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말

곤욕 vs 곤혹_쓰임새

by 61녹산 2024. 1. 23.
반응형

 

곤욕 VS 곤혹

 

 

 

한자어는 때때로 우리를 곤욕스럽게도(곤을 길게 소리 냄)하고, 곤혹스럽게도(곤을 길게 소리 냄) 한다. 우리를 곤욕스럽게 하는 경우는 이것이 이런 뜻입내 하고 강요하는 꼴을 그대로 당해야 하는 경우이고,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는 어렵사리 익혀서 조금 으스대며 쓰려고 한 것이 잘못되어 낭패를 당하게 된 경우이다. 

 

별로 자주 쓰이지도 않는 한자어 곤욕(困辱) 곤혹(困惑)을 내놓고 몇 마디 하려는 이유는 이 두 낱말의 차이를 설명하겠다고 구태여 책에 올려 설명한 글에 잘못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한자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서 이 참에 확실하게 해결해 놓기 위해서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곤욕은 아주 호되게 듣는 욕을 뜻하는 말이고, 곤혹은 아주 호되게 느끼는 난처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곤욕은 남에게 얻어듣는 욕의 하나이고, 곤혹은 내가 곤욕을 당하거나 실수를 하여 스스로 느끼는 당황스럽고 난처한 감정을 말한다. 

 

"청중이 나를 비난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라고 한다. 그러므로 모욕이 모멸감을 수반하는 욕이라면 곤욕은 무지나 실수 때문에 당하는 욕이다. 

 

곤혹은 누구에게서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당황스러운 감정이다. 따라서 모욕이나 곤욕을 당하더라도 제정신을 차리고 떳떳하게 대응할 수만 있다면 곤혹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스럽다'가 명사 뒤에 오면 그 명사와 비슷한 성질이 있거나 그것이 스며 나오는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어른스럽다고 하면 아이가 어른처럼 행동한다는 말이다. 아이에게서 어른의 특성 가운데 하나를 발견하게 되면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곤욕스럽다와 곤혹스럽다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곤욕스럽다는 곤욕이 될 만하다. 또는 '곤욕이 느껴지는 점이 있다'의 뜻을 가진다.

 

한자를 배우는 것은 참으로 곤욕스러운 일이다. 처음 몇 자를 공부하는 것은 신기하기도 하고 써 먹어 보면 뿌듯함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해서 재미있게 배우게 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글자의 자의성(왜 그렇게 써서 그런 의미가 나타난다고 하는가에 대한)에 휘둘리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면 한자를 배우는 것이 곤욕스러운 일임을 알게 된다.

 

식민지 치하에서 일제에 몸을 의지하여 공무원으로서나 교사로서 활동하는 것은 참으로 곤욕스러운 일이다. 무식한 지도자가 유식한 체하면서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날뛸 때에 그 밑에서 일하는 것이 어찌 곤욕스럽지 않겠는가? 독재 정권의 하수인들, 부정부패로 재산을 늘려 출세한 공무원들, 곡학아세를 일삼아 온 학자들, 이런 자들이 국회를 구성하여 제 입맛에 맞는 법을 만들면서 정의와 인권을 말하는 이 사회에서 사는 것이 어찌 곤욕스럽지 않겠는가? 곤욕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야 양심을 갖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곤혹스럽다는 처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몹시 당황스럽고 난처하다는 말이다. 곤혹스러우면 정신이 어찔해진다. 사장은 가라고 하는데 부장은 오라고 한다. 그러면 그 사이에 끼인 사람은 곤혹스러워진다. 아빠와 엄마가 나란히 앉아서 아이에게 

 

"아빠와 엄마 중에서 누가 더 좋으니?"

 

라고 묻는다. 그러면 아이는 몹시 곤혹스러워진다. 우리는 생활 곳곳에서 곤혹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상대가 곤혹스러움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상대를 배려하여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

 

"무척 곤욕스러운 상황이었다."
"무척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오해가 풀릴 때까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오해가 풀릴 때까지 곤혹을 치러야 했다."

'곤욕'과 '곤혹'은 비슷한 발음 때문에 헷갈리기 쉽다. 허나 '곤욕'은 심한 모욕 또는 참기 힘든 일을 뜻하는 단어로 '모욕'과 유사한 의미를 지녔다. '곤욕을 치르다, 곤욕을 당하다, 곤욕을 겪다' 등의 형태로 쓰인다. 반면에 '곤혹'은 곤란할 일을 겪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당혹'스러운 것을 의미한다. '곤혹을 느끼다, 곤혹스럽다' 등으로 표현된다.

