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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어깃장의 어원 : 문짝에 어긋나게 붙인 막대기

by 61녹산 2023.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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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깃장
어깃장

 

요즘은 흔히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통 가옥의 부엌문이나 광문 등에는 대각선 형태로 덧댄 띳장이 있다. 문짝이 비틀어지거나 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붙인 나뭇조각인데 이를 '어깃장'이라고 한다. 문짝에 어깃장을 부착하는 일을 '어깃장을 놓다' 또는 '어깃장을 치다'라고 한다. 

 

어깃장은 전통 가옥의 건축 용어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쓰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옛 문헌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특이하게도 20세기 초의 <조선어사전 1938>이나 <큰사전 1957>, <국어대사전 1961> 등에도 수록되어 있지는 않다.

 

어깃장은 띳장(널빤지로 만든 울타리나 문 따위에 가로로 대는 띠 모양의 나무)'라는 단어를 고려하면 '어기'와 '장' 사이에 사이시옷이 개재된 형태로 분석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여기서의 '어기'는 명사로 보기 어렵고 동사 '어기다'의 어간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동사 어간과 명사 사이에 사이시옷이 들어간 특이 형태의 단어가 된다. <조선어사전 1938>에서는 어기다를 (1) 지키지 아니하다, (2) 배반하다, (3) 틀리게 하다, (4) 어그러지게 뻐기다로 풀이하고 있는데 어깃장의 어기는 (4)의 어기다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갈림길'을 뜻하는 함북 방언 '어김길'의 '어김'을 통해서도 '어기다'가 '엇갈리다', '어긋나다'는 의미를 띠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어깃장의 장은 '띳장'을 비롯하여 '봇장(들보)', '빗장(문을 닫고 가로질러 잠그는 막대기)'등의 장을 고려하면 '막대기'를 뜻하는 한자 장(杖)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어기다'의 중세국어가 '어긔다'이고, '장(杖)'의 중세국어 한자음이 '댱'이므로 만약 '어깃장'이 중세국어에 있었다면 '어긔댱' 또는 이것에 사이시옷에 개재된 '어긧댱'이었을 것이다. 

 

 

으름장 어깃장
으름장 어깃장

 

그런데 어깃장을 치다나 어깃장을 놓다는 문짝에 어깃장을 부착하다라는 구체적인 의미보다 '순순히 따르지 않고 못마땅한 말이나 행동으로 뻗대다'라는 비유적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지시 의미가 크게 달라져 관용구로 굳어진 것이다. 나무 막대를 대각선으로 삐딱하게 치는 행위는, 그것을 수평이나 수직으로 치는 행위에 비한다면 분명 삐뚤어진 행위다. 그리하여 '어깃장을 놓다'나 '어깃장을 치다'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뻗대다와 같은 비뚤어진 행위와 관련된 비유적 의미가 생겨날 수 있다.

 

어깃장을 놓다나 어깃장을 치다가 비유적 의미로 변한 뒤에 관용구의 구성 요소인 어깃장도 그 관용구적 의미를 토대로 짐짓 어기대는 행동이라는 비유적 의미를 띠게된다. 추가 재정 부양에 어깃장, 노조 어깃장에 경영 정상화 묘연 등의 어깃장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이는 문짝에 대각선 형태로 덧댄 띳장이라는 그 본래의 의미와 비교하면 크게 다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협조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비협조적으로 나오거나 뭔가 좀 비딱하게 빗나가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가리켜서 보통 ‘어깃장을 놓는다.’ 이렇게 말하는데요, 여기서 나온 ‘어깃장’은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요?

나무로 가구를 많이 만드는데요, 나무는 시간이 흐르면 휘기도 하고 뒤틀리기도 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급 가구나 문을 만들 때는 질이 좋은 나무를 쓰기도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쉽게 휘지 않도록 미리 처리를 잘해서 쓰게 되지요. 그런데 옛날 가옥의 광이나 부엌의 문은 방문이나 대문에 쓰는 나무와는 다르게 질이 별로 좋지 않은 나무를 썼다고 합니다.

질이 좋지 않은 나무로 만든 문이 비바람과 햇빛에 노출되니까 비틀어지거나 휘는 일이 흔했겠지요. 그래서 이런 비틀림이나 휘는 것을 막으려고 문에 대각선으로 나무를 덧붙였는데, 바로 이 나무를 ‘어깃장’이라고 한 것입니다.

대각선으로 붙여진 ‘어깃장’의 모양에서 나온 표현이 바로 ‘어깃장을 놓다’입니다. 그래서 ‘어깃장을 놓다’는 어떤 일을 어그러지게 한다거나 바로 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훼방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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