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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주책의 어원자료 : 줏대있는 판단력

by 61녹산 202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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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책이다 주책없다 복수표준어
주책이다 주책없다 복수표준어

 

우리말에서 밥맛이다 / 밥맛없다. 칠칠하다/칠칠맞다 등과 같이 반어적인 표현이면서도 비슷한 뜻을 가진 말이 몇 가지 있다. '주책이다'와 '주책없다'도 반대 표현이면서도 오히려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이전에는 '주책없다'만 표준어로 삼았지만 '주책이다'라는 표현도 대중들이 많이 쓴다고 판단하여 2017년부터 표준어로 인정해서 복수 표준어가 되었다. 

그런데, '주책없다'는 원래 한자어 '주착(主着)'에서 나온 말이라 더 헷갈릴 수도 있다.

 

주책없다

【원뜻】 원말은 한자어 '주착'에서 나왔다. 주착은 '일정한 주견이나 줏대'를 뜻하는 말이므로 '주착없다'는 곧 '일정한 자기 주견이나 줏대가 없다'는 뜻이다.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면서 '주책없다'로 소리가 변화되었고, 학계에서도 현실음의 변화를 인정해서 주책을 표준어로 삼았다.

【바뀐 뜻】 일상생활의 어떤 상황에서 그 자리에 적당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할 때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예문 : 좀 전에 우리 대화에 끼어들면서 갑자기 엉뚱한 얘기 한 그 사람, 조금 주책이 없더라.)

 

주책 [명사]

  1.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
  2.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

주책없다 [형용사]

일정한 줏대가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다

주책이다 [형용사]

일정한 줏대나 요량이 없이 자꾸 이랬다 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는 데가 있다.

주책바가지 [명사]

주책없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비슷한 말로 '주책망나니'가 있다.

주책머리 [명사]

주책을 속되게 이르는 말

(예문 : 남은 속이 타 죽을 지경인데 새그물을 치러 갔다니. 본시 주책머리가 없긴 해도 너무 하다)

주책스럽다 [형용사]

일정한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는 데가 있다.

주착(主着) [명사]

1. 주책의 잘못된 표현

2. 무엇에 마음을 붙임

주착없다 [형용사]

주책없다의 잘못된 표현

주책에서 파생된 말들

주책없다 · 주책이다 외에 주책맞다 / 주책을 떨다 / 주책을 부리다 / 주책이 심하다 등으로 쓸 수 있다.

 

 

 

언어의 역사성
언어의 역사성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한자 성어를 아는가? 나쁜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나쁜 버릇에 물들기 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는 언어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아주 흥미롭다. 특정 단어가 부정적 의미의 단어와 빈번히 어울려 쓰이면 그 단어의 영향을 받아 부정적인 의미로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언어학에서는 '전염(傳染)'에 의한 의미 변화라고 한다. 우리말에 이러한 예가 적지 않은데, '주책'이 바로 그러한 것의 대표 격이다. 

 

'주책'은 한자어 '주착(주主着)'에서 온 말이다. '주착'은 '일정하게 자리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띤다. 

 

"그 어른은 주착이 분명하신 분이시다."

 

와 같이 사용하는데 

 

"적당히 주착을 부리고 완전히 손아래 사람과 어울려 놀면서도" <경향신문 1964년 1월 23일 자>

 

에서 보듯, '주착'은 언제인 모르지만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 대로 하는 짓'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변한다. 이러한 의미 변화는 '주착'이 부정어 '없다'와 빈번히 어울려 나타나면서 그 부정적 의미 가치에 전염된 결과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착'이 부정적 의미를 띠면서, 이것이 '주착망나니'와 같이 주책없는 사람을 욕하는 데나 '주착바가지'와 같이 주책없는 사람을 비웃는 데까지 이용된다. 또한 '주착맞다, 주착스럽다'와 같은 말도 만들어지기에 이른다. 한편 '주착'은 '주책'으로 어형이 변하기도 한다. 그 변화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924년 신문 기사에서 '주책'이 처음으로 검색된다. 

 

그런데 '주책'은 한동안 비표준어로 대접을 받아왔다. 그러다가 1989년 시행된 <표준어 규정>에 와서야 비로소 표준어로 인정을 받았다. 이는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라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주책'이 표준어가 되면서 '주착망나니'에 대한 '주책망나니', '주착바가지'에 대한 '주책바가지'도 표준어로서의 지위를 함께 얻었다. <금성판 국어대사전 1991>에서는 주책을 ① '일정하게 자리 잡힌 생각', ②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으로 풀이했는데, 이로써 '주착'의 의미를 그대로 넘겨받았음을 알 수 있다. ②의 '주책'을 한자어 '주착(做錯 잘못인 줄 알면서 저지른 과실)'에서 온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된 추정으로 보인다.

