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스러운 일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경우에 ‘구설수에 오르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원래 이 ‘구설수’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먼저 ‘구설수’의 앞부분에 있는 ‘구설(口舌)’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이라는 뜻으로, ‘구설에 오르다, 구설에 휘말리다’ 또는 ‘구설을 듣다’와 같이 쓰게 됩니다. 그리고 그 뒤에 붙은 ‘수(數)’라는 말은 ‘운수(運數)’를 뜻하는 말이지요.
그래서 ‘구설수(口舌數)’라고 하면 남과 시비하거나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구설수에 오르다’와 같이 표현하면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에 오른다는 뜻이 돼서 자연스러운 표현이 못됩니다. 이것은 보통 ‘구설수가 있다/없다, 구설수가 들다’ 또는 ‘구설수에 휘말리다’와 같이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구설에 오르다’와 ‘구설수에 오르다’를 모두 용례로 올려놓은 사전도 있던데요, ‘구설’과 ‘구설수’는 분명히 다른 표현들이므로 정확하게 구별해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자신들의 상품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판매를 늘리려는 마케팅 기법’을 흔히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구설홍보’라는 우리말로 다듬어서 쓸 수 있겠습니다.
국어에서는 무엇이든지 올려놓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면 결국 나무에서 떨어지는 망신만 당한다.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말밥에 올려놓고' 험담을 한다. 올려놓지 않고 스스로 올라도 좋을 일이 없다. '입에 오르면' 다른 사람의 험담에 시달리게 되고, 구설(口舌)에 오르면 시비(是非)나 헐뜯는 말만 듣게 된다. 그러니 오르려 하지 않는 것이 점잖게 사는 지름길인 것 같다.
말밥이란 언짢은 말거리의 대상, 좋지 못한 이야기의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말밥의 밥은
"그 사람 우리 밥이야."
라고 말했을 때의 밥과 같은 이미지를 가진다. 아무렇게나 다룰 수 있는 것이 밥이다. 누구의 말밥이 된다는 누구의 험담거리가 된다는 말로 통한다.
"나는 너희 소인배의 말밥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누구를 말밥에 올린다'는 누구를 놓고 찧고 까불면서 즐긴다는 말이다.
"요즘 장안에서는 정치인 아무개를 말밥에 올려놓고 신나게 조지고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누가 누구들의 말밥에 올랐다.'는 비난이나 험담의 대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불행히도 탤런트 아무개가 젊은이들의 말밥에 오르고 말았어."
라고 쓰면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입에 오른다는 것은 구설에 오름을 의미하고 이는 다른 사람의 헐뜯는 말이나 험담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남의 입에 오르내리기를 원치 않고, 말밥에 오르기를 바라지 않으며, 구설에 휘말리기를 싫어하지만 운명적으로 그런 함정에 빠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구설수(口舌數)가 있는 사람이다.
토정비결을 보면 대체로 누구나 무슨 달에 구설수가 있으니 (또는 구설수가 끼었으니) 말을 조심하라는 괘를 받기도 한다. 구설수가 있다는 말은 구설에 오를 염려 또는 구설을 들을 염려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 무렵에는 특별히 말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 토정비결의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서 구설수가 있다는 말을 구설수에 오른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의 말밥거리가 될 운수, 사람들의 구설을 들을 운수를 가리켜 구설수라고 한다. 그러니 구설수에 오른다는 쓸 수 없는 말이다. 구설수는 있다거나 없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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