두 말의 쓰임새는 '곤욕을 치러 곤혹스러웠다'라는 문장으로 기억하면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다음은 사전적 의미이다.

곤욕
▶명사
 ① 심한 모욕. 또는 참기 힘든 일. ≒군욕.
 · 곤욕을 치르다.
 · 곤욕을 겪다.
 · 갖은 곤욕과 모멸과 박대는 각오한 바이나 문제는 노자(路資)의 조달이었다.≪한무숙, 만남≫
 · 머리가 좋아서는 상전에게 미움받기 안성맞춤이고 언제나 곤욕을 당하기 마련이다.≪유현종, 들불≫

곤혹
▶명사
 ① 곤란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
 · 예기치 못한 질문에 곤혹을 느끼다.
 · 내가 사회생활을 원만히 하지 못하는 것도 아마 형이 들려준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곡해하고 형의 곤혹만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해.≪이영치, 흐린 날 황야에서≫  [자료참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곤욕 vs 곤혹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한 각 단어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욕(苦辱) 〔고욕만[-용-]〕
견디기 어려운 불명예스러운 일.

고역01(苦役) 〔고역만[-영-]〕
몹시 힘들고 고되어 견디기 어려운 일.
「비」가역02(苛役).

곤욕(困辱) [고ː뇩]〔곤욕만[고ː뇽-]〕
심한 모욕. 또는 참기 힘든 일. ≒군욕(窘辱).

곤혹(困惑) [곤ː-]〔곤혹만[곤ː홍-]〕
곤란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

 '고욕', '고역', '곤욕'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의 세 단어를 혼기하여 오용하는 경우도 적잖이 볼 수 있습니다.


 '고욕'은 명예롭지 못한 일로 세상 사람들의 이목에 견디기 어려워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예로 '그는 도둑으로 몰려 고욕을 치르고 풀려났다.'가 있습니다.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죄를 지은 것으로 오인받아 명예가 실추되어 견디기 어려운 일을 뜻합니다.


 '고역'은 이와는 달리 명예와는 관련이 적고, 일이 몹시 힘들고 고될 때 쓰일 수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예로 '고역에 시달리다/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것도 고역이다.' 등이 있습니다.


 '곤욕'은 '고욕'과 뜻이 비슷하지만 스스로가 느끼는 점이 더 강합니다. 사회적인 명예가 실추된다고 느끼기보다는 외부에서 자신에게 가해진 어떠한 일에 스스로가 크게 모욕을 느끼는 개인적인 상황에 더 가깝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예로 '갖은 곤욕과 모멸과 박대는 각오한 바이나 문제는 노자(路資)의 조달이었다.≪한무숙, 만남≫/머리가 좋아서는 상전에게 미움받기 안성맞춤이고 언제나 곤욕을 당하기 마련이다.≪유현종, 들불≫' 등이 있습니다.

 '곤혹'은 위의 세 단어와는 뜻이 조금 다릅니다. 예기치 못한 곤란한 일을 당하여 당황한 상태를 뜻하는 명사로, '곤욕'보다는 '당혹'과 뜻이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혹(當惑) 〔당혹만[-홍-]〕
무슨 일을 당하여 정신이 헷갈리거나 생각이 막혀 어찌할 바를 몰라 함. 또는 그런 감정. ‘당황02’으로 순화.

 '당혹'보다는 '곤혹'이 곤란하고 난처한 정도가 더 강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예로 '예기치 못한 질문에 곤혹을 느끼다/내가 사회생활을 원만히 하지 못하는 것도 아마 형이 들려준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곡해하고 형의 곤혹만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해.≪이영치, 흐린 날 황야에서≫' 가 있습니다.

반응형

'우리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계 vs 관련_쓰임새  (0) 2024.01.23
과거, 미래, 장래, 앞날_쓰임새  (0) 2024.01.23
경우 vs 경위_쓰임새  (1) 2024.01.23
걸립 vs 추렴 vs 두레_쓰임새  (2) 2024.01.23
개회 vs 개의_쓰임새  (0) 2024.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