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긴다는 역설법 구절이 있다. 돼지처럼 덩치가 큰 짐승들을 잡아먹고 사는 것이 인간이라지만 바로 그 인간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것이 작은 모기이다. 가는 형태를 보고 '모기 다리'라고 한다. 작은 소리를 내는 것을 '모기 소리'라고 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과잉 대응하는 어리석음에 대해 모기 보고 칼 뽑는다고 하는 속담도 있다. 그러나 속담 그대로 모기는 작은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칼로 대적할 수 없는 상대이다. 그래서 그냥 싫다. 아무리 신병기를 자랑하는 인간이지만 인간의 피를 빨고 병균을 옮기는 모기를 향해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쏠 수는 없다.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일본에 대한 기막힌 분석이 보인다. 적을 알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몇자 적으면 다음과 같다. 일본 기업이 거대한 미국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모기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 참신하다. 야구로 치면 미국의 기업이나 과학 기술이 홈런 한 방으로 대량 득점을 하는 것이라면, 일본은 번트나 희생 플라이, 도루 등과 같은 잔기술로 점수를 1점 1점 벌어가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일본은 야구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각종 마이크로 머신을 만들기 위해 모기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인간의 미세한 혈관을 찾아내 피를 빨아내는 모기의 그 신비한 힘과 기술은 사자가 먹이를 향해 덮치는 것과 같은 그런 차원의 것은 분명 아니다. 덮어 놓고 아무 데나 무는 것이 아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모기는 그 가는 뒷다리에 있는 초음파 센서로 인간의 피부 용적의 1, 2퍼센트밖에 안 되는 말초 혈관을 찾아낸다는 한다. 혈관을 찾아냈다고 곧바로 피를 빨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기와 같은 연약한 힘으로 살갗을 뚫어 바늘을 꽂는 것은 달걀로 바위치기 격처럼 무모한 도전이라고까지 한다. 그런데 모기는 ATP나 ADP의 화학 합성물을 이용하여 혈관에 정확히 파이프를 꽂는다. 피가 굳지 않게 용혈제의 타액까지 집어 넣는다고 한다. 작은 모기의 몸이 정밀한 화학 공장이요, 각종 첨단 장치를 갖춘 레이더 기지인 것이다. 그래서 모기는 인간의 모든 기계의 이상적 모델로 변신할 수 있다. 모기처럼 작고, 가볍고 작은 힘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이크로 머신이고 이 머신이 21세기를 지배할 것이다.
세계의 거대 기업들이 지금 재구축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기는 21세기 산업 구조와 과학 기술의 변화가 바로 4차 혁명이 핵심인 것이다. IBM, 포드 등 세계 모범적 기업들이 다운사이징(downsizing: 축소 지향)이라는 말이 세계적 유행이다. 우리의 기업과 행정 조직도 작고 섬세하고 기술 집약적이며 각종 센서를 갖춘 정보형으로 다운사이징해야 한다. 모기 문(蚊)자에 글월 문(文) 자가 들어 있는 이유를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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