만도 하지.’ 등이 있다. ‘지푸라기’는 ‘낱낱의 짚. 또는 부서진 짚의 부스러기.’을 말한다. 예문으로는 ‘타작을 하고 난 마당에는 지푸라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새끼를 꼬고 있었던지 옷에 묻은 지푸라기를 떨어낸다.’ 등이 있다. ‘짜개’는 ‘콩․팥 등을 둘로 쪼갠 것의 한쪽’을 일컫는다.
‘자꼬’의 ‘자꾸’는 ‘여러 번 반복하거나 끊임없이 계속하여’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사레가 들렸는지 자꾸 기침을 한다. 아이가 장난감을 사 달라고 자꾸 조른다. 말도 안 되는 일을 자꾸 우긴다.’ 등이 있다.
‘간지러워’의 ‘간지럽다’는 ‘무엇이 살에 닿아 가볍게 스칠 때처럼 견디기 어렵게 자리자리한 느낌이 있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부드러운 바람에 살갗이 간지러웠다. 겨드랑이에 손이 갈 때마다, 아기는 엄마의 손길이 간지러운 듯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등이 있다.
서울에서 공부하던 대학 시절, 천안 고향에 내려가면 우선 아버지께 인사를 올려야 했다. 그때 얼굴이 좀 수척해 보이면 근엄하신 아버지께서는
"어째 꼬닥서니가 그러냐?"
라고 걱정을 하셨다. 애정이 담긴 말씀이었지만 듣기에도 민망하고 속상했지만 특히 어머님이 고생하게 될가봐 더 죄송스러웠다. 그 이유는 꼬닥서니라는 말 때문이었다.
꼬닥서니는 꼬락서니의 충청도식 발음이고, 꼬락서니는 꼴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곧 비어(卑語)인 것이다. 비어가 섞여 있으니 철부지 아들은 아버지 말씀이 좀 거슬렸던 것이다. 거기에 아버지의 지엄하신 그 한 마디가 온 집안을 사골냄새, 한약 달임물 냄새로 진동케 만드니 어머니의 수고에 죄송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꼬락서니라는 말은 일찍부터 쓰였을 것이나 20세기 이전의 문헌에는 나타나지 않는다.이 말이 비어라 주로 구어에서 쓰였을 것이므로 우연히 문헌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꼬락서니는 사전으로는 <조선어사전 1938>에 처음 보인다. 그런데 이 사전에는 꼬라구니를 주표제어로, 꼬락서니와 꼴막서니를 표준어로, 꼬라구니와 꼴막서니를 비표준어로 정하고 있어 역전된 모습이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꼬락서니에 대해서는 대체로 꼴에 접사 '악서니'가 결합된 형태로 설명한다. 꼴은 15세기 문헌에 골로 나오며, 이때의 고은 사물의 모양새를 지시했다. 골이 꼴로 변한 뒤에 의미 가치가 떨어져 낮잡는 말(卑語)이 된 것으로 이해된다.
'악서니' 전체를 접사로 내세울 수 있는지는 좀 의심스럽다. 꼬락서니 외에는 이와 같은 접미사를 쉽게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악서니는 기원적으로 보면 접미사 '-악'과 '-서니'가 결합된 형태일 수 있다. 꼴에 먼저 접사 '악'이 결합되어 꼴악이 되고 다시 거기에 접사 '서니'가 결합되어 꼬락서니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꼴악의 흔적이 꼬락서니를 뜻하는 평북 방언 꼬락에 남아 있고, 접미사 '서니'가 철딱서니에서 확인된다.
그런데 현재는 꼬락서니보다 꼬라지라는 말이 더 일반적으로 쓰인다.
"네 꼬라지를 알아라."
라는 문장의 꼬라지를 꼬락서니로 대체하면 좀 어색한데, 그만큼 꼬라지의 의미 가치가 더 부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꼬라지는 방언형이니 마냥 쓸 수는 없으나 워낙 흔히 쓰이고 있어서 조만간 표준어의 자격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꼬라지는 꼴에 접사 '아지'가 결합된 어형이다. 여기서 아지는 모가지, 보라지(볼의 방언), 싸가지(싹수의 방언) 등에 보이는 아지와 같이 비하(卑下)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비하의 의미는 강아지, 망아지, 송아지 등에 보이는 아지가 갖는 작은 것이라는 의미에서 파생된 것이다. 작으면 하찮게 여겨지고 깔보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비하의 의미가 생겨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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