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구경을 하려거든 계면떡이 나오도록"
하라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끝장을 볼 때까지 계속하라는 말이다. 계면떡이란 굿이 끝나면 무당이 구경꾼들에게 나누어 주는 떡을 가리키는 말이다. 무당이 단골집을 돌아다니면서 굿을 하는 것을 계면돈다고 하고, 계면돌면서 하는 굿을 계면놀이라고 하며, 단골집에서 굿의 대가로 내어 놓는 떡을 계면떡이라고 한다. 이 떡을 굿이 끝나면 무당이 구경꾼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계면의 어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무당과 관련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굿을 주로 무당이 노래와 춤을 이용해서 귀신에게 복을 비는 의식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원래 굿은 그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사람들이 모여 신명나게 놀거나 구경할 만한 놀이를 모두 굿이라고 했다. 풍장을 잡히며 하는 탈춤, 산디놀이, 꼭두각시놀이, 마당놀이, 별신굿, 들놀이 등 각종 구경거리를 다 굿으로 생각했다. 굿을 벌이다 또는 굿판을 벌이다는 구경할 만한 놀이를 벌인다는 말이다. 굿을 보다는 굿을 구경한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직접 참여하지 않고 보기만 한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굿에는 굿을 노는 자와 구경하는 자가 구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지."
도 직접 일에 고나여하지 않고 방관하면서 이익만 챙기려는 심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굿의 본질은 구경거리에 있다. 여러 사람이 구경꾼을 즐겁게 해 줄 만한 놀이를 하면 다 굿이다. 요즘 흔한 축제나 연극, 영화 등이 볼거리가 다 굿의 일종이다. 축제가 빌고 노는 것을 아우른 것이듯이 굿도 빌고 노는 것을 아우르고 있다. 굿의 의미를 다시 정리하여 현대 문화 행사에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굿 구경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특별히 구경거리가 부족했던 생활에서 굿은 노동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생활의 스트레스를 일시에 날려 주는 청량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굿에 간 어미 기다리듯"
"굿 구경 간 어미 기다리듯"
이란 속담이 생겼다. 기약 없이 마냥 기다리는 경우를 일컫는 말엔데, 굿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끝나서 계면떡을 얻어 돌아올 어미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간절한 기대가 이 속담에서 섞여 있는 듯하다. 어미는 굿 구경하는 재미에, 아이들은 어미가 얻어오면 계면떡을 기다리는 재미에 굿을 사랑하고 좋아했을 것이다.
굿을 하다는 구경거리가 될 만한 놀이를 한다는 뜻 외에, 무당이 굿판을 벌인다는 뜻으로 쓰이고 때로는 주로 어린이가 굿과 같이 요란스럽게 행동을 한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굿하다라고 한 낱말로 쓸 때에는 무당이 굿판을 벌인다는 뜻이 된다.
굿을 떡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굿도 볼 겸 떡도 먹을 겸"
"굿 보고 떡 먹기"
같은 속담이 발달한 것을 보면 그런 짐작은 충분히 타당하다. 아마 구경꾼들은 굿이 끝난 뒤에 얻게 되면 계면떡에 대단한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큰굿(나라에서 베푸는 굿)이 끝나면 푸짐하게 얻어먹을 수 있는 떡은 구경꾼들에게 큰 매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실제 굿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떡보다도 굿판에 끼어들어 함께 춤을 추고 노는 것이 더욱 신명이 났을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테크노댄스나 살사춤에 매료되는 것 이상으로 당시 젊은 아낙네들은 굿판의 춤을 즐겼는지 모른다. 그래서
"굿하고 싶어도 맏며느리 춤추는 꼴 보기 싫어서 굿 못한다."
라는 속담이 생기지 않았겠는가. 어른으로서는 굿 뒤에 날장구 치는 일이 싫었을 법도 하다.
<굿이란?>
넓은 뜻으로는 무당이 하는 굿 외에 호남·영남지역의 동신제(洞神祭)나 농악에서 징·꽹과리·장구 등의 풍물을 울리는 것을 ‘메굿’ 또는 ‘굿친다’고 하여 굿에 포함시킬 수도 있으나, 좁은 뜻에서는 무속의 제의에 국한하여 사용된다.
제의에는 먼저 제의를 올려야 할 신앙대상으로서의 신, 이 신을 신앙하여 제의를 올리는 신도, 신과 신도의 사이에서 제의를 조직적으로 진행시켜야 할 전문적인 사제자(司祭者)로서의 무당이 있어야 한다. 이 셋은 제의를 구성하는 일차적 요건으로, 이 중에서 어느 하나가 없어도 제의는 성립될 수 없다. 무속의 제의는 규모에 따라 크게 ‘굿’과 ‘비손(또는 손빔, 비념)’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굿은 여러 명의 무당이 신에게 많은 제물을 올리고 재비(악공)의 무악반주에 맞추어 무복(巫服)을 입고 가무와 실연(實演)을 위주로 제의를 하는 것이고, 비손은 한 사람의 무당이 신에게 간소한 제물을 바치고 가무 없이 앉아서 축원을 위주로 하는 약식 제의이다.