 

'주책'은 부정적 의미를 띠면서 점차 그러한 의미로 굳어졌다. '주책'의 본래 의미인 ①은 '주책이 없다, 주책없다'에서 확인될 정도로 아주 미약하다. '주책망나니, 주책바가지, 주책스럽다, 주책맞다, 주책이다' 등은 '주책'의 의미 부정화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를 잘 알려준다. 곧 의미의 부정화가 완료된 것이다.  

 

주책
주책

 

주책’은 본래 한자어 ‘주착(主着)’이 변한 말이다. 주착은 ‘줏대가 있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 흔들림이 없다’란 뜻이지만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의미와 형태가 모두 변했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주착’을 버리고 ‘주책’으로만 쓰게 했다. 흔히 쓰는 말인 ‘주책’은 우리말을 이해하는 열쇠 중 하나다. 오랜 세월을 두고 의미와 형태가 변하고 규범적 용법도 달라지는 등 중요한 문법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음 문장에서 괄호 안의 표현 중 옳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그 양반도 참 (주책없다/주책이다/주책맞다/주책스럽다/주책을 떤다/주책을 부린다).’

 

부정어와 어울려 쓰던 말 ‘주책’


답부터 말하면 지금은 모두 맞는 표현이다. ‘지금은’이라고 한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는 틀린 표현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4월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정보를 공개했다. 모두 34개 항목에 대해 표제어를 추가하거나 풀이를 보완했는데, 그중에는 ‘주책’과 관련해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우선 그동안 사전에서 다루지 않던 ‘주책맞다’와 ‘주책스럽다’를 단어로 인정해 표제어로 올렸다. ‘-맞다’와 ‘-스럽다’는 접미사로서, 어떤 말 뒤에 붙어 ‘그런 성향이나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해준다. ‘궁상맞다/능글맞다/방정맞다/쌀쌀맞다/익살맞다/청승맞다/앙증맞다’ ‘복스럽다/걱정스럽다/자랑스럽다/거북스럽다/조잡스럽다’ 등 수많은 파생어를 만들어 우리말을 풍성하게 해주는 일등공신이다. 접미사가 붙어 이뤄지는 말들을 모두 사전에 수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부득이 대표적으로 자주 쓰는 말을 고를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 ‘주책맞다’와 ‘주책스럽다’가 사전에 오른 것이다.

이보다 앞서 2016년에는 ‘주책이다’가 표준으로 인정받았다. ‘주책’은 본래 한자어 ‘주착(主着)’이 변한 말이다. 주착은 ‘줏대가 있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 흔들림이 없다’란 뜻이지만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의미와 형태가 모두 변했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주착’을 버리고 ‘주책’으로만 쓰게 했다.

 

‘주책 떨다’는 띄어 써야 해

주책이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을 뜻하므로 그 반대, 즉 ‘일정한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상태’는 당연히 ‘주책없다’이다. 그런데 예전부터 사람들이 “그이는 참 주책이야” 식으로 부정어를 떼고 쓰는 경향이 있어 왔다. 같은 뜻을 나타내는 말로 ‘주책없다’와 ‘주책이다’가 뒤섞여 쓰여 혼란스럽자 과거에는 규범으로 아예 ‘주책이다’란 말을 ‘주책없다의 잘못’이라고 못 박았다. ‘주책이다’는 틀린 말로 처리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주책이다’를 ‘주책없다’ 못지않게 널리 썼다. 그래서 2016년 이 역시 표준어법으로 수용했다. ‘주책’이 이미 의미 전이를 이뤄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주책이다’는 단순히 ‘명사+서술격 조사’의 결합형이므로 단어(표준어)로 처리하지 않고 ‘표준형’으로만 인정했다. 이 말이 사전 표제어로 나오지 않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이어 2017년 4월 ‘주책’과 어울려 쓰는 말을 다시 확대해 ‘주책맞다/주책스럽다’도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게 있다. ‘주책없다/주책이다/주책맞다/주책스럽다’는 한 단어(표준어 또는 표준형)이므로 언제나 붙여 쓰지만, ‘주책 떨다/주책 부리다’는 띄어 써야 한다는 점이다. ‘주책 떨다/주책 부리다’는 아직 단어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책을 떨다(부리다)’로 구(句)를 이루는 형태로 쓰일 뿐이다. ‘-맞다/-스럽다’가 접미사인 데 비해 ‘떨다/부리다’는 동사라는 차이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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