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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시늉, 흉내, 입내> 쓰임새

by 61녹산 2023.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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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늉
시늉

 

다른 사람의 말씨나 목소리를 똑같이 내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방송에서도 이런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개인기로 보여 줄 때가 많은데요, 이것을 가리켜서 ‘성대묘사’라고 하는 분들도 간혹 있지만 이것은 ‘성대모사’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남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그대로 옮기는 것을 ‘흉내’라고 한다. 동물의 소리를 흉내 내는 것 가운데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개나 강아지의 흉내’일 것이다. 개나 강아지가 내는 소리의 특징적인 면을 가능한 한 똑같게 하려고 소리로 보여 주는 것이다.

‘흉내’와 비슷한 표현으로 ‘시늉’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두 표현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의미면에서 섬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시늉’의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어떤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내어 꾸미는 짓’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 두 표현의 차이를 보면 흉내’는 모방을 하는 것이고, ‘시늉’은 실제는 그렇지 않은데 그런 것처럼 꾸민다는 데 있다. 가장 실제적인 예는 아마도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라는 표현일 것이다. 이 말은 실제로 죽는 것은 아니지만 죽는 것처럼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언행을 진정으로 하지 않고 짐짓 꾸며서 하는 것에 시늉흉내가 있다. 이 가운데에서 시늉은 어떤 동작의 흉내를 내는 것이고, 흉내는 남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전쟁놀이에서 죽는 시늉을 하거나, 싸움놀이에서 우는 시늉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시늉이라는 것이 짐짓 해 보이는 행동임을 알 수 있다. 시늉은 남을 속이기 위한 행위에 속한다. '자는 시늉, 먹는 시늉, 싫어하는 시늉' 처럼 시늉 앞에 동사의 관형사형이 온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떤 시늉을 하다' 처럼 동사 '하다'가 서술어로 쓰이는 것도 특징이다. '시늉하다'라는 동사도 있다. '영호는 순애가 시간이 늦게 도착하자 일부러 시계를 보는 시늉을 해 보였다.' 처럼 쓰는 것이 시늉의 일반적 쓰임새이다.

 

'흉내'는 주로 관형어 '누구의/무엇의'를 앞세우고, 동사 '내다'를 서술어로 사용하여 '누구의 흉태를 내다'처럼 쓰인다. '재석이 흉내를 내다, 원숭이 흉내를 내다, 선생 흉내를 내다, 어른 흉내를 내다, 아무개 목소리 흉내를 내다, 누구 노래를 흉내 내다'처럼 다양한 흉내를 낸다고 한다.

 

"그는 범인(凡人)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비범한 화술을 뽐낸다."

 

처럼 사용한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은 영화나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을 가상으로 생각하고 그럴 법한 언행으로 그 등장인물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연기도 일종의 흉내인 셈이다. 전투 장면에서 병사가 싸우는 모습을 흉내 내면서 실제로 싸우는 시늉을 하고, 죽는 시늉을 하게 되는 것이다.

 

흉내 가운데에서 특별히 사람의 말이나 동물의 소리를 흉내내는 것을 '입내'라고 한다. 입으로 흉내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말투를 흉내 내어 사람을 웃기는 직업을 '입내꾼'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남의 노래를 흉내 내어 부르는 것을 모창(模唱)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입내의 하나이다. 

 

흉내
흉내

 

남보원의 원맨쇼는 시늉일까 흉내일까? 


우리나라에서 '원맨 쇼의 달인'이라고 하면 코미디언 남보원 씨를 꼽지 않을 수 없다. 1960년대에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무엇보다도 성대 모사로 유명세를 타 한 시대를 풍미했다. 성대 모사란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새,짐승 따위의 소리를 00내는 일'이다. 이때 00에 들어갈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두 개를 떠올릴 것이다. 흉내 또는 시늉이 그것이다. 물론 둘 중 하나만 맞는다. 대개 모국어 화자라면 이 경우 자연스럽게 '흉내'를 선택할 것이지만 더러는 '시늉'을 맞는 말로 고르기도 한다. 흉내와 시늉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말이다. 


우선 사전 풀이를 통해 보면, 시늉이란 '어떤 움직임이나 모양을 흉내 내어 꾸미는 짓'이다. 이에 비해 흉내는 '남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그대로 옮기는 짓'을 뜻한다. 이 정도면 사전의 풀이로 그 차이를 구별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럴 때는 우리말을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직관'에 의한 판단에 따라 차이를 찾는 게 더 빠르다.

