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은 한글 맞춤법 전체에 적용되는 원칙을 세 조항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제1항은 한글 어휘를 표기하는 원칙을, 제2항은 한글 문장을 표기하는 원칙을, 제3항에서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을 표기하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제1항에 따르면 한글 맞춤법은 다음 세 가지의 조건을 바탕으로 한다. "한글 맞춤법은 ㉠ 표준어를 ㉡ 소리대로 적되, ㉢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는 점이다. ㉠은 표준어를 맞춤법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조건이다.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은 표준어로 선택한 말을 그 발음대로 적어야 함을 원칙이고, ㉢은 발음대로 기록할지라도 문법에 맞고 뜻을 파악하기 쉬워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런데, ㉡과 ㉢은 서로 상충되는 조건이다. ㉡은 각 형태의 발음대로 적는 '발음 표기'를 규정한 것이고, ㉢은 각 형태소의 의미를 밝혀 적는 '형태 표기'를 나타낸 것이다. 한글이 표음 문자라는 점과 어문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의 발음 표기가 타당하다. 그러나 한글이 모아쓰기를 원리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독서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형태를 언제나 같은 형태로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밭(田)'에 조사 '-이, -을, -만, -도'를 붙여서 읽는다면 각각 [바치], [바틀], [반만], [받또]로 나타난다. 만약 이를 발음대로 표기한다면 각각의 발음에서 '밭(田)'의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명사 '밭'과 조사 '-이, -을, -만, -도'의 형태를 각각 고정하여 적어 '밭에'나 '밭이'로 적는다면 명사나 조사가 고정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의미 파악이 쉬워 독서의 능률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표기는 형태 표기법을 취하지만 때로는 발음 표기법을 반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발음, 형태, 의미'가 불규칙한 때에 그러하다.
첫째, 발음이 국어의 발음 규칙에 따르면 형태 표기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발음 표기를 한다. '국수 굵다랗다, 뚝배기'가 [국쑤, 국따라타, 뚝빼기]의 된소리로 발음되고, '소쩍새, 널따랗다, 머리빼기'도 [소쩍새, 널따라타, 머리빼기]의 된소리로 발음된다. 그러나 앞의 예들은 국어의 된소리 발음 규칙이 적용될 조건에서 규칙적으로 발음되므로 형태를 밝히어 적으나, 뒤의 예들은 국어의 된소리 발음 규칙이 적용될 조건이 아닌데도 된소리로 발음되므로 발음대로 표기한다.
둘째, 형태소들이 결합하여 낱말을 만들 때, 그 결합이 규칙적이면 형태 표기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발음 표기를 한다. '막이, 막음'에서 접미사 '-이, -음'은 '막-'뿐만 아니라 '잡-, 놀-'과 같은 대부분의 용언 뒤에 규칙적으로 붙을 수 있으므로 형태를 밝히어 적으나 '마개, 마감'의 '-애, -암' 따위는 '막-' 외에 몇 개의 용언에만 제한적으로 붙는 불규칙한 형태이므로 원형을 밝히지 않고 발음대로 적는다. '오뚝-'은 '-거리다, -하다, -이다'와 결합에서 형태의 규칙성을 보이므로 '오뚝이'로 그 모습을 밝혀 적으나 '개굴-'은 그렇지 못하므로 발음대로 '개구리'로 적는다.
셋째, 어원으로나 기능에서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나면 형태 표기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발음 표기를 한다. '들어가다, 맛적다'는 각각 '들(入)-, 적(小)-'과 어원에서나 의미, 기능에서 연관성을 찾기 어려우므로 굳이 기본형을 밝혀 적을 뚜렷한 이유가 없어 소리대로 적는다. 더 나가서 '반듯이(바르게)/반드시(꼭)'처럼 소리는 [반드시]로 같지만 어원이나 의미, 기능이 각기 다른 경우에는, 그 차이를 형태 표기와 발음 표기로 구별하여 따로 적는다.
연습하기
자음 이름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왔을 때에 발음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국어의 받침 규칙에서 받침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허사(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형태소, 조사나 어미 및 접미사 등)가 오면 '기역이[기여기]'와 같이 앞 받침을 뒤 첫소리에 이어서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몇 자음은 예외를 인정하여, 받침 'ㄷ, ㅌ, ㅈ, ㅊ, ㅎ'은 [ㅅ]으로, 'ㅋ'은 [ㄱ]으로, 'ㅍ'은 [ㅂ]으로 발음한다.
디귿을 [디그슬] 티읕이 [티으시] 지읒에 [지으세] 치읓이 [치으시]
히읗을 [히으슬] 키읔을 [키으글] 피읖에 [피으베] 피읖을 [피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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