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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여쭙다의 어원자료 : 어른께 여쭙고 답을 얻었다

by 61녹산 2023.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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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쭈다 여쭙다
여쭙다 여쭈다

 

“모르는 게 생기면 선생님께 여쭈워 봐라!”

 

등교하는 자녀에게 건네는 유대인의 인사다. 돌아오면 무슨 질문을 했는지 물으며 대화를 이어 간다고 한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공부 열심히 해라”

 

는 우리네 인사와 사뭇 비교된다. 이 유대인의 인사에 대해 꼬투리를 잡는 사람이 있다. ‘여쭈워 봐라’는 ‘여쭈어 봐라’로 바루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웃어른에게 말씀을 올리다, 웃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다는 뜻의 동사로는 ‘여쭈다’도 사용할 수 있고, ‘여쭙다’도 사용할 수 있다. 한 의미를 나타내는 두 낱말이 모두 널리 쓰여 복수 표준어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 문제는 부모님께 여쭈어 봐라”

“그 문제는 부모님께 여쭈워 봐라”

 

와 같이 표현해도 문제 될 게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쭈다(여쭙다)’는 ‘묻다’의 존댓말이므로 아이가 선생님께 여쭈어(여쭈워) 볼 수는 있어도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궁금한 점을 여쭈어(여쭈워) 보셨다”

 

처럼 사용할 순 없다.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셨다”

 

로 쓰는 게 적절하다. ‘여쭈다’는 ‘여쭈고·여쭈니·여쭈었다’로 규칙 활용되지만 ‘여쭙다’는 ‘여쭙고·여쭈우니·여쭈웠다’로 불규칙 활용되므로 표기에도 유의해야 한다.

 

다음 두 문장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자. 

 

"선생님께서 나에게 어느 대학에 입학 원서를 제출할 것인지를 여쭈워(여쭤) 보았다."

"나는 선생님께 댁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다."

 

첫 번째 문장은 '여쭈워(여쭤)'를 두 번째 문장은 '물어'를 잘못 써서 비문(非文)이 된 예다. 즉 선생님께서 나에게 어느 대학에 입학 원서를 제출한 것인지를 물어보셨다로, 나는 선생님께 댁이 어디냐고 여쭈워 보았다로 각각 수정해야 한다. 

 

'묻다'와 '여쭙다'는 궁금한 것을 상대가 설명해주기를 바라는 행위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그 쓰임은 전혀 다르다. '묻다'는 또래나 손아랫사람에게, '여쭙다'와 '여쭈다'는 윗사람에게 써야 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묻다' 및 '여쭙다'와 '여쭈다'를 아무렇게나 선택해서 쓰는 경향이 있어 걱정이 된다. '여쭙다'나 '여쭈다'의 어원을 알면, 이들이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님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여쭙다'와 '여쭈다'는 중세국어 '엳잡다'에서 온 말이다. '엳잡-'은 동사 '옅다'의 어간 '옅-'과 겸양법 선어말어미 '-잡-'이 결합된 어형이다. '옅잡-'이 당시의 표기법에 따라 '엳잡-'으로 표기된 것이다. '옅다'는 '말하다, 알리다'의 뜻인데, 15, 16세기 문헌에 단독으로 쓰인 용례는 많이 나타나지 않고, 주로 '엳잡-' 형태로 쓰였다. '옅-'은 중세국어에서 세력이 약화도어 '엳잡다'에 화석(化石)처럼 남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잡-'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데 이용되는 선어말어미다. 따라서 '엳잡다'는 자신을 낮추어 말하는 행위이므로 상대는 예를 갖추어야 할 윗사람이 된다.

 

중세국어 '엳잡다'는 '엿잡다, 엿즙다, 엿줍다'를 거쳐 '여쭙다'로 변한다. '여쭙다'가 20세기 초 문헌에 보인다. 현대국어에서는 '여쭙다'말고도 '여쭈다'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여쭈다'는 '엳잡다'의 활용형인 '엳자오니, 엳자오며'등을 통해 '엳자오-'를 어간으로 잘못 인식한 뒤에 이로부터 변형되어 나온 것이다. 곧 '엳자오다'가 '엿즈오다, 엿주오다, 엿주다'를 거쳐 나타난 어형으로 분석된다. 이를 보면 '여쭙다'와 '여쭈다'는 중세국어 '엳잡다'에서 출발한 것임이 분명해진다. 

 

'여쭙다'와 '여쭈다'는 윗사람에게 쓸 수 있는 것이어서, 사전에서는 이들을 '웃어른에게 말씀을 올리다'로 풀이하고 있다. 또한 사전에서는 이들에 '웃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다'라는 뜻도 함께 부여하고 있다. 곧 

 

"부모님께 여쭈워(여쭤) 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와 같이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돈어른게 인사를 여쭙다(여쭈다)"

 

와 같이 쓸 수 있는 것이다. '여쭙다'는 '여쭈워, 여쭈우니, 여쭙는' 등으로, '여쭈다'는 '여쭈어, 여쭈니, 여쭈는' 등으로 활용하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여쭈다

 

우리말에서 경어법을 제대로 지켜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게 된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번번히 일상 대화에서 ‘뵙다’와 ‘여쭈다’를 자주 틀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시부모님이 되실 분들이 며느릿감을 만나고 싶어 하신다고 할 때

 

“저희 부모님께서 OO 씨를 한번 뵙고 싶어 하십니다.”

 

라고 한다면 올바로 표현한 것일까?

 

이 경우에는 남자의 부모님이 만나고 싶어 하는 대상이 며느릿감이기 때문에 ‘뵙다’를 쓰면 결국 며느릿감을 높여서 말하는 결과가 됩니다. 따라서 이때는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라고 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다른 분들이 저한테 여쭤 보시더군요."

 

라고 말하는 것 역시 바른 표현법이 아닙니다. ‘여쭈다’는 웃어른께 사연을 아뢴다는 뜻이 있는데, 질문을 받은 사람이 바로 말하고 있는 사람 자신이라면, 이것은 자신을 너무 높이는 표현이 되지요. 이때는 ‘다른 분들이 저한테 물어보시더군요.’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뵈다’와 ‘뵙다’ 중에서 ‘뵙다’가 더 겸양의 뜻을 나타내고, ‘뵙다’는 ‘뵙고, 뵙지’와 같이 뒤에 자음 어미와 결합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여쭈다’와 ‘여쭙다’는 서로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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