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작은 창자를 소창(小脹) 또는 곱창이라 한다. 소창은 생소하나 곱창은 익숙하다. 북한에서는 곱창을 곱밸이라 한다. 곱창과 곱밸은 곱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그럼 곱은 무엇일까? 곱을 형용사 곱다[曲]의 어간으로 보고, 곱창을 굽은 창자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소의 작은 창자가 꼬불꼬불하기에 곱창의 곱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일면 타당해보이지만 정답은 아니다.
곱은 15세기 문헌에도 나오는데, 동물의 지방을 뜻했다. 현대국어 눈곱, 곱똥, 곱돌 등에 보이는 곱도 그러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국어에서 곱은 단독으로 더 이상 동물의 지방이라는 의미로 스이지 않는다. 헌데에 끼는 골마지 같은 물질 또는 이질에 걸린 사람의 똥에 섞여 나오는 희거나 피가 섞인 끈끈한 물질이라는 아주 특수한 의미를 띠고 있다.
이렇듯 동물의 지방을 뜻하던 곱이 특수한 의미로 변한 것은 기름이라는 단어의 강력한 의미끌림이 있기 때문이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 광물의 지방까지 아울러 지시하는 기름이 동물의 지방만을 제한적으로 지시ㅐ하는 곱의 세력을 약화시켜 결국 의미 변화의 길로 유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달리 말하면, 곱이 기름과의 유의 경쟁을 피하여 의미 변화의 길을 택했단 것이다.
한편 창은 중국어 창(脹)에서 온 말이다. 이는 창이 중국어 근세음을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소창과 대창(소의 큰창자)의 창도 그러한 것이다.
곱밸의 밸은 배알이 줄어든 말이며, 배알은 중세국어 "배살ㅎ"로 소급된다. 배살ㅎ은 배[腹]와 살ㅎ이 결합된 형태로 배속의 살이라는 뜻이다. 곧 창자를 가리킨다. 이로써 곱창과 곱밸은 의미가 같은 단어임이 드러난다.
곱이 동물의 지방을 뜻하고, 창이 중국어 창이므로 곱창은 지방으로 된 창자 또는 지방분이 많은 창자로 해석된다. 소의 작은 창자가 지방질로 뒤덮여 있어서 곱을 이용하여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이다. 유달리 기름이 많이 배어 나오는 곱창구이나 국물이 기름으로 뒤덮이는 곱창전골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곱창이 지방 덩어리라는 사실을 쉽게 수긍할 것이다.
곱창구이나 곱창전골은 술안주로 아주 인기가 높다. 그리하여 이들만을 전문으로 파는 체인점이나 포장마차가 많다. 그런 포장마차를 곱창마차라고 한다. 요즘 곱창 집에서는 양곱창이라는 특별한 고기를 팔기도 한다. 양곱창은 양과 곱창이 결합된 말이며, 양은 소의 위장을 뜻한다. 소의 위장과 소의 작은 창자가 양곱창이다.
한편, 배에 있는 배꼽은 ‘배꼽’으로 읽고 ‘배꼽’으로 쓴다. 눈에 끼는 눈곱은 ‘눈꼽’으로 발음하고 ‘눈곱’으로 적는다. 둘 다 뒷말이 ‘꼽’으로 소리 난다. 소리는 같은데 하나는 ‘배꼽’, 다른 하나는 ‘눈곱’으로 달리 적는다. 왜 그런 걸까? 이는 우리말 된소리 적기 규정 때문이다. 탯줄이 떨어지면서 배의 한가운데에 생긴 자리인 ‘배꼽’은 둘로 나눌 수 없는 한 단어이다. 한글맞춤법은 이처럼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나는 된소리는 어원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소리 나는 대로 ‘배꼽’으로 적는다.
한데 ‘눈곱’은 눈에 낀 곱을 말한다. 손톱 밑에 끼어 있는 곱은 ‘손곱’이고, 발톱 밑에 있는 곱은 ‘발곱’이다. 곱은 진득진득한 액이나 그것이 말라붙은 물질을 가리킨다. ‘눈곱’은 ‘눈+곱’으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우리말에서 합성어는 소리 나는 대로 적지 않고 단어의 원래 형태를 밝혀 적어야 한다. ‘눈꼽’이 아니라 ‘눈곱’이 맞는 이유다.
‘곱’은 ‘지방 또는 그것이 엉겨 굳어진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많은 이들이 즐겨 먹는 ‘곱창’의 ‘곱’이 바로 그런 뜻이다. 곱창은 ‘곱’과 ‘창’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로, 곱이 낀 창자란 의미다. 소 곱창과 돼지 곱창처럼 실생활에선 곱창이라고 하면 소나 돼지를 구분하지 않고 쓰지만 사실 곱창은 ‘소의 작은창자’를 가리킨다.
“몸속 독성과 피로를 해소한다. 오장을 보호하고 어지럼증을 다스린다. 정력과 기운을 돋우고 비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 당뇨와 골다공증에도 효과가 있다.”
조선시대 명의(名醫) 허준은 ‘동의보감’에 곱창의 효능을 이처럼 소개하고 있다. 구이, 볶음, 전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 가능한 곱창은 비타민, 철분,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해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 보양식으로도 제격이다. 곱창은 소의 내장 중 소장 부위를 말한다. 식당 차림표를 살펴보면 보통 소 곱창, 돼지 곱창으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곱창은 소의 작은창자를 이르는 말이므로 돼지 곱창이라는 표현은 알맞지 않다. 곱창은 기름을 의미하는 ‘곱’과 창자를 뜻하는 ‘창’이 합쳐진 우리말이다.
창자의 모양이 굽어 있어서 ‘굽은 창자’라는 의미로 곱창이 됐다는 설이 있다. 이 때문에 한때 곱창을 ‘곱은창자’로도 많이 썼다. 그런데 대장도 모양이 꼬불꼬불해 창자 모양이 굽어 있어 곱창이라는 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면 곱의 어원이 ‘기름’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15세기 자료들에 의하면 당시 동물, 식물, 광물 등의 지방을 ‘기름’이라고 하였다. 그중 동물의 지방은 ‘곱’이라고 했다. 기름이 더 널리 쓰여 곱이 밀려나긴 했지만, 오늘날에도 곱의 쓰임 흔적이 일부 남아 있다. 눈곱, 손곱, 발곱 등에서의 곱이 각 부위에서 나오는 진득진득한 기름을 의미한다. 소의 소장이 지방질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곱(기름)이 많은 창자’라는 의미로 곱창이라는 말이 생겼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막창은 소의 어느 부위일까. 막창은 소나 양(羊)과 같이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의 네 번째 위(胃)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두툼한 ‘양’, 벌집 모양의 ‘벌집위’, 잎 모양의 얇은 조각이 겹겹이 쌓인 ‘천엽’에 이어 많은 주름으로 되어 있는 ‘주름위’가 막창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막창 역시 곱창처럼 소의 내장 이름이다.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돼지 곱창은 돼지의 작은창자 중 가장 얇은 부위를 이른다. 돼지 막창은 돼지의 큰창자를 지칭하며 항문과 연결된 창자의 마지막 부위다. 곱창과 막창, 돼지 곱창과 돼지 막창. 같은 이름이어도 소, 돼지에 따라 지칭하는 부위가 다름을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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