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프로그램에서 ‘딱밤’을 때리고, 맞는 장면을 가끔 본다. 그 장면을 보다보면 어릴 적 ‘수업시간에 장난치다’, ‘운동장에서 여학생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다’ 선생님에게 걸려 ‘땡꼬’를 맞던 일이 생각난다. ‘땡꼬’는 ‘꿀밤’의 영남 사투리다. 지역에 따라 ‘땅콩’ ‘딱콩’ ‘땡콩’이라고도 하는데 모두 방언이다.
‘꿀밤’과 ‘딱밤’의 차이는 뭘까? 누구는 주먹으로 때리느냐, 손가락으로 때리느냐의 차이라고 한다. 그럴듯하지만 아니다. ‘꿀밤’은 국어사전에 있는 말로 표준어 대접을 받지만, ‘딱밤’은 사전에 없는 말이란 것이다. 국립국어원 ‘묻고답하기’ 코너에도 ‘딱밤’의 표준어로 ‘꿀밤’이나 ‘알밤’을 제시하고 있다.
‘꿀밤’이나 ‘알밤’은 ‘주먹 끝으로 가볍게 머리를 때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꿀밤’은 ‘주다’ ‘맞다’ ‘때리다’와 잘 어울리지만 ‘알밤’ 뒤에는 주로 ‘먹이다’ ‘주다’가 온다. ‘딱밤’은 사전에 없는 말이므로 쓰지 말아야 할까? 사전에 없다고 해서 모두 비표준어인 것은 아니다. 우리말법에서 벗어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쓰면, 그 단어가 사전에 있든 없든 바른말이라는 게 글쓴이의 생각이다. ‘딱밤’과 ‘꿀밤’은 말이 주는 느낌이나 말맛도 많이 다르다. 가을 하늘이 더없이 높고, 아름다운 요즘이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알밤답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태권도 손 공격기술의 하나로 사용하는 밤주먹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먹는 밤(栗)처럼 생겨서 붙여진 것으로 알았다. 국기원에서 발간한 태권도 용어사전에는 밤주먹은 꿀밤을 먹일 때처럼 검지나 중지를 튀어나오게 해서 주먹을 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밤주먹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꿀밤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꿀밤은 주먹 끝으로 가볍게 머리를 때리는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구부린 손가락 마디 끝으로 머리를 쥐어박는 행위를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라고 표현한다. 2019년 5월31일 문화일보에 연재된 조항범 충북대 국문과 교수의 어원이야기 ‘꿀밤’에서 ‘ ‘꿀밤’은 ‘굴밤’에서 온 말이며, ‘굴밤’은 ‘졸참나무의 열매’를 가리킨다. 곧 ‘굴밤’은 ‘도토리’의 일종인 것이다. ‘졸참나무의 열매’가 ‘굴밤’이어서 ‘졸참나무’를 ‘굴밤나무’라고도 한다. ‘굴밤’의 ‘굴’은 ‘밤(栗)’을 뜻하는 일본어 ‘kuri’와 어원적으로 관계가 있어 보이나 확신할 수는 없다. 반면 ‘밤’은 ‘栗’의 뜻인 것이 분명하다. ‘굴참나무’에 달리는 도토리가 밤톨처럼 크게 생겼기 때문이다. ‘굴밤’은 일부 지역에서 어두음이 된소리로 바뀐 ‘꿀밤’으로 나타난다. 방언형인 ‘꿀밤’이 ‘굴밤’과 함께 1920년대 이후 신문 기사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한때 중앙어에서 두 단어가 졸참나무의 열매 이름으로 함께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국어대사전’(1961)이후 사전에서는 ‘꿀밤’을 ‘굴밤’의 방언형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꿀밤’은 ‘먹이다, 주다’ 등과 어울려 나타나면서 의미 변화가 일어나면서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와 같은 표현 속의 ‘꿀밤’은 ‘졸참나무의 열매’가 아니라 ‘주먹 끝이나 살짝 더 튀어나오게 한 중지(中指)’를 뜻하게 됐다고 한다. ‘꿀밤’에 이런 의미가 생겨난 것은 머리를 쥐어박기 위해 취한 주먹이나 손가락의 모양새가 ‘졸참나무’의 열매인 ‘꿀밤’과 닮아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꿀밤’은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가 갖는 행위적 의미에 영향을 받아 다시 ‘주먹 끝이나 구부린 중지로 가볍게 머리를 때리는 짓’이라는 행위적 의미로 변하게 된 것이다.
