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말죽거리는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 양재역사거리 일대를 말한다. 옛 지도에서는 '마죽거리' 또는 '마죽거'라고 표기되기도 하였다. 서울 서초구의 '양재동'은 조선시대에 양재역이 있어서 나온 땅이름이다. 여기서 역은 현대의 지하철역이 아니라, 여러 마리의 말을 마련해 두고 공문을 전달할 목적으로 다니는 사람에게 말을 제공해 주거나 바꾸어 주던 일을 했던 곳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서울에서 충청도나 경상도를 가려면 남대문을 나와 동작나루나 한강나루를 건너 남도길에 올랐다. 당시 동작나루를 건너서 첫 번째 만나는 역은 과천역이고, 한강나루를 건너서 첫 번째 닿는 역은 양재역이었다. 한강나루는 옛날 두뭇개 근처의 나루로, 지금의 옥수동에서 압구정동 방향으로 건너는 나루였다. 즉, 지금의 동호대교 근처에 있던 나루이다. 그 한강나루를 건너 너른 들을 지나 우면산의 동쪽 기슭을 넘어서면 양재천을 만나게 되는데, 그 냇가에 양재역이 자리잡고 있었다.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양재역사거리 일대를 가리키는 말죽거리는 그 유래에 말(馬)과 관련한 다양한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장 유력한 설은 말죽을 쑤어 먹인 장소라는 뜻과 관련이 있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말을 올려 보낼 때 이 부근에서 마지막으로 말을 관리했다는 것. 반대로 서울에서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는 사람들 역시 이곳 근처 주막에서 여장을 풀고, 자신이 타고 온 말에게 죽을 끓여 먹이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현재도 양재역이라는 명칭이 지하철 3호선의 역명으로 쓰이지만, 양재역은 이미 조선 시대부터 역참 이름으로 불려왔다. 역참은 말을 키우면서 공무로 여행하는 이들에게 말과 숙식을 제공하던 곳이다. 이러한 배경이 말죽거리로 불리게 된 가장 유력한 이유로 꼽힌다.
말죽거리는 전국에 흔한 거리 이름이자 마을 이름이기도 하다. 전국에 넓게 골고루 퍼져 있는 말죽거리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아마도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 소재의 거리일 것이다. 2004년 개봉한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영화가 종전의 히트를 치면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말죽거리라는 지명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조선 인조(仁祖) 때의 '이괄의 난'(1624)과 관련된 유명한 유래설이 전해온다. 그 대충의 내용은 이렇다.
"인조가 난을 피해 궁에 빠져나와 정신없이 달리다가 이곳에 이르러 배고픔을 호소했다. 이에 이곳의 어진 유생들이 황급히 팔죽을 쒀 바쳤다. 인조는 유생들이 올린 팥죽을 마라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먹었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던가 보다. 이에 임금이 말 위에서 죽을 마신 거리라는 뜻의 말죽거리라는 지명이 생겨났다."
그런데, 이는 <인조실록 1624년 2월 9일>의
"朝 動駕行到良才驛 儒生金怡等六七人 奉豆粥以進 上於馬上飮之(아침에 거동하여 양재역에 이르렀을 때 유생 김이 등 예닐곱 명이 콩죽을 받들고 와서 올리니, 상이 말 위에서 마셨다.)"
이 사료에 근거하여 살짝 양념을 묻혀 해석하여 만든 지명 전설에 불과하다.
말죽거리는 그저 말에게 죽을 먹이는 거리라는 단순한 뜻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대체로 공무로 여행하는 관원에게 말과 숙소를 제공하는 역(驛)이 있었던 곳에 이러한 지명이 자주 보이는데,,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에 양재역이 있었고, 이 역 주변에는 역말, 곧 역촌(驛村)이라는 말을이 있었다.
양재역은 도성(서울)에서 삼남(충청, 전라, 경상)지역으로 떠는 관원들은 이곳 역에서 대기하던 말을 징발하여 길을 떠났고, 또 거꾸로 삼남 지역에서 올라오는 관원들은 타고 온 말을 이곳에 맡기고 여장을 풀었다. 관원이 타고 갈 말은 이곳에서 말죽을 충분히 먹은 후 길을 나섰고, 관원이 타고 온 말은 이곳에서 말죽을 먹으며 원기를 회복했다.
양재역에는 관원들과 더불어 삼남으로 떠나거나 그곳에서 도성으로 향하는 일반 백성들도 몰려들어 북적댔다. 삼남으로 떠나는 백성들과 삼남에서 올라온 백성들 가운데는 말을 이용하여 여행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양재역 근처의 주막에 머무르며 먼 길을 떠날 말과 먼 길을 달려온 말에게 말죽을 먹였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이곳에 말을 타고 오가는 행인들이 말에게 말죽을 먹이는 거리가 생겨났는데, 이를 말죽거리라고 한 것이다.
'우리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술집의 어원 : 서서 술을 마시는 집 (0) | 2023.08.12 |
---|---|
민둥산의 어원 : 아무것도 없는 동산 (0) | 2023.08.11 |
뒤안길의 어원 : 뒤꼍 장독대로 이어지는 좁은 길 (0) | 2023.08.11 |
개구쟁이의 어원: 짓궃은 아이는 개긏다 (0) | 2023.08.11 |
노다지의 어원 : 설마 노 터치(No touch)에서 왔을까? (0) | 2023.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