따라서 제의진행 때 서서 한다고 하여 전자를 ‘선굿’, 앉은 채로 한다고 하여 후자를 ‘앉은굿’이라 하기도 한다. 동제인 ‘당굿’과 같이 규모가 큰 제의는 당연히 굿으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기자(祈子)·치병·재수발원 등의 제의는 비손이나 굿 어느 형식이든 가능하다. 제의규모의 비중에 따라 비손과 굿 또는 ‘작은 굿’과 ‘큰 굿’, 어느 쪽이든 제의가 가능하다.
<굿의 역사>
굿에 관한 기록은 거의 없어 그 역사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문헌으로 전하는 가장 오래된 종교적 제의로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전하는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등과 같은 제천의식이 있으나, 오늘날의 무당굿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당에 관한 직접적인 기록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남해왕조(南海王條)의 것으로 여기에서 신라 제2대 남해왕은 차차웅으로 불렸는데 이는 방언으로 무당의 뜻이었다고 하고, 남해왕이 시조묘를 세워 친누이 동생 아로(阿老)로 하여금 제사를 주관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고구려에서도 무당이 유리왕의 득병 원인을 알아내고 낫게 한 기록이 보인다.
그러나 당시의 구체적인 제의 내용은 알 수 없다. ≪고려사≫에는 무격을 모아 기우제를 지낸 기록이 자주 보이는데, 굿에 관한 가장 직접적인 기록은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에 수록되어 있는 장시 <노무편 老巫篇>에 나타난다.
즉, 무당이 신이 들려 공수를 내리고 도무(蹈舞:몹시 좋아서 날뜀)하는 등의 굿의 묘사는 오늘날 중부지역의 무속과 상통하고 있어, 적어도 고려시대에는 무속의 제의체제가 갖추어졌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당이 점을 치고 병을 고친 기록이 남아 있는 삼국시대에도 굿을 했으리라고 추정되고, 고고학자료에서 오늘날 무당의 방울과 비교되는 제의용 방울이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본다면, 굿의 역사는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굿의 종류와 목적>
굿의 종류는 규모에 따른 대소의 형태문제와는 달리 그 목적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현재 전국에서 행해지는 굿을 목적에 따라 분류하면, 첫째 무당 자신의 신굿인 무신제(巫神祭), 둘째 민가의 개별적 제의인 가제(家祭), 셋째 마을 공동의 제의인 동제의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는데, 이를 다시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무신제
이 굿은 무당 자신의 굿으로 강신제(降神祭)와 봄·가을에 주기적으로 하는 축신제(祝神祭)가 있다. 강신제는 성무자(成巫者)가 자신에게 내린 신을 받아 무당이 되는 성무의례(成巫儀禮)로서, 내림굿·신굿·명두굿·하직굿 등으로 불린다. 그리고 축신제는 해가 바뀔 때마다 신의 영험을 주기적으로 재생시켜 무당의 영험력을 강화시키는 제의로, 진적·꽃맞이굿·단풍맞이굿·대택굿·신령굿·신질바르는굿(제주도) 등이 있다.
가제
민가에서 가족의 안녕과 행운을 빌기 위해 하는 굿으로, 생전제의(生前祭儀)와 사후제의(死後祭儀)로 나눌 수 있다. 생전제의는 산 사람의 길복을 추구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지고, 사후제의는 죽은 이의 넋을 천도(薦度)하는 것이 공통된 목적이다. 생전제의는 또 몇 가지로 분류된다.
① 기자·육아기원제의(祈子育兒祈願祭儀):대개 삼신(또는 지앙, 제왕)과 칠성에게 아기 갖기를 원하거나 아기가 무병하게 성장하기를 비는 내용으로서, 겜심바침·지앙맞이·삼제왕풀이·삼신풀이·불도맞이·칠성제(七星祭) 등이 있다.
② 치병기원제의(治病祈願祭儀):치병을 목적으로 하는 제의로는 병굿이나 푸닥거리가 일반적이고 여기에 영장치기·산거리·중천굿·명두굿 등이 있는데, 특정한 병을 치료하기 위한 굿으로는 천연두를 퇴치하기 위한 별상굿·손풀이·마누라배송, 안질을 예방치료하려는 맹인굿, 미친병을 치료하는 광인굿·두린굿 등이 있다.
③ 혼인축원제의:결혼 전날 아침에 조상에게 혼사를 고하고 성혼(成婚) 후의 행복을 기원하는 굿으로, 서울지역의 ‘여탐’과 호남지역의 ‘근원손’이 있다.
④ 가옥신축(또는 이사)제의:새 집을 짓거나 이사를 가면 성주맞이 또는 성주풀이를 한다.
