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 사람에게 자신의 부탁을 꼭 들어 달라고 사정하면서 간절히 빌 때가 있는데, 이런 상황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애걸복걸하다’를 쓸 수 있다.
‘애걸복걸(哀乞伏乞)’은 ‘소원 따위를 들어 달라고 애처롭게 사정하며 간절히 비는 것’을 뜻하는 한자어이다. 이 말은 ‘애걸(哀乞)’과 ‘복걸(伏乞)’이라는 두 한자어가 합해진 것인데, ‘애걸’은 ‘소원을 들어 달라고 애처롭게 빎’이고, ‘복걸’은 ‘엎드려 빎’이라는 뜻입니다. 결국 이 두 가지 뜻이 합해져서 ‘애걸복걸’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몹시 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볶아치는 일’을 가리키는 ‘안달복달’도 ‘애걸복걸’과 같은 구성으로 된 말로 보인다. ‘애걸복걸’과 같은 구성이라면 ‘안달’과 ‘복달’이라는 두 개의 표현이 합해진 것이어야 한다. 우선 ‘안달’은 ‘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구는 일’이라는 뜻의 우리 고유어 명사이고, ‘안달하다’라는 동사로도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반면에 ‘복달’은 이와 관련된 표현이 없습니다. 결국 ‘안달복달’이라는 말에서 ‘복달’은 특별한 뜻 없이 ‘안달’과 운율을 맞추기 위해서 덧붙인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걱정'은 관심이고 애정이지만 지나치면 불편하다. 별것도 아닌 일에 공연히 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굴고, 자칫 스스로를 성급하게 몰아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피곤해진다. 이렇듯 '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구는 일을 '안달'이라 하고, '안달을 하며 몹시 조급하게 볶아치는 일'을 '안달복달'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애달복달(마음이 불안하여 어찌하지 못하고 속을 태우며 조급해하는 일)'이 있다.
'안달'은 동사 '안달다'의 어간이 그대로 명사로 굳어진 것이다. '안달다'는 옛 문헌에서 발견되지 않고 또 현재 쓰이지 않으나 다행히도 북한어에는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북한어에서 '안달다'와 더불어 그 사동형인 '안달구다'도 쓰인다. '안달다'는 명사 '안'과 동사 '달다'가 결합된 구성이다. '안이 달다'라는 구에서 주격조사가 생략되면서 어휘화한 것으로 보인다.
'안'은 본래 '내(內)'의 뜻이지만, '안달다'에서는 '속마음'을 뜻한다. 그리고 '달다'는 '안타깝거나 조마조마하여 마음이 몹시 조급해지다'의 뜻이다. '애달다'의 '달다'도 그러한 것이다. '안달다, 애달다'의 '달다'는 '타지 않은 단단한 물체가 열로 몹시 뜨거워지다'는 뜻의 '달다'에서 온 것이다. 그러므로 '안달다'의 기원적 의미는 '속마음이 타서 몹시 조급해지다'가 된다. 우리는 현재 '안달다' 대신 '안달'에 접미사 '-하다'가 결합된 '안달하다'를 쓰고 있다.
쉽게 안달하는 증세를 '안달증'이라 하고, 안달증이 있어 걸핏하면 안달하는 사람을 '안달이, 안달뱅이'라 놀려 말한다. 그리고 안달하며 여기저기 다니는 사람을 특별히 '안달재신'이라 한다. '재신(財神)'은 '사람의 재물을 맡아보는 신'을 뜻하는데, 이것이 '안달'과 결합하여 어떻게 이러한 의미를 띠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안달'을 강조하여 말할 때는 이것에 '복달'을 결합하여 '안달복달'이라 한다. 여기서 '복달'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저 '눈치코치'의 '코치'와 같이 운(韻)을 맞추기 위해 이용된 첩어(疊語) 요소에 불과하다. '안달'이 굳이 첩어 요소로 '복달'을 취한 것은 안달을 심하게 하면 조급하게 볶아친다는 사실을 연상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면서 '안달복달'의 의미도 '안달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에서 '안달하며 볶아치는 일'로 새롭게 재조명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달복달'에는 '안달하며 볶아치는 일'이라는 명사로서만이 아니라 '몹시 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볶아치는 모양'이라는 부사로서의 기능도 있다.
"구경을 못 해서 안달복달 야단이 났다."
의 안달복달이 그러한 것이다. 명사 안달복달에 접미사 '-하다'가 결합된 것이 동사 '안달복달하다'다. 특히 다른 사람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볶아치는 것을 '족대기다'리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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