 

우선 우리가 '시늉'을 자연스럽게 쓰는 경우는 '먹는 시늉을 하다''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따위가 있다. 이에 비해 흉내는 '원숭이 흉내를 내다''목소리를 흉내 내다' 등이 있다. 이런 쓰임새의 차이는 무엇일까? '시늉'은 어떤 동작이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다. 특히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그런 것처럼 꾸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비해 흉내는 단순히 모방해 그대로 옮겨하는 짓이다. 또 동작이나 행동뿐만 아니라 목소리 따위를 따라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시늉과 흉내의 결정적인 차이는 시늉은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고 흉내는 그냥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다. 예컨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하는 것'이고 '먹기 싫어도 먹는 시늉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흉내는 '사람이 원숭이 흉내를 낸다'거나 '학생이 선생님 흉내를 내는 것'이고 '아이가 아버지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시늉은 결국 의미적으로 '-척하다''-체하다'와 통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척하다'와 '체하다'는 같은 말이다)

'-척하다'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를 거짓으로 그럴듯하게 꾸밈을 나타낸다. '죽은 척하고 엎드려 있다''애써 태연한 척하다'― 이런 자리에 쓰인 '척하다'는 '시늉'과 통한다. '시늉을 하다'와 바꿔 쓸 수 있다. 또 목소리 같은 것은 '흉내 낸다'고 하지 '시늉한다'라고 하지 않는 데서 '흉내'가 시늉보다 넓게 쓰임을 알 수 있다.

 

입내
입내

 

들여름달(5월)은 이름값을 하듯이 더위로 여러 날을 채웠습니다. 춥다는 말을 안 쓰게 된 게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덥다는 말을 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좀 더 자주 더 많은 날을 더위와 함께해야 할 6월은 ‘온여름달’입니다. 낮이 가장 길다는 ‘하자’라는 철마디(철기)가 온여름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장마와 함께 찾아올 무더위 잘 견디시며 시원하게 보내시길 비손합니다.

 

입내 : 소리나 말로써 내는 흉내

어떤 사람은 바람 소리 같기도 하다는 수레에서 나는 그 소리는 입내 내기도 어렵습니다. 다른 수레들은 다 힘틀(엔진) 소리가 들리는데 제 수레에서는 그런 소리와 다른 소리가 납니다. 소리 때문에 멀미가 날 것 같다고도 하는데 얼른 길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을 보고 ‘입에서 나는 냄새’를 뜻하는 ‘입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뜻도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성대모사’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떠올려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대모사 잘하는 사람’은 ‘입내 잘 내는 사람’이니까요.

 

입찬말

뜻: 제 있는 자리와 할 수 있는 힘을 믿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말함. 또는 그런 말

저녁에는 들말마을배곳 갈침이 모임을 했습니다. 살려 쓸 토박이말을 배우고 익힌 다음 마을배곳 놀배움터에서 할 놀배움 한 가지를 해 보았습니다. 저녁때 먹거리를 가져와 먹으며 배우고자 하는 걸 보며 배곳 안 갈침이 모임도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돌봐야 할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서 함께 놀배움을 즐길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제가 입찬말을 잘하지 않는데 들말마을배곳은 앞으로 잘 될 거라 믿습니다.

 

입매하다

뜻: 먹거리를 가든하게 조금만 먹어 배고픔을 잊다

지난 닷날(금요일)은 토박이말바라기에서 잊을 수 없는 기쁜 일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진주시와 진주시교육지원청이 함께하는 진주행복교육지구에서 도움을 주어 만든 스물한 개 ‘마을학교’ 가운데 하나인 ‘들말마을배곳’을 여는 날이었습니다. ‘들말마을배곳’은 신진초등학교, 평거동행정복지센터, 진주시어린이전문도서관의 도움을 받아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에서 꾸려 가는 마을학교입니다. 여느 마을학교와 달리 놀자, 배우자, 즐기자 라는 말을 앞세우고 참우리말 토박이말을 놀듯이 배우는 놀배움터랍니다. 제가 일을 마치고 잔치가 열리는 어린이 전문도서관에 갔을 때는 벌써 여러 날 앞부터 마음을 써 주신 마을배곳 갈침이(마을 교사) 다섯 분과 토박이말바라기 어버이 모람 여러분들이 먼저 오셔서 챙기고 계셨습니다.

 

자리를 빛내 주러 오신 토박이말바라기 강병환 으뜸빛님, 서은애 진주시의회 의원님, 신진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과 홍미순 교감 선생님을 모시고 들말마을배곳 갈침이와 배움이들이 함께 알음알이 잔치를 했습니다.

