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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손, 손끝 어휘 자료

by 61녹산 2025.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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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손끝 어휘 자료

 

 

다양한 손 모양

 

 

 

국어 명사 가운데에서 손처럼 다양하게 쓰이는 낱말이 없다. 사람이 생활을 하면서 손을 매우 다양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언어적 쓰임새도 그만큼 다양하게 발달한 것 같다. 이 움직이면 일이 되고, 이 쉬면 일이 그친다. 그래서 

 

"부지런히 손을 놀려야 밥을 먹을 수 있다."

 

라고 어른들이아이들에게 부지런을 재촉한다. 그런데 어떤 분은

 

"그렇게 손을 놀리고 있으면 밥이 어디서 나오나."

 

라고 핀잔을 준다. 이는 손이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하나의 표현이 상황에 따라서 상반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 아무래도 손에 서투르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일이 손에 잡히기 시작하면 점점 손에 익게 된다. 그러면 

 

"일이 손에 척척 붙는구나."

 

라면서 좋아할 것이다. 일을 하다가 일거리가 떨어지면 손이 놀게 된다. 그러면 

 

"손이 비었으니 일거리 좀 주시오."

 

라고 하여야 한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을 하는 공장의 사장은 손이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날삯을 주고 놉을 사야 한다. 은 일용 근로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놉 가운데 손이 뜬 사람보다는 손이 잰 사람이 우대를 받는다. 물론 손이 재더라도 손이 거칠면 소용이 없다. 손이 여물어야 한다

 

농촌에서는 놉을 사지 않고 손을 빌리기도 한다. '내일 김매기를 하려는데 손이 나면 우리 좀 도와주게.'라고 하면 '요즘 순을 지르는 데 손이 잠겨 있지만 손을 내서 도와야지. 우리는 모레 김매기를 하려는데 그때는 자네가 날 돕게.'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서로 손을 주고받는 것을 품앗이라고 한다.

 

일을 하다가 옆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 '손을 놓고' 이야기를 듣는 데 열중하게 된다. 이야기 듣느라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인이 화를 낼 것이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손을 놓거나 '손을 맺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주인이 일꾼더러 하던 일에서 '손을 때라'고 할지도 모른다. 

 

마약 복용처럼 좋지 않은 일에 손을 대거나 '손을 적신' 사람은 그 일에서 손을 떼든지 '손을 끊어야' 할 것이고, 여럿이 그런 짓을 한 사람은 자기만이라도 그 일에서 '손을 빼야' 한다. 흔히 도둑질이나 노름을 그만두면서 '이제 손을 씻었다.'고 하는데, 노름은 '손을 털고' 나서야 겨우 이런 결심을 하게 된다고 한다.

 

내 손이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면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 '손이 가는' 곳에 마음도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려면 먼저 '손을 벌려야' 하고, 화해하거나 도움을 주려면 '손을 내밀어야' 하며, 협력하려면 '손이 맞아야' 하므로 '손을 맞잡아야' 하고, 활동 범위를 넓히려면 '손을 뻗쳐야' 한다. 손을 뻗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므로 긍정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손을 마수(魔手)라고 하여 '마수를 뻗친다'는 표현이 생겼다.

 

 

 

손 관련 관용 표현

 

 

 

 

2002년 월드컵 대회에서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보며 열렬히 응원한 경험이 있다. 16강이라는 초유의 성과를 '손에 넣고' 8강과 4강에 이르자 우승의 영광도 '손에 잡힐' 것 같았다. 그러나 결승전 진출권은 도이치의 '손에 넘어갔고', 우리는 잠시 '손을 늦춘' 사이에 터키에게 져서 4위에 만족해야 했으며, 우승은 브라질의 '손에 떨어졌다.' 축구에 관한 한 우리의 '손이 어디까지 닿을지' 아무도 모른다. 

 

어떤 일이 잘되고 못되는 것은 전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수완(手腕 ; 횟손)에 달렸다. 그래서 '일의 성패는 내 손에 달렸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일을 시키는 사람도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사람의 '손에 일을 맡기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사람은 '손이 매워' 일을 확실하게 마무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믿고 사장도 자신의 '손에 놀아난다고' 오판하여 아랫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손에 틀어쥔 듯이 전횡을 일삼다가 회사에서 쫓겨나고 만다. 

 

사채 시장이나 증권 시장에서 큰돈을 가지고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큰손'이라고 하는데 이는 손이 큰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손이 크다'는 말은 씀씀이가 후하다는 뜻과 함께 일을 두루 해내는 솜씨가 좋다는 뜻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손이 걸다'와 같은 말이다. 그렇다면 '큰손'의 반대는 무슨 손일까? '작은손'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보다는 '개미손'이 더 제격일 것 같다. 개미에게 손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장에서 생선을 살 때 고등어는 한 손씩 사는 경우가 있다. 큰 생선의 내장을 빼내고 그 안에 작은 생선을 한 마리 넣어서 한 손을 만들어 판다. 배추를 팔 때에도 큰 포기와 작은 포기를 함께 묶어서 한 손을 만들어 판다. 이 손과 사람의 손이 관련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나물을 한 손으로 잡을 만큼의 분량을 한 손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에도 손이 쓰인다. '그 젊은 사람은 참 잘 생겼네.'라고 할 자리에 '그 젊은  참 잘생겼네.'라고 하는 경우에 '손'이 사람을 가리킨다. 대체로 사람보다는 낮추고 한자어 '자(者)'나 인간(人間) 보다는 높이는 어법으로 쓴다.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뭘 잘못했을 때에 '아니, 이런 고얀 을 봤나.'라고 하는 것도 상대를 조금 낮추어 하는 말이다.

 

'손끝'은 '손가락의 끝'을 의미하기도 하고, '손을 놀려서 하는 일의 솜씨나 그 결과'를 가리키기도 한다. '손끝이 맵다'는 일을 해 내는 솜씨가 야무짐을 의미한다. '손끝을 맺다'는 할 일을 하지 않고 놂을 의미한다. '손끝에 물이 오르다'는 가난하던 살림이 넉넉해짐을 나타낸다. 날씨가 추우면 손끝이 시리고, 피가 통하지 않으면 손끝이 저리는 법인데, 살림이 넉넉해지면 손끝에 물이 올라 손끝이 부드러워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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