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첫 번째 만남 때 진행하는 수업 : 경험담 중심
아이들과 첫번째 만남 때, 바로 수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가볍게 인사하고 내 수업의 특징이라든지 주의사항, 준비물 등을 간단히 소개하고 덧붙여 나는 어떤 사람인지 부드럽게 소개하면 대략 10분 정도 소요된다. 이후 간단한 테스트를 하며 아이들과의 만남 첫번째 단추를 채운다. 늘 그렇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서는 루틴이 된 듯 하다.
내 수업의 특징은 첫째, 재미입니다. 재미가 있어야 뭘 해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국어수업은 잊어주시고 우리 함께 재미있는 국어 수업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둘째, 이해입니다. 이해가 될 때까지 설명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결과입니다. 결국 결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과정도 중요합니다만 사회는 결과만 바라봅니다. 결과가 좋으려면 역시 과정이 좋아야겠지요. 하지만 무조건입니다. 결과를 만들어 냅시다.
제 수업의 준비물도 세 가지입니다. 첫째, 국어교과서(교재). 둘째, 검정색 볼펜 빨간색 볼펜, 파란색 볼펜, 그리고 형광펜 준비해 주세요. 검정색 볼펜은 단어 뜻이나 개념 정리에 사용합니다. 가장 많이 씁니다. 빨간색 볼펜은 중요한 것, 핵심 개념을 설명할 때 사용합니다. 파란색과 형광펜은 시험과 관련된 것을 표시합니다. 공부를 잘 하려면 일단 내용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요한 것과 이해 안되는 것들을 암기합니다. 암기의 양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단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험과 관련해서는 시험문제에 나오는 것을 중심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참 안타까운게 바로 이상 부분을 공부하는데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복습도 열심히 하는데 시험 점수로 연결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 대개 이상한 곳을 공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할 때 시험문제 나오는 부분을 따로 표시해 줍니다. 파란색과 형광펜으로요. 수업시간에 열심히 따라온 친구들이 점수도 좋게 나오는 게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결과로 말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어노트가 필요합니다. 수업시간에 중요사항을 판서하겠습니다. 시험과 직결되는 부분이니 자신만의 국어노트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국어노트를 준비해주세요.
다음으로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퀴즈로 지금 현재의 형편없는 국어 실력을 자각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준비한게 바로 우리말 실력 알아보기입니다. 우리말 실력 알아보기 테스트지(국립국어원 예전 자료)를 준비한다. 10문제 정도 1면에 인쇄되어 있다. 뒷면은 이면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테스트 문제는 쉽지만 제법 까다로운 문제를 준비한다. 보통은 10문제 중 2~3개를 맞힌다. 조금 공부좀 한다는 아이들은 6~7개를 맞힌다. 아직까지 만점을 맞힌 학생을 아쉽게도, 다행스럽게도 만나지 못했다. 왜 다행스럽냐면 내가 설명해 줄게 있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쉬운 문제도 틀리는 여러분들을 보면서 죄송함을 느낀다고 말한 후, 사과의 인사를 꼭 드린다. 그럼 아이들이 제법 진지해지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럼 한 학기를 성공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위 문제에서 설명이 필요한 문제는 2번 7번 8번 9번을 설명하면 첫수업이 끝나게 된다. 욕심 내지 말고 2번과 8번, 9번 설명하고 첫수업을 아쉽게 끝내야 한다. 다음 시간이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국어도 공부하면 재미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8번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이, -히 구별법
1. 일반적으로 잘 모르겠다 싶으면 -히를 붙이는 것이 안전하다. 즉 "조용 + 이 vs 히"에서 "조용히"가 맞다.
2. 앞이 'ㅅ'받침으로 끝나는 말 다음에는 무조건 "-이"를 붙인다. 깨끗 + 이, 오롯 + 이, 반듯 + 이, 뚜렷 + 이
3. 첩어일 경우 "-이"가 일반적이다. 곰곰 + 이, 겹겹+이
4. 예외(암기 주로 시험에 나오는 예) 솔직히 깊숙이 꼼꼼히 곰곰이
그리고 9번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띄" 3총사
눈에 띄다 / 귀에 번쩍 띄다 / 띄어쓰기 를 제외한 나머지는 "띠"로
그러니 미소를 띄다 VS 띠다 : 띠다가 맞다.
이번 첫 수업시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2번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잘 설명하느냐가 앞으로의 수업에서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느냐 없느냐 중요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각자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완성해 놓아야 한다.
규 칙 : ㄴ = 니은 ㅂ = 비읍 ㅎ = 히읗
불규칙 : ㄱ = 기역 ㄷ = 디귿 ㅅ = 시옷 (암기)
시 험 : ㅌ = 티귿(x) = 티읕(0)
이를 바탕으로 시험문제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시험의 관점으로 바라 볼 때 제일 시험문제에 많이 나오는 것이 바로 'ㅌ'이다. 함정이 곳곳에 숨어 있다. 'ㅌ'은 우선 'ㄷ'의 가획자이다.(모양이) 그래서 티긑으로 함정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ㅌ'은 불규칙이 아니므로 규칙대로 해야 옳다. 그래서 '티읕'이 맞다.
바로 이 내용을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설정해 놓고 수업에서 풀어낼 수 있느냐가 아이들과의 첫만남 첫단추를 제대로 휘어잡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이기에 항상 완벽하게 수업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아야 한다. 버벅이면 적어도 1학기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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