잔칫날 먹거리가 빠질 수가 없지요.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입매할 거리도 넉넉하게 갖춰 놓았더군요. 배곳여는풀이(개교식)가 끝나고 먹거리를 먹으며 배움터를 마련하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셨던 서은애 의원님께서 앞으로 토박이말을 살려 북돋우는 일에 도움을 주시겠다는 입다짐을 해 주셨습니다.

잔치를 마치고 한바탕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웃음과 놀이를 이끄시는 갈침이들의 환한 얼굴을 보며 들말마을배곳의 앞날이 밝다는 믿음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입방아

뜻: 어떤 일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입을 놀리는 일

일을 하다가 이름이 널리 알려지신 분이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겪으셨지만 겉으로 보기에 참 단단해 보였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해서 많이 놀라웠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온갖 일을 가지고 입방아 찧는 걸 보곤 합니다.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힘든 일인가 봅니다.

 

입쌀

뜻: 멥쌀을 보리쌀 따위의 잡곡이나 찹쌀에 마주하여(상대하여) 이르는 말

그야말로 마음 푹 놓고 잠을 잘 수도 있었는데 여느 날처럼 일어나 밥을 먹었습니다. 밥솥을 여니 밥이 가득했습니다. 그제 저녁에 밥이 없는 줄도 모르고 앉아 있다가 제가 서둘러 한 밥이었습니다. 얼른 되라고 입쌀로만 해서 그야말로 하얀 빛깔 밥을 먹었습니다. 밥 위에 떨어진 김칫국물이 유난히 빨갛게 보일 만큼 말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놓고 일어날 수 있었던 건 제가 몸을 담고 있는 배곳이 돌날(개교기념일)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다들 하루 쉬는 날이지만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가야 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맞춰 나가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아이들을 다 태워주었습니다. 제가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아침부터 좀 뛰기는 했지만 아빠 노릇을 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입치레

뜻: 머리 위에 인 몬(물건). 또는 머리에 일 만한 만큼의 짐

함께 힘과 슬기를 보태준 모람(회원)들 도움으로 두 돌 토박이말날 잔치는 잘 마쳤습니다. 함께해 주신 모람들과 말모이를 봐주신 모든 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잔치를 끝내고 마음을 놓아서 그런지 뒤낮(오후)부터 머리가 아팠습니다. 나름대로 까닭을 찾아보고 좋다는 것을 챙겨 먹었는데도 낫지를 않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잠이 들 무렵에는 더 아팠습니다. 밤새 아프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어찌어찌해서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날이 새도 씻은 듯이 낫지는 않았습니다.

머리가 아프니 입치레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잠은 깼는데 더 누워 있었습니다. 밝날(일요일)은 늦잠을 자곤 하지만 여느 밝날과는 좀 달랐습니다. 아버지께 기별이 와서 해야 할 일이 아니었으면 아마 더 누워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일어나 움직이니 좀 나았습니다. 빨래도 하고 따뜻한 물에 들어가 땀을 흘리고 나니 더 가벼워졌습니다. 몸도 챙겨야겠고 (사)토박이말바라기 일도 더 짜임새 있게 할 수 있도록 챙겨야겠습니다.

 

있이

뜻: 살림살이가(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지난 두 돌 토박이말날 잔치 때 빛그림(영화)를 그저(무료로) 보여 주었다는 기별을 듣고 어떤 분이 그 모임에 돈이 참 많은가 보다며 얄궂은 얼굴로 물었습니다. 무슨 까닭으로 묻는지 모르지만 살짝 기분이 언짢아졌습니다. 돈이 많아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신 분들이 그보다 더 값진 울림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저도 좀 있이 사는 분들이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주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모임에서 하는 일 가운데 돈이 들어가지 않은 일이 거의 없는데 있는 분들이 도움을 주면 훨씬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께 바란다면 돈이 좀 많게 도움을 주시든지 앞으로는 그렇게 되기를 비손해 주기라도 한다면 참말로 고맙겠습니다.

 

뜻: 이부자리나 베개 따위의 거죽을 덧싸는 천

저녁을 먹고 몸을 챙기기로 한 다짐을 지키려고 마실을 나갔습니다. 겉옷을 챙겨 입으며 좀 춥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얼마 걷지 않아서 땀이 났습니다. 땀과 가까워질 날이 다가왔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흐르는 땀과 함께 군살도 얼른 빠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흘린 땀을 가신 다음 여느 날보다 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누우려고 보니 베갯잇이 비뚤어져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잇’이라는 말도 ‘커버’라는 말에 자리를 내주고 잘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삶 가까이 있는 이런 말부터 하나씩 알려주고 되살려 쓸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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