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껨뽕"이라고 하는 말을 아는가? 어린아이들이 놀이할 때 손을 내밀어 순서나 승부를 정하는 방법이 '짱껨뽕'일 것이다. 아이들이 모여서 술래를 정하고, 편을 가르고, 놀이 순서를 정할 때 "짱껨뽕"은 아주 합리적인 결정 방식이다. 그런데 "짬껨뽕"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어 "잔켄폰"에서 들어온 말인듯하여 매우 거북하다. 아동문학가 윤석중씨는 이 말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걱정했다고 한다.
"알고 보면 이것은 일본 나라에서 일본 아이들이 그러는 것이 우리 땅에 묻어 들어온 것이었다. '짱껭'이란 말은, '이시켕'이란 일본말의 도쿄 사투리로, '이시켕'이란 '이시'와 '켕'을 붙여 만든 돌주먹이란 뜻이다. 주먹을 쥐어 내밀면서 '돌덩이'를 나타냄인데 '짬껭뽀우' 하기도 하고 '짱껭뽕' 하기도 하는 것은, 기운을 내느라고 '뽕' 하기도 하고 '뽀우' 하기도 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영문도 모르고 그대로 하다가 그만 입에 베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런 걱정 끝에 선생이 생각해 낸 대안이 '가위 바위 보'다. 이 말은 <조선일보> 1953년 5월 6일 자 기사에서 처음 확인된다. 선생은 이 말을 신속히 보급하기 위해 노래까지 지었다. 당시 문교부가 이 노래를 초등학교에 보내려고 악보를 인쇄하던 중 625전쟁이 일어나 바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노래는 다음과 같다.
가위 바위 보! 가위가 아무리 잘 들어도, 바위를 벨 수야 있나요.
가위 바위 보! 바위가 아무리 힘이 세도, 보로다 싸면야 그만이지.
가위 바위 보! 보가 아무리 커다라도, 가위로 베면야 쓸 수 없지.
'가위 바위 보'에서 궁금한 단어는 '보'뿐이다. '보'는 보(褓 포대기 보)로 '보자기'의 뜻이다. '가위 바위 보'에서 '가위'는 두 개의 손가락만 편 것이고, '바위'는 주먹을 쥔 것이며, '보'는 손가락을 모두 편 것이다. '바위'를 '주먹'으로, '보'를 '그물' 또는 '보자기'로 바꾸어 표현하기도 한다. '가위'는 '보'는 '바위'에 각각 이긴다.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다.
본래 구 형식이었던 '가위 바위 보'가 <국어대사전>(1961)에는 한 단어로 올라 있따. 625전쟁이 이 말의 원활한 보급을 막았지만 전쟁 후에 학교 교육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급속히 퍼져 나가 단어로서의 자격을 얻은 것이다. '가위 바위 보'가 세력을 얻게 되자 '짱껨뽕'은 서서히 세력을 잃어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윤석중 선생님 덕분에 뿌리 깊이 박혀 있던 일본어 하나를 제압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특이하게도 '보'가 빠진 '가위 주먹'이라고 쓰인다고 하니 조금 궁금하다. 어떤 체계인지.
가위 바위 보는 한 손으로 가위 · 바위 · 보의 세 가지 모양을 만들어 차례나 승부를 결정하는 어린이놀이를 말한다. 이 놀이는 본디 중국에서 전해진 손의 싸움으로 술자리의 놀이였으나, 뒤에 아이들의 놀이로 되었다고 한다. 가위·바위·보는 손가락 모양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한 손으로 엄지손가락이나 집게손가락 또는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만을 펴고 나머지 손가락은 접은 모양을 ‘가위’, 주먹쥔 손을 ‘바위’, 그리고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편 모양을 ‘보’라고 한다.
놀이방법은 둘 또는 그 이상의 어린이들이 둘러앉거나 선 채로, ‘가위바위보’하고 합창하면서 제각기 마음 먹었던 손 모양을 지어 내민다. 그런데 가위는 보, 곧 보자기를 찢을 수 있기 때문에 ‘보’에 이기나, ‘바위’보다는 약하므로 ‘바위’에 진다.
한편, ‘바위’는 ‘보’로 싸 담을 수 있으므로 ‘보’에 지는 것으로 여긴다. 첫 번에 낸 모양이 모두 같거나, 같은 사람이 둘 이상이면 지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거듭하는데, 곳에 따라서는 두 번째·세 번째 부르는 소리를 달리하기도 한다. 승부는 단번에 결정되나 ‘삼세번’이라 하여 세 번 계속해서 두 번 이상 이기는 것으로 정하기도 한다. 이 놀이를 할 때 남이 내는 것을 얼핏 보고 나서 뒤늦게 내는 꾀를 부리기도 하는데, 이 경우 늦게 낸 사람을 진 것으로 친다. 이를 막으려고 각각 돌아서서 어깨너머로 손을 내밀기도 한다. 한편, 날씨가 춥거나 하여 손을 내밀기 싫은 때에는 발로 가위바위보를 한다. 두 다리를 모으면 바위이고, 한쪽 다리를 벌리면 보가 되며,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어디디면 가위로 친다. 이 놀이는 가위바위보만을 계속해서 많이 이기는 그 자체를 즐기기도 하는데, 이때 상대방이 무엇을 낼 것인가를 짐작하는 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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