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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크낙새 어원자료_클락 클락 우는 클락새

by 61녹산 2024.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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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낙새

 

 

 

우리나라 새중에 크낙새라는 것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 197호로, 광릉 크낙새가 특히 유명하다. 크낙새, 어디서 온 말일까? 언뜻보면 크낙새의 앞말 ‘크낙’은 외국말처럼 보인다. 우리말중에 ‘크’가 앞말로 온 예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국어사전에서 크낙새를 찾으면 “우리나라 특산종이다.”라는 설명구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영어사전도 크낙새에 대해 ‘Korean Woodpecker’라고 적어 놓고 있다. 이중 ‘Woodpecker’는 딱따구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뒷말 ‘pecker’는 부리로 나무를 쪼는 새에게 붙여지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크낙새 할 때의 ‘크낙’은 외국말이 아닌 순우리말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고 있다. 의외지만 오늘 문제를 풀려면 아가리, 손아귀, 아귀찜 등의 단어를 먼저 예습해야 한다. 왠지 이들 단어는 비슷한 발음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어문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단어는 입(口)의 순우리말 고어인 ‘악’이 변한 말이다. 아가리는 입을 속된 말이고, 무엇을 쥐는 손모습이 입과 비슷한데서 생겨난 단어이다. 그리고 아귀찜은 입이 큰 바다물고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바로 크낙새의 앞말 ‘크낙’은 형용사 크다. 작다 할 때의 ‘큰’에, 입을 뜻하는 ‘악’ 자가 붙은 말이다. 직역하면 ‘입이 큰 새’라는 뜻이 된다. 본래는 ‘큰악새’였으나, 연음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크낙새’로 변했다. 언뜻봐도 크낙새는 입, 즉 부리가 무척 길어 마치 코주부 모습을 하고 있다. 크낙새는 이 부리로 나무에 집을 만들기도 하고, 먹이가 되는 알, 유충 등을 꺼내 먹기도 한다.

 

 

 

경기도 남양주시 마스코트 : 크낙새

 

 


경기도 광릉숲, 학교에서 이곳이 크낙새가 서식하는 남한의 유일한 숲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현재 이곳 광릉숲에 크낙새는 없다. 1990년대 초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춘 것으로 학계에 보고 되어 있다. 산림 파괴로 서식지가 줄어든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지금은 비무장지대 너머 개성 인근 산림 지역에서나 이 새를 겨우 볼 수 있다고 하니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크낙새라는 단어는 문헌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도 <조선일보 1945.5.1.>자 기사에서야 비로소 발견된다. 사전으로는 <큰사전 1957>에 처음 올라 있는데, 특이하게도 '골락새'의 비표준어로 처리되어 있다. 골락새는 <동아일보 1947.3.11.>자 기사에서 처음 확인된다. 현재 사전에 표준어로 올라 있으나 크낙새에 밀려나 잘 쓰이지는 않고 있다. 

 

골락새는 골락과 새가 결합한 어형으로 분석되는데, 골락은 새의 울음소리를 본뜬 의성어로 보인다.  새가 골락 골락 하고 울어서 붙여진 이름임을 알 수 있다. 까치, 꿩, 따오기, 뜸부기 등에서 보듯 우리의 새 이름에는 울음소리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 꽤 많다.

 

크낙새에 대해서는 이를 큰[大]과 악[口]과 새[鳥]로 분석한 뒤, 큰 입을 가진 새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아귀(입의 양쪽 구석), 악다구니(기를 써서 다투는 욕설을 함), 악머구리(참개구리) 등에서 입의 악이 확인되고 또 실제 크낙새의 입이 크다는 점이 이러한 어원설의 근거가 될 수 있으나 올바른 해석은 아니다. 크낙새는 북한어 클락새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클락새는 이 새가 주로 활동하는 아침과 저녁에 "클락 클락"하고 특이한 소리를 내며 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클락새에서 먼저 동음 'ㄹ'이 탈락하여 '크락새'가 되고 그 다음 크락새에서 제2음절의 두음 ㄹ이 ㄴ으로 변하여 크낙새가 된 것으로 보인다.(클락새>크락새>크낙새) 그렇다면 크낙새는 클락새와 마찬가지로 클락클락 하고 우는 새로 해석된다.

 

크낙새가 북한어 클락새에서 온 것이므로 <큰사전 1957>에서 이를 비표준어로 처리한 것은 온당하다. 그런데 현재 크낙새는 골락새와 더불어 표준어로 등재되어 있다. 비표준어이던 크낙새가 표준어로 인정된 것도 매우 특이한 것이거니와 이것이 기존의 표준어인 골락새를 제치고 세력을 얻게 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어에 뿌리를 둔 크낙새가 서울말 골락새를 제치고 득세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나 아직은 연구된 바가 없다. 빠른 시일 내에 서식지가 복원되어 다시 광릉숲에서 크낙새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크낙새는 딱따구리의 일종으로 북한에서는 ‘클락 클락’운다고 해서 클락새로 부른다. 암수 구분 없이 몸길이는 약 46㎝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큰 새중의 하나이다. 수컷은 머리꼭대기와 부리 옆의 무늬가 붉은색이고, 암컷은 검다. 배는 흰색이고, 다른 부분은 광택이 나는 검은색이다. 부리는 녹색을 띤 황색으로 끝만 검다. 전나무, 소나무, 밤나무 등 오래된 나무에 생긴 구멍이나 직접 판 나무 구멍속에 둥지를 만들며, 4∼5월경이면 2∼4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암컷보다 수컷이 더 오랫동안 알을 품는다. 크낙새는 멸종위기에 처한 귀한 새로 생물분포 및 분류학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광릉(光陵)은 조선 제7대 왕인 세조(재위 1455∼1468)와 왕비 윤씨가 묻힌 곳으로 능 주변의 숲은 조선시대 460여 년간 엄격히 보호되어 크낙새가 둥지를 틀고 살 수 있는 울창한 숲을 유지할 수 있었다. 비록 한국전쟁 이후 많이 변하였으나, 이 지역의 자생식물은 790종 이상이 알려져 있고, 나이 200년 이상의 크고 오래된 나무숲이 있어 크낙새가 이곳을 생활의 거점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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