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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버마재비의 어원자료 : 범의 아류인 곤충

by 61녹산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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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재비
버마재비

 

 

'버마재비'는 '사마귀'나 '오줌싸개'로 더 잘 알려진 곤충이다. 우리 국어 사전에 실린 낱말 중에는 원래 서울 지역어가 아니지만 표준어로 채택된 경우가 더러 있다. '버마재비'가 그 중의 하나다. '버마재비'는 주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방언이나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사마귀'라는 낱말과 함께 표준어로 채택되는 영예를 안았다. 고사성어에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말이 있다. 당랑(螳螂)이란 사마귀를 이름이니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가로막는다는 뜻이다. 제 분수를 모르고 강적에게 항거하거나 덤벼드는 무모한 행동을 하는 자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어린 시절에 들판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버마재비'는 부동의 자세로 몇 시간이고 꼼짝하지 않은 채 긴 앞다리를 치켜들고 있었다. 머리를 180도 돌려 가며 무섭게 생긴 두 눈을 굴리고 있던 그 놈을 기억한다면 이 고사성어의 유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놈은 사냥술이 매우 발달하여 상대방이 겁에 질려 혼절 상태에 있을 때,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달려들어 상대를 잡아먹는 음흉하기 짝이 없는 놈이다. 뿐만 아니라 교미가 끝난 후에는 수놈이 암놈에게 순순히 잡아먹히는 종족 보존의 철저함도 갖고 있다 하니 과연 수레바퀴 따위 겁내지 않을 만도 하다.
   

그러나 정작 '버마재비'가 두려운 것은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귀에 못 박히도록 들었던 속설 때문이다. 생김새부터 고약하게 생긴 버마재비는, 그 놈이 오줌을 눌 때 옆에 있다가는 그 오줌이 눈에 튀어 들어가면 소경이 된다는 것이었다. 자연히 버마재비는 두려움의 상징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대상인 '버마재비'가 늘 그렇게 나쁜 놈만은 아니어서 손등에 돋아 오른 '사마귀'를 그 놈의 날카로운 이빨로 뜯어먹게 하면 감쪽같이 없애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마도 손등에 돋아 오르는 '사마귀'라는 낱말과 동음 이의어의 경쟁 관계를 유지하게 됨에 따라 비록 남부 지역 방언이지만 '버마재비'가 '사마귀'라는 낱말과 함께 당당하게 표준어로 선택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버마재비'라는 낱말의 방언형은 '버무땅개비', '범이땅깨', '연까씨', '오줌싸개', '각재비', '사마귀' 등이 있다. '버마재비'와는 반대로 낱말의 구조적 체계가 표준어보다 합리적인데도 불구하고 방언이라는 이유로 표준어에서 밀려난 불행한 사례가 있다. 경상도 방언의 '뜨신밥'이라는 합성어가 '더운밥'이라는 표준어에 밀려났다. 온도를 나타내는 낱말에는 '물리적 온도'와 '생리적 온도'에 따라 일련의 대립 체계를 보여 준다. 곧 물리적 온도는 '차갑다(찬)>미지근하다>뜨뜻하다>뜨겁다(뜨신)', 생리적 온도는 '춥다(추운)>서늘하다>따뜻하다>덥다(더운)'의 체계를 보여 준다. 따라서 표준어의 '더운밥'의 대립어는 '쪹추운밥'이 되어야 한다. 표준어의 '더운밥'은 생리적 온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생리적 온도를 나타내는 '쪹추운밥'과 대응되어야 하므로 낱말의 체계적 구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방언이지만 '뜨신밥'과 '찬밥'의 대응 체계를 보이는 물리적 온도를 나타내는 낱말 구성이 옳은 것이다. 우리말 가운데에는 이와 같이 방언인데도 표준어로 채택되는 영광을 지닌 낱말이 있는가 하면 당연하게 표준어로 채택되어야 할 합리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준어에서 밀려나는 낱말도 있다.

 

버마재비는 역삼각형 머리에 방울 같은 큰 눈, 뾰족하고 날카로운 주둥이, 가시 돋친 앞다리를 갖고 있어 아주 매섭고 공격적으로 보이는 곤충이다. 그런데 여기서 '버마제비'는 다름 아닌 '범아재비'를 발음 나는 대로 적은 어형이다. '범아재비'는 '호랑이'를 뜻하는 '범'과 '아저씨'를 뜻하는 '아재비'가 결합된 어형이다. 곤충 이름에 '범'과 같은 동물 이름과 '아재비'와 같은 친족어휘를 함께 이용한 점이 제법 흥미를 끈다.

 

'게아재비, 꽁치아재비, 방게아재비' 등에서 보듯 '게, 꽁치, 방게' 등과 같은 동물 이름과 친족어휘 '아재비'를 결합하여 특정의 동물 이름을 만드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범'과 '아재비'를 결합하여 곤충 이름을 만드는 방식이 그렇게 특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재비'는 '개밀아재비, 벼룩아재비, 억새아재비' 등에서 보듯 동물 이름보다는 식물 이름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또 다른 식물 이름을 만드는 데 이용된다. 

 

동물과 식물 이름에 붙은 '아재비'는 이에 선행하는 동식물과 생김새나 습성이 흡사한 또 다른 동식물을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친족어휘인 '아재비'가 이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아주 가까운 남자 친족을 두루 지시하는 데 쓰였기 때문이다. 모양이나 습성이 엇비슷한 동식물을 먼 친족뻘로 간주하고, 남자 친족을 범치하는 '아재비'를 이용하여 이름붙인 것이다. 그러므로 '버마재비'는 '범의 먼 친족뻘 되는 곤충'쯤으로 해석된다. 

 

작은 곤충에 불과한 '버마재비'가 '아재비'를 통하여 크고 무서운 '범'에 비견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듯 하다. 적이 나타나면 마치 범이 포효하며 앞발을 쳐드는 자세와 흡사하게 앞발을 높이 들어 대결 자세를 취하고, 또 먹잇감이 있으면 마치 범이 뭇짐승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여 잡아 먹듯 벼락같이 달려들어 잡아먹기 때문이다. 곧 범의 공격 자세 내지 습성과 흡사한 데가 있어 '범'과 '아재비'를 끌어들여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 

 

버마재비를 한자어로는 '거부(拒斧), 당랑(螳螂)'이라고 한다. '당랑'은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한자 성어를 통해 우리에게 이미 친숙하게 알려져 있다. 중국 제나라의 장공이 사냥을 나가는데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바퀴를 멈추려 했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제 역량을 생각하지 않고 강한 상대나 되지 않을 일에 덤벼드는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역사와 정의의 두 축을 가진 수레바퀴를 막아서려는 현정부의 작태를 떠올리면, 우습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암튼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해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기에 혈안이 된 그들과 참 닮았다는 생각에 몇 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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