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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오솔길의 어원 : 호젓하고 좁은 길

by 61녹산 202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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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오솔길

 

우리말 ‘오솔길’은 참 정감이 가는 말이다. 어감도 매우 좋다. 어디서 온 말일까. 길을 나타내는 우리말은 그 앞에 수식어가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골목길, 산길, 뱃길 등에서 이같은 표현을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앞말 수식어만 봐도 길의 용도나 성격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오솔길은 이같은 예를 벗어나 있다. 어떤 사람은 ‘다섯그루 소나무가 있는 길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농담이다. 국어사전은 오솔길에 대해 ‘폭이 좁고 호젓한 길’이라고 적고 있다. 위 논리대로라면 ‘오솔’ 두 글자에 ‘폭이 좁고 호젓하다’는 뜻이 들어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런지 지금부터 살펴보겠다.


우리말은 ‘하나’라는 존재를 나타낼 때, 그 접두어로 ‘외’ 자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외아들, 외기러기, 외나무다리, 외통 등에서 이런 단어를 만날 수 있다. 국어학자들은 이 ‘외’ 자에서 오솔길의 앞말 ‘오’ 자가 파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뒷말 ‘솔’ 자는 우리 어머니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바느질이 많았던 우리 어머니들은 저고리 어깨선이 좁을 때 ‘어깨가 솔다’라고, 그리고 소매가 좁을 때는 ‘소매가 솔다’라는 표현을 쓴다. ‘솔’ 자가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학자들은 오솔길의 ‘솔’ 자도 여기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바느질에서와 같이 ‘가늘고 좁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오솔길의 어원풀이가 거의 끝났다. ‘오’와 ‘솔’ 자의 뜻풀이를 합치면 된다. 국어사전에 나오고 있는 것과 같이 ‘폭이 좁고 호젓한 길’이라는 뜻을 만날 수 있다. 학자들은 송곳의 ‘송’ 자도 ‘솔’에 어원을 두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송곳도 오솔길과 같이 좁고 길게 뻗은 모양을 하고 있다.

화려하게 채색된 고지도(古地圖)에는 '길'이 미세한 신경망(신경神經網)처럼 그려져 있다. 고지도에 표시될 정도의 길이라면 적어도 우마차(牛馬車)가 지나다닐 규모의 큰 길이다. 이러한 길을 '한길'이라고 불렀고, 이 한길은 마을과 산과 들로 향하는 보다 작은 길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 최하위 단위의 좁은 길은 아마도 '솔길'이었을 것이다. 

 

현재 한길은 표준어이지만, 솔길은 '오솔길'에 대한 황해 방언으로 정의되어 있다. 그런데 솔길과 그 변화형인 '소리길, 소래길' 등이 여러 지역에 아직까지 남아 있고, 또 오솔길의 솔길도 여전히 건재하게 남아 있어서 '솔길'이 지역에 구분없이 널리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한길은 15세기 문헌부터 나타나지만, 오솔길이나 솔길은 옛 문헌에 나타나지 않는다. 오솔길은 <조선일보 1928년 10월 21일 자> 기사에서 처음 확인된다. 사전으로는 <수정중보 조선어사전 1949>에 처음 수록되어 있는데, 특이하게도 지름길의 사투리로 기술하고 있다. 반면 <큰사전 1957>에서는 오솔길을 표준어로 삼고, 호젓한 기로 풀이하고 있다. 

 

오솔길은 그 방언형으로 솔길이 있으므로 오와 솔길로 분석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솔길은 방언형이어서그런지 20세기 이후 문헌에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간혹 신문 기사에, 사전에도 없는 '소나무 숲길'을 뜻하는 솔길이 나와 눈길을 끈다. 솔길은 좁다는 뜻의 솔다의 어간 '솔-'과 길이 결합된 어형으로 그저 좁은 길로 풀이된다. 곧 협로(狹路)와 동의어다. 중세국어 솔옷(송곳), 현존 지명 '솔고개(좁은 고개), 솔골(좁은 골짜기), 솔등(좁은 등성이) 등에서 보듯 형용사 어간 '솔-'을 이용한 단어가 적지 않다. 

 

오솔길 : 외따로 호젓하고 좁은 길
오솔길 : 외따로 호젓하고 좁은 길

 

문제는 오솔길의 오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는 '외'에서 변형된 어형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오솔길은 외솔길에서 변한 어형이 된다. 외솔길의 '외'는 '독(獨), 고(孤)'의 의미를 띠는 관형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외가 이미 15세기 문헌에 보이며, 현존 지명 외골(외따로 있는 골짜기), 외미(외따로 있는 산), 외배미(외따로 있는 논) 등에서도 확인된다. 외다, 외지다의 의미로 따로 떨어져 한적하다의 의미로 외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가운데 외배미는 제1음절에서 '이'가 탈락한 오배미로도 나타나고 있어 외솔길이 오솔길로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그렇다면 외솔길, 곧 오솔길은 외따로 호젓하게 있는, 좁은 길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오솔길이 지니는 호젓하다는 의미는 바로 외가 담당하는 몫이다. 현대국어 사전에서 오솔길을 폭이 좁은 호젓한 길로 서술하곡 있는데 '오'와 '솔'의 의미를 정확히 반영한 것이지만, 순서를 바꾸어 호젓하고, 좁은 길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깔끔한 설명이지 않을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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