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명품(名品)’이라고 하는 제품들은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까 적은 돈으로 명품의 느낌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짝퉁’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짝퉁’이라는 말은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제품들을 보면 얼마나 정교하게 잘 만들었는지 진품과 구별하기가 힘들 정도라고 하는데, 이와 같이 꾸미거나 고친 것이 전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으로 ‘감쪽같다’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감쪽같이 사라지다.’라든지 ‘상처가 감쪽같이 아물었다.’와 같이 사용할 수 있겠지요. ‘감쪽같다’와 마찬가지로 ‘깜쪽같다’ 같은 표현도 많이 들을 수 있는데, 이것은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은 표현이다. ‘명품’이라는 말과 관련해서 ‘명품을 부러워하는 인생이 되지 말고 자신의 삶이 명품이 되게 하라.’라는 말은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 불빛이나 별빛 같은 것이 잠깐 어두워졌다 밝아지는 모양이라든지 기억이나 의식 같은 것이 잠깐 흐려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로 ‘깜박’이라는 단어가 있다. ‘불빛이 깜박인다.’ 또는 ‘깜박 잊고 있었다.’와 같이 사용할 수 있는데요, ‘깜박’이라는 말은 ‘깜빡’이라고 해도 같은 뜻이 되면서 ‘깜박’보다는 조금 더 센 느낌을 줍니다. 그러므로 앞서 말씀드린 ‘감쪽같다’와 ‘깜쪽같다’의 관계와는 달리 ‘깜박’과 ‘깜빡’은 모두 맞는 표현입니다.
최근 모 일간지에 '감쪽같다'의 어원에 관한 글이 올라와 반가운 마음에 찾아 읽은 적이 있다. 이 글에서는 대중에 널리 퍼져 있는 '곶감 쪽과 같다'에서 온 것이라는 설은 물론이고 '감접과 같다'에서 온 것이라는 설도 함께 비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떤 원로 국어학자가 주장한 것이라 하며, '여성의 쪽과 같다'에서 온 것이라는 다소 외설적인 주장을 새롭게 제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설은 '여성의 쪽'이 부부관계를 한 후에도 별다른 흔적이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쪽'은 아마도 말하기 거북한 여성의 은밀한 신체 부위, 주로 생식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여성'을 뜻하는 '감'이나 여성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지시하는 '쪽'이라는 단어가 확인되지 않고, 또 일상어를 만드는 데 입에 올리기 민망한 여성의 주요 부위와 관련된 단어를 이용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설은 전혀 설득이 되지 않는다. 상상력이 지나쳐 어원 해석이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다. 어원 해석에서 상상력은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고급진 영역이 바로 어휘론 분야의 학문적 특성이다.
'감쪽같다'의 어원설에서 가장 유력한 '감접과 같다' 설을 다시 한번 주장하고 싶다. 감나무 가지를 '고욤나무' 동아리 대목(臺木 접을 붙일 때 그 바탕이 되는 나무)에 붙이고 끈으로 칭칭 감아둔 채 한참 있으면 고욤나무와 감나무가 밀착되어 접을 붙인 표시가 나지 않으므로 얼마든지 '감접'을 붙인 것처럼 흔적이 없는 상태를 '감접과 같다'라 표현할 수 있다고 여전히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감접과 같다'가 '감접같다'로 어휘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조어과정이다.
그렇다면 '감접같다'가 실재했는지가 관건이 될 터이다. '감접같다'가 <조선말큰사전 1947>에 '감쪽같다'에 대한 비표준어로 제시되어 있고, 또 이것이 현재 전라 방언에 '감쩝같다'로 흔적이 남아 있어 그 존재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몇몇 사전에서 '감쪽같다'가 '감접같다'에서 유래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사전의 설명에 조금 윤색을 하는 차원에서 나온 '감접같다' 설을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감접같다'가 '감쪽같다'로 변하는 과정은 음운론적으로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감접같다'가 '감쩝같다'로 변한 뒤에 'ㅂ'이 'ㄱ'에 동화되어 '감쩍같다'로 변하고, 이것이 모음조화에 의해 '감쪽같다'로 변했다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신문에 '감쩍가치'라는 부사가 많이 나와 변화의 중간 단계 어형인 '감쩍같다'가 있었음이 이로써도 입증된다. (감접같다>감쩝같다>감쩍같다>감쪽같다)
“정수리에 감쪽을 붙인 꼴이라는 천생 시골 백정의 딸이야.”