태권도에서 밤주먹은 ‘꿀밤’에서 ‘꿀’자를 빼고 쓴 말인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태권도 용어 정립을 위한 TF 정기회의 결과보고회에서 ‘솟음주먹’을 이전 용어인 ‘밤주먹’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밤주먹은 한국, 중국, 일본 등 한자어권에서 무술용어로 쓰는 중지일본권(中指一本拳)이라는 말과 의미적으로 똑같다. 주먹을 쥔 상태에서 가운뎃손가락의 관절부분을 밀어 올리듯이 돌출시킨 주먹이라는 뜻이다. 정확한 모양은 주먹을 쥐고 엄지에 힘을 주며 십지 및 중지를 감싸고, 중지의 관절 뼈 혹은 십지의 관절 뼈를 약간 치켜 세우는 것이다.
밤주먹의 특징은 한점에 타격이 모이는 만큼 강하고 날카롭게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 주로 인중, 관자놀이, 턱 안쪽 급소와 늑골 틈새 등의 오목한 곳을 노린다. 중지 대신 검지를 세우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집게 밤주먹이라고 말한다.
어른의 권위가 있던 시절에는 내 자식이든 남의 자식이든 잘못을 저지르거나 얄밉게 굴면 구부린 손가락 마디 끝으로 머리를 쥐어박을 수 있었고, 자연스러운 오히려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이러한 행위를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라고 했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시절이라서 이러한 표현이 잘 쓰이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다행이고 인권에 대한 인식이 고마울 정도로 성장했구나 싶어 고맙기까지 한다. 물론 우리네 삶에서 정과 덤 문화가 사라지는 것같아 아쉽고 안타깝지만 분명 옳은 길을 가고 있다. 꿀밤이 먹이다, 주다와 어울려 나타나므로 먹을 수 있고 또 남에게 줄 수 있는 근사한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나, 이는 꿀처럼 달기까지 한 맛 조은 대상은 아니다.
'꿀밤'은 '굴밤'에서 온 말이고, '굴밤'은 졸참나무 열매를 가리킨다. 곧 '굴밤'은 '도토리'의 한 종류다. '졸참나무의 열매'가 '굴밤'이어서 '졸참나무를 '굴밤나무'라고도 한다. '굴밤'의 '굴'은 '밤[栗]을 뜻하는 일본어 '구리'와 어원적으로 관련이 있어 보이나 확신할 수는 없다. 반면 '굴밤'의 밤은 '율(栗)'의 뜻인 것이 분명하다. '굴참나무'에 달리는 도토리가 밤톨처럼 크게 생겨서 '밤'의 일종으로 본 것이다.
'굴밤'은 일부 지역에서는 어두음이 된소리로 바뀐 '꿀밤'으로 나타난다. 물론 '구람'으로 나타나는 지역도 있다. '굴밤'이 '구람'이 된 것은 '알밤(밤송이에서 빠지거나 떨어진 밤톨)'이 '아람'이 된 것과 같다. 방언형인 '꿀밤'이 '굴밤'과 함께 1920년대 이후 신문 기사에 적지 않게 나오는데, 그렇다면 한때 서울말에서 두 어형이 졸참나무의 열매 이름으로 함께 쓰였다고 볼 수 있다.
<국어대사전 1961> 이후 사전에서는 '꿀밤'을 '굴밤'의 방언형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굴밤'이 열리는 '꿀밤나무'도 방언형이 된다. 그런데 번안 동요에 나오는
"커다란 꿀밤 나무 아래서"
의 꿀밤나무는 'chestnut tree'를 번역한 것이어서 '굴밤나무'와는 무관한 것이다. 그래서 두 단어를 띄어 쓰고 있다. '밤' 종류에 '꿀밤'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여기서의 '꿀밤'은 단순한 번역어에 불과해 보인다.
'굴밤'의 변화형인 '꿀밤'이 동사 '먹이다, 주다' 등과 어울려 쓰이면서 의미에 변화가 일어났다.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와 같은 표현 속의 '꿀밤'은 '졸참나무의 열매'가 아니라 '주먹 끝이나 살짝 더 튀어나오게 한 중지(中指)'를 뜻한다. '꿀밤'에 이러한 의미가 생겨난 것은 머리를 쥐어박기 위해 취한 주먹이나 손가락의 모양새가 졸참나무의 열매인 굴밤과 닮아서다.
꿀밤은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가 갖는 행위적 의미에 영향을 받아 다시 주먹 끝이나 구부린 중지로 가볍게 머리를 때리는 짓이라는 행위적 의미로 변한다. 곧 대상적 의미가 행위적 의미로 변한 것이다. 이렇게 의미가 크게 변함으로써 굴밤(졸참나무의 열매)과의 인연은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꿀밤이 주먹 끝이나 구부린 중지로 가볍게 머리를 때리는 짓이라면 알밤은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는 짓이다. 알밤 또한 알처럼 생긴 밤이라는 의미에서 주먹이라는 의미로 변했다가 그 주먹으로 쥐어박는 짓이라는 의미로 변했다. 꿀밤과 알밤이 동일한 의미 변화의 길을 걸은 것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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