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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야코, 에누리, 사리 : 일본말처럼 보이는 우리말 3총사

by 61녹산 2024.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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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

 

 

 

"한 번은 출판사에 글을 넘기고 두 다리 쭉 펴고 지내고 있는데, 1차 교정 본이 나왔다고 살펴보라고 주기에 내가 '야코죽다'라고 쓴 부분을 모두 '기죽다'로 바꿔 놓은 겁니다. 출판사 담당자에게 당연히 따졌죠.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야코는 일본말 아니냐'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 '순우리말'이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사전을 찾아보고 나서 다시 원래 수정전 원고로 돌려놓았습니다."

 

한 국어학자의 에피소드다. 이처럼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사실은 순우리말인데도 평소에 잘 쓰지 않아서, 또는 뉘앙스가 우리말 같지 않아서 마치 외래말인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더러 있다. 특히 그 형태가 마치 일본말 비슷해 그런 줄 알고 애써 다른 말을 찾는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 벌어지기에 이를 암기하기 쉽게 3총사(3가지)로 정리해 보자.

 

첫째, 야코죽다는 말이다. ‘야코’는 ‘콧대’를 속되게 이르는 순우리말이다. ‘야코죽다’는 ‘기죽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둘째, '에누리(값을 깎는 일)'도 의외로 일본말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에누리는 

 

 

에누리

 

 

 

"1만 원짜리를 에누리해 5천 원에 샀다."

"그의 말에는 에누리가 좀 많다."

 

와 같이 실제보다 보태거나 줄이는 일을 나타낼 때도 쓰이는 순 우리말이다. 

 

마지막으로, 사리가 있는데

 

 

사리

 

 

 

"아줌마, 여기 국수 사리 하나 더요."

 

라고 할 때 사리도 일본말이 아니다. 국수나 새끼, 실 따위를 둥그렇게 감은 뭉치를  뜻하는 '사리'도 고유어이므로 쓰는 데 전혀 망설일 필요가 없다. '모꼬지'로 우리가 살려 써야 할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

 

20세기 초 이상화가 <백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발표한 초기 시 '나의 침실로'의 시작 부분이다. 여기 나오는 '목거지'가 몇 년 전부터 일부에서 MT(Membership Training)를 대신하는 말로 쓰이는 '모꼬지'이다. 놀이나 잔치 따위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뜻한다. 요즘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모둠'이란 말을 쓰는데 둘 다 어원적으로 '모도다(會)'에서 온 말이다. 

 

인터넷 신조어 같은 '구라'나 '따까리'도 고유어다. '구라'는 '거짓말'을 속되게 이르는 말일뿐 엄연히 표준말이면서 순우리말이고,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맡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따까리'도 마찬가지다. 다만 속된 말이므로 가려 쓸 필요가 있다. 

 

희미하여 확실하지 못한 것을 두고 '애매(曖昧)하다'라고 한다. '모호(模糊)'도 같은 말이다. 각각 홀로 쓰이며 힘주어 말할 때는 '애매모호하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애매'는 일본식 한자어이니 '모호'만 써야 한다는 주장이 꽤 널리 퍼져 있는데 이는 근거 없는 왜곡된 주장이다. 다만 우리말에는 한자어 '애매하다'란 말 외에 '애꿏다, 억울하다'란 뜻으로 쓰이는 순우리말 '애매하다'가 있다. 

 

"애매한 법규가 애매한 사람 잡는다(모호한 법규가 애꿏은 사람 잡는다)"

 

고 했을 때 앞뒤에 쓰인 '애매한'은 서로 다른 단어란 것을 구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광복 이후 일본말 찌꺼기 추방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많은 성과를 올린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뒤안길에는 원래부터 써 오던 순우리말이거나 한자말임에도 불구하고 잘못 알려져 부당한 대우를 받는 말도 상당수 존재한다. 일종의 역차별인 셈이다. 아름다운 우리말은 자꾸 써야지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이어갈 것이다. 

 

구라 : 거짓말을 속되게 이르는 말

따까리 :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맡아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모꼬지 :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

야코죽다 : 기죽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

에누리 : 물건 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 또는 그 물건 값. 값을 깎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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