‘감쪽’이라는 말이 소설 <임꺽정>에서 보듯 ‘곶감의 쪽’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을 보면, ‘감쪽같다’를 ‘맛있는 곶감의 쪽을 재빨리 먹듯이 날쌔다’의 뜻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은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다’와 같은 긴 표현이 ‘감쪽같다’와 같은 짧은 표현으로 줄어들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감쪽’이 ‘곶감 쪽’이라 해도 ‘감쪽같다’가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다’라는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다’에서 ‘감쪽같다’의 어원을 찾은 것은 ‘감쪽’을 ‘곶감의 쪽’으로 정해 놓고 꿰어 맞춘 느낌이 든다. 한편, ‘감쪽’을 ‘감을 쪼갠 한 부분’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감쪽같다’의 어원을 ‘감쪽을 맞추어 놓은 것과 같다’에서 찾기도 한다. ‘감’을 자른 뒤에 그쪽을 다시 맞추어 놓으면 쪼갠 흔적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아무런 표가 나지 않는데 그에 착안하여 ‘감쪽같다’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또 ‘남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아무런 표가 없다’라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감을 쪼갠 부분’을 뜻하는 ‘감쪽’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고, ‘사과쪽’이라든지 ‘배쪽’이라든지 하는 비슷한 단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면 ‘감쪽’을 ‘감을 쪼갠 한 부분’으로 이해한 뒤 그것에 기대어 ‘감쪽같다’의 유래를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더군다나 ‘감쪽을 맞추어 놓은 것과 같다’라는 긴 표현이 줄어들어 ‘감쪽같다’라는 짧은 표현이 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면 이러한 설명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감쪽’의 어원은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감쪽’이라는 단어가 왜 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감쪽’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이유가 혹시 이것이 다른 단어로부터 변형된 어형이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다.
그 다른 단어로 ‘감접’을 떠올릴 수 있다. ‘감접’이 변하여 ‘감쪽’으로 변했다고 보는 것이다. ‘감접’은 ‘감나무 가지를 다른 나무 그루에 붙이는 접’을 뜻한다. 대체로 감접은 ‘고욤나무’를 이용한다. 접을 붙일 때 그 바탕이 되는 나무를 ‘대목’이라는 하는데 ‘감접’의 경우는 ‘고염나무’가 대목이 된다. 고염나무 동아리 대목을 날카로운 칼로 벗긴 다음 눈이 달린 감나무의 가지를 붙이고 끈으로 칭칭 감아 두면 ‘고욤나무’와 ‘감나무’의 수액이 합쳐져 접이 붙는다. 접을 붙인 다음해에는 ‘고염나무’와 ‘감나무’가 밀착되어 접을 붙인 표시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감접을 붙인 것처럼 흔적이 없는 상태’를 ‘감접같다’라고 표현한다.
‘감접같다’가 <조선말큰사전>(1947)이나 그 이후의 몇몇 큰 사전에 당당히 실려 있다. 그리고 이들 사전에서는 ‘감접같다’에서 ‘감쪽같다’가 나왔다는 유래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다. 그리고 20세기 초에 쓰인 김동진(1927)이나 <朝鮮辭源漫談(3)>(1934) 등에서도 ‘감쪽같다’를 ‘감접같다’에서 나온 말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감접같다’가 ‘감쪽같다’로 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음운론적으로 그렇게 어렵지 않다. ‘감접같다’가 ‘감쩝같다’로 발음 난 다음 ‘쩝’의 받침 ‘ㅂ’이 ‘ㄱ’으로 교체되어 ‘감쩍같다’로 변하였을 것이다. ‘감쩍같다’가 <朝鮮語辭典>(1938), <조선말큰사전>(1947) 등에 표제어로 당당히 실려 있다. 결과적으로 ‘감접같다>감쩝같다>감쩍같다>감쪽같다’와 같은 변화 과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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