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은 나비와 외양이 흡사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나비보다 몸이 더 통통하고, 몸에 인분(鱗粉)이 덮여 있는 등의 뚜렷한 외양적 차이가 있다. 그리고 나비는 낮에 활동하지만 나방은 주로 저녁에 활동한다. 옛 문헌에서는 '나비'를 '접(蝶)'으로 '나방'을 '아(蛾)'로 구분하고 있어서 일찍부터 서로 다른 곤충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접(蜨)'에 대한 고유어 '나비'는 15세기 문헌에 '나배(아래아)'로 보이지만, '아(蛾)'에 대한 고유어 '나방'은 20세기 이후 문헌에나 보인다. <훈몽자회 1527>에서는 '접(蝶)'과 '아(蛾)'에 공히 '나배(아래아)'를 대응하고 있어 '나배(아래아)'가 지금의 나비와 나방을 아울러 지시했음을 추정하게 해준다. 20세기 초 문헌인 <초학요선 1918>에서도 "아(蛾) 누에나븨 아"라 하여 '나배(아래아)'의 변화형인 '나븨'를 '나방'의 뜻으로 쓰고 있다. 현재 북한의 문화어에는 '나방'이 없고, 이것까지 '나비'가 아우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추론해 보면 '나방'이라는 말은 비교적 최근에 남한에서 만들어진 말로 추정된다.
나방은 <동아일보 1957년 7월 10일> 자 기사에서 처음 확인된다. '독'을 품은 '나방'이 출현하자 신문에 독나방과 관련된 기사가 연이어 나오면서 비로소 나방이 등장한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특이하게도 독나방 옆에 '毒나비'라는 단어를 작은 글자로 병렬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나방과 독나비가 같은 뜻임을 밝히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 이는 나방과 나비가 같은 뜻이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나방이 사전으로는 <국어대사전 1961>에 처음 올라 있으며, 여기서도 나비와 나방을 동의어로 보고 있다.
나방의 어원은 나비의 어원을 검토함으로써 풀릴 수 있다. 나비의 15세기 어형인 '나배(아래아)'는 동사 '납다(날다)'의 어간 '납-'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가 결합된 어형으로 분석할 수 있다. 동사 '납다'는 문헌에 나타나지 않지만, 중세국어 '나밧(아래아)기다(나부끼다)'나 현대국어 '나부대다, 나불거리다, 나불나불, 나붓거리다' 등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납다'는 날다에 밀려 이미 15세기 이전에 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납다의 의미를 고려하면 나배(아래아)는 나는 것 정도의 의미를 띤다. 나비는 이곳저곳 나불나불 잘도 날아다니는데, 이러한 특성에 초점을 맞춰 '나배(아래아)'라 명명한 것이다. 나배(아래아)는 나븨를 거쳐 현대국어 나비로 이어졌다. (나배(아래아) > 나븨 > 나비)
나방은 나비가 동사 납다에서 파생된 명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납다의 어간 '납-'에 접미사 '-앙'이 결합된 어형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나방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말이라면 동사 납다가 일찍이 사라진 말이라는 점에서 '납-'이 아니라 '나비'를 이용하여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곧 나비에 접미사 '-앙'이 결합된 나비앙이 줄어들어 나방으로 된 것이라는 설명이 타당하다. 나방을 이것에 접미사 '-이'를 덧붙여 '나방이'라고도 한다.
덧붙여 나비'라는 말은 "나불나불 거리며 날다.”에서 나온 말로서 '낣이(날비)'가 그 어원입니다. 문헌상의 근거로 두시언해(杜詩諺解, 1481년)에서는‘나뵈'또는‘나비'로 쓰였으며, 훈몽자회(訓蒙字會, 1527년)에는 '나뵈'로 숙종시절(1675~1720년)의 시몽언해물명(時夢諺解物名)에서는 ‘남이'로 쓰이다가 그 후로는 ‘나븨'혹은 ‘나비'로 불러오다가 현재 ‘나비'가 표준말이 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부 지방에서는 나부, 나베 등으로도 불린다.
나방이 나비무리의 90%를 차지한다(우리나라 나비 260여종, 나방 3,500여종). 나방은 대부분 밤에 활동하고 앉을 때 날개를 펴고 앉는다. 더듬이 모양이 빗살 모양이거나 끝이 뾰족하며 비늘조각 또한 끝이 뾰족하다. 나비는 앞뒤 날개를 따로 움직여 날지만 나방은 앞뒤날개를 “날개가시”로 연결하여 난다. 나비, 나방 모두 갖춘탈바꿈(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 한다. 보통 나방의 애벌레들이 알에서 깨어 나오면서부터 애벌레로 성장하며 먹는 양은 어마 어마하다. 번데기가 되기 전까지 처음 체중의 최고 팔 만배 이상 성장하지만 정작 어른벌레 때에는 입이 퇴화되어 먹지 않는 종이 많다. 나방은 수컷과 암컷의 더듬이가 다르다. 암컷의 더듬이는 단순하지만, 수컷의 더듬이는 마치 깃털처럼 정교한 모양이다. 나방은 날기전에 몸을 흔들어서 열을내어 체온을 높인뒤 난다. 비는 짝을 날개의 무늬를 눈으로 보고 찾고, 나방은 냄새를 맡아 찾는다. 나방은 달의 위치와 자신이 날아가는 방향의 각도를 늘 직각이 되도록 유지한다. 하지만 인공불빛은 무척 가까워 조금만 날아도 위치가 달라져 비행각도를 유지하기위해 자꾸만 방향을 바꾸며 그러다 보니 소용돌이속에 빠져들어 점점 불빛에 다가간다. 낮에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나방은 꽃에서 꿀을 빠는 곤충세계의 벌새라고 하는 “꼬리박각시”이다. 박각시류는 다른 나방에 비해 몸이 뚱뚱하고 날개가 좁지만 날개와 가슴근육이 발달하여 날면서 멈추고 돌거나 수평을 유지하며 급가속, 급정지도 할 수 있다. 나방은 고치를 만든다. 번데기가 되기전 입에서 뽑은 실로 번데기방(누에고치-명주실)을 만드는 누에나방으로는 참나무산누에나방, 유리산누에나방,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가장 아름답다) 등이다. 나방중에는 나비보다 빛깔이 곱고 무늬가 멋진 종들이 많다. 다만 서식하는 곳에 따라 색깔이 다를 뿐이다. 나방의 천적은 새이다. 그런데 새는 밤눈이 어둡다. 그래서 나방은 주로 밤에 활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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