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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고드름의 어원 : 곧게 뻗은 곧 얼음 vs 뾰족한 곶얼음

by 61녹산 202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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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얼음 VS 곶얼음
곧얼음 VS 곶얼음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아요.

 

한겨울, 지붕에 쌓인 눈은 햇볕이 좋으면 녹기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기온이 어는점(빙점) 이하로 내려가면 지붕에서 떨어지던 물이 꽁꽁 얼어붙어 뾰족한 막대기 모양의 얼음이 된다. 곧 고드름이 달리는 것이다. 그런 과학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인류가 만든 집의 역사와 줄곧 함께 했을 고드름이라는 말은 아쉽게도 중세국어 문헌에는 발견되지 않는다. 17세기 문헌에서야 '곳얼음' 또는 '곳어름'으로 등장한다. 18세기 이후 문헌에는 주로 '곳어름'으로 나온다. '곳어름'이 '곧얼음'으로 표기된 뒤에 제2음절의 '어'가 '으'로 변한 어형이 고드름이다. '어험'이 '어흠'을 거쳐 '어음'으로 변하고, '처엄'이 '처음'으로 변하듯, '고더름'이 '고드름'으로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학계에서는 17세기의 '곳얼음'을 놓고 서로 다른 어원설을 내놓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주장은 '곳얼음'은 '곧어름'의 다른 표기로 보고, 이를 형용사 '곧다'의 어간 '곧-'(直)과 동ㅅ사 '얼다(氷)'에서 파생된 명사 '어름'이 결합된 합성어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곧어름은 곧게 뻗은 얼음으로 해석된다. 실제 고드름은 처마 밑으로 곧게 뻗은 형상이다. 이와는 좀 다르게 형용사 어간 '곧-(直)'과 동사 어간 '얼-'이 결합된 '곧얼-'에서 파상된 명사로 보기도 하는데, 이 경우 '곧어름'은 '곧게 언 것' 정도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한편 '곧어름' 설보다는 뒤에 나온 것이지만, 곳어름을 곶어름의 다른 표기로 보고, 이를 명사 곶과 얼음이 결합된 어형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중세국어 '곶'은 '꼬챙이'의 뜻을 가지고 있어서 곶어름은 꼬챙이처럼 뾰족한 얼음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해석은 고드름이 실제 길고 뾰족한 꼬챙이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더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고드름이 곶(꼬챙이)을 이용한 고지, 고조롬, 고질럼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여 곶어름 설에 힘을 보탠다. 아울러 곶이 곳게(꽃게 꼬챙이처럼 뾰족한 뿔이 난 게), 곳갈(고깔, 끝이 꼬챙이처럼 뾰족한 모자), 곳광이(곡괭이, 꼬챙이처럼 뾰족하게 생긴 괭이), 송곳(좁은 꼬챙이)' 등에서 보듯 꼬챙이와 흡사한 모양의 것을 지시하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이 또한 곶어름 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드름을 보고 곧다는 특징이 먼저 떠오르면 곧어름을, 뾰족하다는 특징이 먼저 떠오르면 곶어름이 옳다고 하겠다. 여기서 한 가지 실제 고드름을 살펴보면 곧기는 하나 뾰족함이 특징이다. 조금 가까이서 보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곧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싶다. 그래서 곶어름이 좀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수직으로 길게 늘어진 얼음덩이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꼬챙이처럼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함경 방언을 토대로 ‘고드름’의 기원형을 ‘*고저름’으로 잡았다. 그리고 ‘*고저름’을 ‘곶’과 ‘어름’으로 분석하고 ‘곶’이 기원적으로 ‘꼬챙이’나 ‘좁고 길게 뻗은 산줄기’를 가리키는 ‘곶(串)’과 같은 것으로 보았다. 물론
‘어름’은 ‘氷’의 뜻이다. 


그리고 ‘곳갈, 곳챵이’ 등과 같은 합성어 속에서는 ‘곶’이 ‘뾰족함’을 지시하는 요소로 사용된다는 점을 들어 ‘*고저름’을 ‘뾰족한 얼음’으로 해석하였다. 이는 기존의 ‘곧은 얼음’이라는 해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곶’이 이른 시기에 아주 일상적인 단어였고, 또 뾰족한 대상을 지시하는 합성어에 적극적으로 쓰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는 ‘고드름’을 지시하는 단어를 만드는 데에도 ‘곶(串)’이 이용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파악하였다.


‘곧은 얼음’ 설 보다는 ‘뾰족한 얼음’ 설이 더 논리적으로 옳다고 하겠다. 현대국어의 ‘고드름’은 기원형 ‘*고저름’이 아니라 18세기에 보이는 ‘곳어름’으로 직접 소급하는 것으로 보았다. 즉 ‘곳어름[곧어름]’에 대한 단어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고더름’으로 표기되고 ‘*고더름’이 여러 음운 변화를 거쳐 ‘고드름’으로 정착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곳어름’에 대해서는 기원형 ‘*고저름’에서 직접 변한 어형이 아니고 ‘*고저름’과는 다른 표기 방식에 따라 표기된 어형으로 보았다. 

 

‘고드름’은 지역에 따라 ‘곧-’ 계나 ‘곶-’ 계 ‘冬/凍’ 계, ‘얼음’ 계 및 기타 방언형에서 세분하여 분화했다. 즉, ‘고드름’은 단일 어원에서 기원하지 않았다. 우선 ‘곧[直]-’ 계 방언형은 내적 구조에 따라 ‘곧-+얼-+-음’ 계, ‘곧-+얼- +-음+ -이’ 계, ‘곧-+얼-+-이’ 계와 ‘곧-+얼-’ 어간형 명사로 나뉜다. ‘고드름’은 ‘곧-+얼-+-음’ 정도로 어원적 분석을 시도할 수 있다. ‘고드름’의 다양한 방언형을 고려하면, ‘곧-+얼-→*곧얼-/*고덜-’의 비통사적 합성동사가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고드름’의 단어 형성 과정은 ‘[곧-+[얼-+-음]N]N’ 이 아니라 ‘[[곧-+얼-]V+-음]N’으로 보아야 한다. 한편 ‘고더름>고드름’의 고모음화가 상당히 이른 시기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곧-+얼-+-음+-이’ 계 방언형 중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어기에 ‘ㄴ’이 첨가된 ‘곤드라미, 곤드래미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곶[串]-’ 계 방언형도 내적 구조에 따라 ‘곶-+얼-+-음’ 계, ‘곶-+얼-+-음+-이’ 계, ‘곶-+-이’ 계, ‘곶-+얼-+-이’ 계와 ‘곶-+얼-’ 어간형 명사로 나뉜다. ‘동곳, 동긋, 동곧, 동곶이’는 ‘한자어+고유어’의 내적 구조를 갖는 비순수 고유어 계통의 방언형이다. ‘고드름’의 방언형 중에는 ‘얼음’이 선행 혹은 후행요소로 통합된 예들이 있다. ‘고드름’의 문헌형은 18세기의 ‘곳어름, 고도롬’, 19세기의 ‘고도름, 고두룸’, 최근세의 ‘고두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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