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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용의 vs 뜻 vs 생각> 쓰임새

by 61녹산 202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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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기자들이 국회의원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러면 그때 상황을 공개할 용의는 있으십니까?"

 

그러면 국회의원은 자신 있게 이렇게 대답한다. 

 

"그럴 용의도 있습니다."

 

공개할 용의라는 것이 무엇이고, '그럴 용의'가 무엇일까? 상당히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용의(用意)가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1.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음, 또는 그 마음

2. 미리 마음을 가다듬음.

 

그리고 그 용례로서 

 

"이 원칙을 받아들일 용의가 없다."

"나는 기끼어 너를 만날 용의가 있다."

"선거에 출마할 용의를 밝혔다."

"지원을 계속할 용의를 표명하였다."

 

같은 문장이 제시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앞에서 제시한 

 

"공개할 용의가 있으십니까?"

 

라는 말이이 용례와 비슷한 용법임을 알 수 있다. 이 사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용의하다'라는동사도 올려놓고 무엇을 용의하다라고 쓴다고 적어 놓았다. 예를 들면 

 

"공개를 용의하다."

 

라고 하여 '공개할 생각을 품다'와 같은 뜻으로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제시한 모든 어법은 지극히 비국어적인 어법이라는 점을 밝힌다. 왜냐하면 '용의'란 '뜻을 쓰다' 또는 '뜻을 이용하다'의 뜻으로서 국어에서는 쓰이지 않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위 사전에서 뜻풀이로 쓴 바와 같이 우리는 '마음을 먹다', '마음이/뜻이/생각이 있다'처럼 쓴다. 따라서 

 

"공개할 마음을 먹었습니까?"

"공개할 마음이/뜻이/생각이 있습니까?"

 

처럼 말해야 한다.우리가 일본 한자어를 아주 많이 받아들여 쓰고 있는데 많은 한자언는 아주 유용하게 잘 써서 국어 낱말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용의'를 비롯한 몇몇 한자어는 국어와 배치되거나 국어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용(用)'은 '쓰다'의 의미로서 국어에서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용무(用務), 용의(用意), 용번(用便)'에 사용되는 '용(用)'은 국어의 용법과 어긋난다. 따라서 이런 한자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이들 한자어르 대체하여 '용무'는 '볼일/일을 보다'로 , 용의는 '마음/뜻/생각/마음을 먹다'로 '용변'은 '대소변/대소변을 보다'로 바꿔 사용해야 한다. 앞으로 신문 기자나 방송 보도자는 취재원에게 '공개하실 용의' 따위를 묻는 일을 하지 않기를 두 손모아 당부드립니다. 그래서 신문 기사 제목에도 '무슨 용의'가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뜻'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처럼 관형어가 없이 쓰이기도 하고, '좋은 뜻으로 하는 것이니 달리 생각 마시오.'처럼 쓰이기도 한다. 물론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취직할 뜻이 있으면 우리 회사로 오게'처럼 쓰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생각
생각

 

'생각'이나 '마음'도 '뜻'과 크게 다르지 않게 쓰인다. 한자어로 '의사(意思)'나 '의도(意圖)'를 쓰기도 한다. 이는 '생각'이나 '뜻'과 같이 쓰인다. 

 

"그의 의사를/뜻을/생각을 물어서 결정하자."

 

라고 하는 것은 비교적 그의 생각이나 뜻을 존중해 주겠다는 표현이다. '의중(意中)'이나 '심중(心中)'은 마음속과 같은 말이지만 드러나는 의미는 '마음, 뜻, 생각'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의 의중을 모르겠다.'라고 하거나 '사장님의 심중은 헤아리기 어렵다'라고 하는 경우에도 '의중'과 '심중'은 생각/뜻으로 바꿔 써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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