⑤ 제액(除厄)·행운기원 및 기풍제의: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행해지는 주기제의 하나로, 재수굿·영화굿·축원굿·성주굿·도신굿·논부굿·치방굿·씨앗고사·맹감풀이·일월(日月)맞이·안택굿·큰굿·산신(山神)풀이·고사·액막이 등이 있다.
⑥ 해상안전·풍어기원제의:해상에서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제의로, 연신굿·용왕굿·용왕맞이(제주도) 등이 있다.
사후제의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① 상가정화(喪家淨化) 겸 망인천도제의(亡人薦度祭儀):상가를 깨끗하게 하고 죽은 사람을 극락세계로 가게 하는 소규모의 굿으로, 자리걷이·집가심·곽머리(씻김)·댓머리·귀양풀이 등이 있다.
② 익사자(溺死者) 천도제의:물에 빠져죽은 사람의 넋을 건져올리는 굿으로, 물굿·수망굿·혼굿·넋건지기굿(혼건지굿) 등이 있다.
③ 망인천도제의:사망 후 본격적인 망인천도를 위한 굿으로, 진오기굿·진오기새남·천근새남·오구굿·망묵이굿·수왕굿·해원굿·씻김굿·시왕맞이·다리굿 등이 있으며, 전국적으로 행해진다.
<동제>
마을을 수호하는 동신(洞神)에게 주민들이 정성을 모아 드리는 제의로서, 봄·가을에 주기적으로 행해진다. 마을의 액을 막고 풍농이나 풍어를 비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① 제액·풍농제의:내륙지역에서 행하는 굿으로, 당굿·도당굿·서낭굿·부군당굿·별신굿 등이 있다.
② 제액·풍어제의:해안지역에서 행하는 굿으로, 풍어제·용신굿·연신굿·서낭[船王]풀이·별신굿 등이 있다.
이상과 같이 무속의 굿은 그 목적에 따라 13종의 제의로 나누어볼 수 있다. 가제 속에는 인간의 출생으로부터 혼인·사망에 이르는 통과제의(通過祭儀)가 그 저변에 깔려 있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거행되는 무당 자신의 축신제, 마을 공동의 동제, 민가의 제액초복(除厄招福)을 위한 안택 등과 같은 제의는 민간인들 스스로 그들의 생활현장을 주기적으로 정화시켜나가는 삶의 제의로 볼 수 있다.
굿의 형태는 각 지역마다 차이가 있고, 또 종류와 목적에 따라 굿거리가 다양하게 구성되지만, 전체적으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규모에 따라 굿과 비손으로 구분되고, 굿은 다시 무당의 성격과 기능에 따라 일원적 형식과 이원적 형식으로 각기 형식상의 차이를 보인다.
제의 중 신격화되어 신의 구실을 실연하는 강신무(降神巫)의 굿은 신의 영력을 기반으로 신과 무당이 합일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원적 형식의 제의이다. 그러나 강신현상이 없이 순수하게 신에게 요청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세습무(世襲巫)의 굿은 신과 무당이 대좌관계(對坐關係)에 있는 이원적 형식의 제의이다.
그런데 비손은 축원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언어위주형식’의 제의이고, 굿은 무당이 신의 행동을 실연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행동위주형식’이라 볼 수 있다. 이런 굿에는 무당이 신의 의복을 상징하는 무복(巫服)을 입고, 무가(巫歌)를 부르면서 무악의 가락에 맞추어 신무(神舞)로 춤을 추면서, 신의 말인 ‘공수’를 내린다.
따라서, 무속제의는 언어위주형식, 일원적 행동위주형식, 이원적 행동위주형식의 세 가지 형식으로 구분된다.
한편, 무속제의의 진행과정은 택일·금기―청신(請神)―대접·기원―송신(送神)―금기의 순으로 공통적인 구성을 가진다. 여기서 택일과 금기는 신을 청해오기 위해 이루어지는 시간과 공간에 따르는 것이므로 청신에 종속시킬 수 있고, 마지막의 금기도 신성과 관련된 것이므로, 굿은 청신―대접·기원―송신의 3단적 구성을 가지는데, 이는 앞서 살핀 세 형식 제의에 공통되는 기본적 구성양식이다.
그런데 하나의 굿은 동일한 구성양식을 가진 12∼30가지의 소제차(小祭次) 곧 작은 굿들로 이루어진다. 이 소제차는 거리·석(席)·굿 등으로 불리며, 굿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이다. 이러한 굿의 각 거리들 역시 청신―대접·기원―송신의 3단적 구성을 가진다. 이 소제차들은 굿당을 정화하고 청신하는 내용을 가진 굿이 앞쪽에 배치되고, 중요한 무속신을 모셔 대접하고 기원하는 내용의 제차들이 굿의 중간을 이루며, 잡귀들을 풀어 먹이는 내용이 맨 마지막에 진행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청신―대접·기원―송신의 기본구성으로 짜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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