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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茶(차) - 이제 상품은 물건이 아니라 문화다

by 61녹산 2023.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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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 vs 찻집
다방 vs 찻집

 

다방? 차방? 찻집

  경기도 안성의 면에 소재한 고등학교로 출근하다 보니 출근 길에 '다방'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게 변화된 다방도 종종 눈에 띈다. 운전 중에 그런 다방을 보며 실없이 웃는다. 이유인즉은 우리는 다방에 가서 차를 마셨다고 한다는 데 있다. 어째서 똑같은 것을 가리키는 말인데 들어갈 때는 '다'라고 하고 마실 때에는 '차'라고 할까? 싶어서다. '다방에 가서 다를 마셨다'고 해야 하거나 '차방에서 차를 마셨다'고 해야 옳다. 그래서 나는 다방을 아예 찻집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혼란은 차가 중국에서 온 말이면서도 막상 그 한자의 차(茶)는 '다'라고 읽기 때문이다. 즉 차를 가리키는 중국 말이 廣東語(광동어)에서는 '차(cha)', 福建語(복건어)에서는 '다(tay)'로 되어 있기 때문일 듯싶다. 광동에서 육로를 거쳐 차를 들여온 힌두, 페르시아, 아라비아, 러시아 그리고 터키와 같으나 나라에서는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모두 그냥 '차'라고 한다. 그러나 푸젠 성의 해상 루트로 차를 도입한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고 영국은 티(tea)란 말처럼 '다' 계통에 속해 있다. 

 

상품을 팔지 말고 문화를 팔자

  여기서 말하고 싶은 점은 다름이 아니라 차와 다의 담론에는 무역의 경제성을 뛰어넘는 문화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있다. 영국의 경우 17세기까지 '차'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남해 항로를 통해 차를 수입하면서 그 호칭도 복건어계통인 '티'로 바뀌었다고 한다. 특히나 서구에서 유일하게 '차' 계통에 속해 있는 포르투갈은 그들이 광동성의 마카오에서 직접 차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역은 물건에 그치지 않고 말을 바꿔 놓기도 한다. 말은 다시 문화까지 바꾸게 하여 인간의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차 문화의 발상지는 중국이다. 중국의 고전 <삼국지>가 차에 얽힌 사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워즈워스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에게 차를 팔아 돈을 벌었다는 일화는 중국의 차가 서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 값이 얼마나 비싼 것이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요즘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가 자연스럽게 되어버린 K-Cultur(한국문화)를 생각할 때 물건이 아닌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문화를 판매하는 대한민국의 현재가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점이 대견스럽고 고맙기까지 한다. 백범 김구선생의 <나의 소원>이란 책에서 문화를 강조하는 혜안을 다시 한번 생각게 한다.

 

  내가 원하는 우리 민족의 사업은 결코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경제적으로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느 민족도 일찍이 아무도 한 자가 없었으니 그것은 공상이라고 하지 말라. 일찍이 아무도 한 자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하자는 것이다. 이 큰 일을 하늘이 우리를 위하여 남겨 놓으신 것이라고 깨달을 때, 우리 민족은 비로소 제 길을 찾고 제 일을 알아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청춘남녀가 모두 과거의 조그맣고 좁다란 생각을 버리고, 우리 민족의 큰 사명에 눈을 떠서, 기꺼이 제 마음을 닦고 제 힘을 기르기를 바란다. 젊은이들이 모두 이 정신을 가지고 이 방향으로 힘을 쓴다면 30년이 못 되어, 남들이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볼 정도로 우리 민족은 대내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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