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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말을 지키지 않으면 나를 잃게 된다

by 61녹산 2023.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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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그것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그것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其言之不作 則爲之也難 : 기언지부작 즉위지야난

 

쉽게 함부로 말하는 사람, 말만 늘어놓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사람, 큰소리 치며 자신을 과시하기에 급급한 사람을 경계하는 말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이 말한 것을 실천하지 않는다. 말을 쉽게 내뱉고 말 뒤에 오는 결과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말한 것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아니,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잊어버린 척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천을 염두에 두는 사람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한번 말한 것은 꼭 지켜야 하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없고 약속을 남발할 수도 없다. 失言(실언)이라는 말이 있다. '실수로 잘못 말함. 또는 그런 말'이라는 풀이가 사전에 기술되어 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말만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가벼이 말해서 자신에 대한 믿음도 잃는다. 밀은 신(信)이 사람[人]과 말[言]로 구성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언이 거듭되면 자기 자신도 결국 잃고 만다. 실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그것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 논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상습적 국회 무력화 수단이 되면서 정국 경색과 국정 혼란, 사회 갈등이 끝을 모르게 확대되고 있다. 입법 추진 46년 만에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었던 간호법은 이 법 제정을 지지했던 윤 대통령과 실제 발의했던 여당에 의해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대한간호협회는 "자신들이 약속했던 간호법의 마지막 명줄을 끊었다"며 정부‧여당을 향해 격렬한 분노를 표시하고 '저항권 발동'과 '총선 심판'을 선언했다.

국회는 30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이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간호법 제정안을 다시 표결에 부쳤다. 재석 의원 289명 중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결과는 부결이었다. 지난달 27일 다수결의 대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국회를 통과했던 법안이 한 달여 만에 휴짓조각이 된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데, 재적의원(299명) 중 국민의힘 의원(113명)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재의결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월 11일 대한간호협회를 직접 방문해 간호법에 대한 적극적 지지 의사를 밝혔고, 국민의힘 측에서도 조속한 입법을 약속했었다. 실제 2021년 3월 간호법 제정안 3건의 대표 발의자는 각각 국민의힘 서정숙‧최연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으로 대표 발의자 3명 중 2명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게다가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총 46명이나 됐다. 특히 서정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의원 33명은 전원 국민의힘 소속이었다(당시 탈당으로 무소속이었던 박덕흠 의원 포함).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간호 업무의 탈(脫)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철저히 의사 집단에 편중된 논리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법률안 재의요구권으로는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이고, 역시 국회를 통과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묵살한 것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 거부권 행사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자신의 公約(공약)마저 공약(空約)으로 만드는 요즘 고전에서 찾은 진리의 글귀를 적으니 고전은 아무리 시대가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진리이구나 싶다. "말을 지키지 않으면 나를 잃게 된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을 지키려고 신중하게 행동하고 노력하고 삼가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당장의 이익만을 위해서 거짓말을 내뱉는다. 과거가 그랬고 현재가 그러고 미래 또한 그러해진다면 발전이 전혀 없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은 개인 혼자의 말이 아니기에 더욱 신중하고 조심해야하고 그 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 해야 한다. 자신을 잃게 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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