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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삼승할망 본풀이

by 61녹산 2023.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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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삼승할망 본 풀이
제주도 삼승할망 본 풀이

 

옛날 옛적 동해 용왕에게 딸이 하나 있었다. 용왕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자식이 없자, 옥황상제께 빌고 빌어서 얻은 귀한 자식이다. 그러나 너무 귀엽게만 키운 나머지 버릇없는 자식이 돼버렸다. 한 살 때는 어머니 젖가슴을 때린 죄, 두 살 때는 아버지 수염을 뽑은 죄, 세 살 때는 곡식을 흩트린 죄, 네 살 때는 조상에게 불경한 죄, 다섯 살 때는 친족들과 불화한 죄.... 해가 갈수록 죄상이 늘어나니 동해 용왕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게 되었다. 차마 딸을 죽일 수 없었던 용왕은 무쇠 상자에 담아 바다에 띄워버리기로 했다. 

 

"어머니, 나 홀로 인간 세상에 나가 어찌 살란 말입니까?"

"인간 세상에는 아기를 낳게 하고 길러주는 삼신할미가 없으니, 가서 삼신할미가 되어라."

 

이어 용왕 부인은 아기를 잉태시키고 잘 보존하는 법을 가르쳤다. 드디어 열 달째, 아기 출산시키는 법을 가르치려는데 용왕의 불호령이 떨어져, 딸은 해산 방법을 듣지 못한 채 무쇠 상장 갇혀버렸다. 동해 용왕은 딸을 가둔 무쇠 상자에 '임보루주임박사가 문을 열라'고 쓰고는 동해바다에 띄웠다. 상자에 갇힌 딸은 여러 해 동안 바다를 헤맨 끝에 뭍에 닿았다. 때마침 임박사가 무쇠 상자를 발견하고, 자물쇠를 열자, 그 안에 앞이마는 해님이요, 뒷이마는 달님 같은 아기씨가 앉아 있었다. 

 

"너는 귀신이냐 사람이냐?"

"저는 동해 용왕의 딸로 인간 세계에 삼신할미가 없다 하여 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집 식구도 쉰이 되도록 아이가 없는데 하나 낳게 해주겠느냐?"

 

동해 용왕의 딸은 임박사 부인에게 아이를 점지해주었다. 이윽고 부인의 배가 불러오더니 드디어 달이 차서 만삭이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한테 아이 껴내는 법을 배우지 못한 용왕 딸은 아기를 어떻게 해산시키는지 알지 못했다. 열 달이 넘어 열두 달이 지났다. 이제는 배 속의 아이도 아이지만, 산모가 곧 죽게 생겼다. 다급해진 용왕 딸은 산모의 오른쪽 겨드랑이 밑을 가르고 아이를 꺼내려고 했다. 그 바람에 산모와 아이가 죽고 말았다. 겁에 질린 용왕 딸은 자신이 처음 닿았던 바닷가로 달려가 한없이 울었다. 모처럼 얻은 아이와 사랑하는 아내마저 잃은 임박사는 그 원통함을 옥황상제에게 고했다. 옥황상제는 곧 삼신할미가 될 만한 사람을 수소문하라 일렀고, 아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명진국의 공주가 뽑혀왔다. 옥황상제는 

 

"네가 아기를 그리 좋아한다니, 너에게 삼신이 되기를 명하노라"

 

하고 명진국 공주에게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삼신할머니의 일을 가르쳐주었다. 명진국 공주는 옥황상제의 분부대로 삼신할머니가 되어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지상에 내려온 명진국 공주가 바닷가를 지나는데, 웬 처녀가 울고 있었다. 공주가 사연을 묻자 처녀는 답했다.

 

"나는 본래 동해 용왕의 딸인데, 인간 세상에 삼신으로 왔다가 해산시키는 법을 몰라 사람을 죽게 했다오. 이 노릇을 어쩌면 좋단 말이오."

"뭐라고요? 내가 바로 옥황상제의 분부를 받은 삼신인데 그게 무슨 말이오?"

 

이 말을 듣자 동해 용왕의 딸은 명진국 공주의 머리채를 낚아채며 욕설을 퍼부었다. 명진국 공주가 차분하게 말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옥황상제한테 가서 물어보는게 어떻겠소?"

 

그 길로 둘은 옥황상제에게 올라가 누가 인간 세계의 삼신인가를 판가름해 달라고 호소했다. 옥황상제는 꽃나무가 하나씩 심어진 은대야를 용왕 딸과 명진국 공주에게 주며 말했다.

 

"여기에 꽃을 더 많이 피우는 사람한테 아기 낳는 일을 시키겠노라."

 

처음에는 용왕 딸의 나무에 꽃이 더 많이 피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꽃들은 시들어버렸다. 한편 명진국 공주의 나무는 싱싱하게 자라 4만 5,600개의 가지가 뻗고, 가지마다 33송이의 꽃이 피었다. 이를 본 옥황상제는 용왕 딸에게는 

 

"이제부터 너는 저승 할머니가 되어 죽은 아이들을 돌보거라" 

 

하고 명진국 공주에게는 

 

"세상에 가서 아기 낳는 일을 계속 맡아보도록 하라."

 

고 명했다. 이후 명진국 공주는 서천 꽃밭을 가꾸며 꽃이 피는 대로 아기를 점지해주었다. 아기들은 그 꽃송이를 들고 지상으로 내려와 태어날 어머니 배 속으로 들어갔다. 이리하여 세상에 많은 아기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태중의 아기들은 열 달이 되어도 좀처럼 세상으로 나가려 하지 않자 삼신할머니가 아기 볼기를 때려 엄마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 때 할머니가 때려 생긴 퍼런 자국을 몽고반점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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