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 꽃샘추위가 지난 뒤에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 골짜기를 흐르고 따스한 봄볕이 양지바른 언덕에 파란 싹을 틔우고 있다. 북녘에도 지금 봄이 오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남북 이산가족 편지 왕래가 있었다. 50년 쌓인 한이 서신 한 장으로 해소되기는 어려웠겠지만 서로 생사를 확인하고 안부를 물은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련환대회’는 ‘어떤 경사스러운 일에 대해서 여러 조직이나 단체들,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동으로 환영하는 모임’이다.
“오늘은 국내진공을 앞두고 하는 사격경연이니만큼 우리끼리 조용히 하지만 이제 국내진공을 마치고 돌아오면 주변지역 인민들과 같이 성대한 련환대회를 가지고자 합니다.” <“압록강”,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3, 615쪽>와 같이 쓰인다.
‘마라초’는 ‘담배나 곰방대를 쓰지 않고 종이에 말아서 피우는 실담배나 잎담배’이다.
“간밤에는 자다가 문득 깨여보니 최인관이 언제 자리에서 일어났는지 달빛푸른 초막입구에 우두커니 앉아 굵게 만 마라초를 태우며 바깥을 내다보다가 가슴꺼지게 한숨울 쉬였다. 집걱정을 하는 게 분명하였다. 심중이 리해된다.” <“준엄한 전구”,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1, 108쪽>
와 같은 예가 있다. ‘부족점’은 ‘모자라거나 미흡하거나 또는 흠으로 되는 점’을 말한다.
“《상철이는 한사코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상철동무에게는 지금 그런 부족점이 있습니다. 사령관이 주면 싫든좋든 받아야 합니다.》” <“고난의 행군”,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76, 381쪽>
와 같이 쓰인다.
‘일본새’는 ‘일하는 본새나 모양새’를 가리킨다.
“(그런데 나는 왜 합숙에 여러번 나가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신철민은 그런데까지 깊이 파고들지 못한 자기의 일본새가 뉘우쳐졌다. 《그 다음엔 또 무엇이 요구되오? 있으면 다 말하오.》” <“뜨거운 심장”, 변희근, 문예출판사, 1984, 81쪽>
처럼 쓰이는 말이다.
‘짜고들다’는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하여) 단단히 잡도리를 하거나 미리 빈틈없는 계획을 세우고 달라붙다’의 뜻이다.
“그뒤 탄광에 무사히 남아있던 몇몇 의형제들은 전날의 원한을 가슴에 품은채 기회를 노리다가 짜고든 권양기 ‘사고’로 사또 놈을 처단해 치우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놈들이 강점하고 있은 땅에서 탄부들의 처지는 나날이 더욱 비참해졌다.” <“그들의 운명”, 현희균, 문예출판사, 1984, 266쪽>
와 같은 예가 있다. 남북한 사이의 정치, 경제, 문화 교류와 이산가족의 상봉 및 서신 교환 등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여러 사업들을 서로 불편함이나 보족점이 없도록 잘짜고 들어서(?)본새 있게 진행하여 나아갔으면 좋겠다.
신문에 소개되는 북한 소식을 읽다 보면 가끔 생소한 단어가 툭 튀어나와 눈길을 끌기도 한다. 최근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이곳저곳 다니면서 일꾼들의 무책임한 일처리 태도를 질타하면서 쓴 '일본새'도 그러한 말 중의 하나이다.
북한 사전에는 '일본새[일뽄새]'를 '일하는 본새나 모양새'로 풀이하고 있다. '일하는 태도'를 뜻한다고 보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군(일꾼)들의 일본새가 틀려먹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
와 같은 문장에서 그 의미가 잘 드러난다. 아울러 북한 사전에서는 '일본새'의 '본'을 [뽄]으로 되게 발음하라고 특별히 지시하고 있다.
'일본새'는 옛 문헌은 물론이고 20세기 이후 문헌에도 나오지 않는다. 이는 '일본새'가 북한어일 가능성을 암시한다. 물론 '일'이 붙지 않은 '본새(어떤 물건의 본디 생김새)'나 그것에 '말'이 결합된 '말본새(말하는 태도나 모양새)'는 우리도 사용하고 있는 어휘들이다.
'본새'는 기원적으로 보면 명사 '본(本))'과 명사 '새'가 결합된 형태다. 물론 사전에서는 '본(本)-'을 '애초부터 바탕이 되는'을 뜻하는 접두사로 분류하고 있다. 명사가 접두사화한 것인데, '본고장, 본서방' 등의 '본-'이 여기에 속한다. '본새'에서 '본'은 '일본새'의 그것과 달리 [본]으로 발음해야지 [뽄]으로 발음해서는 안 된다.
'새'는 그 어원은 알 수 없으나 '모양'을 뜻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면새(평평한 물건의 겉모양), '문새(문의 생김새)' 등의 '새'는 물론이고, '먹새(음식을 먹는 태도)', '마음새(마음을 쓰는 성질)' 등의 '새'도 그러한 것이다. 그렇다면 '본새'는 '어떤 물건의 본디 모양새'라는 의미를 띤다.
'본새'는 비유적으로 확대되어 '어떤 짓이나 버릇의 됨됨이'라는 의미를 띠기도 한다.
"우산의 묘한 본새는 살이 짜르고 안으로 옥아" (동아일보 1921년 3월 12일 자)
의 '본새'는 본래의 의미로,
"원래 고구려 사람의 노는 본새가 그러치오!" (동아일보 1934년 8월 16일)
의 그것은 변화된 의미로 쓰인 것이다.
일하는 '본새'가 '일본새'라면, 말하는 '본새'는 '말본새(말하는 모양새나 태도)'다.'말본새'의 '본'도 '일본새'의 그것과 같이 [뽄}으로 되게 발음해야 한다. '본새'는 <한영자전 1897>에서, '말본새'는 소설 <임꺽정 1939>에서 처음 확인된다. 우리말 고유어의 보고인 <임꺽정>에도 '일본새'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사전에도 '일본새'는 올라 있지 않다. 이렇듯 '일본새'가 문헌에 나타나지 않고 또 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은 것은 북한어여서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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