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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간장, 된장, 고추장의 어원자료

by 61녹산 202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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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네 밥상의 가운데에는 간장과 고추장은 반드시 놓여 있어야하는 양념이었다. 풋고추가 상에 올라 올 때에는 된장도 상에 오르곤 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간장은 간장 종지에 놓이지 않고 별도 의 간장 양념통 속에 놓이고 고추장은 튜브 속에 넣어 짜내는 플라스틱 통 속에 들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한식 음식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풍경이 되고 말았다. 그만큼 간장과 된장과 고추장은 우리네 식생활에 서 빼려야 뺄 수 없는 필수적 발효 조미료였는데, 식생활의 서양화로 말미암아 지금은 없어도 그만인 조미료가 되고 말았다.

 

‘간장, 된장, 고추장'의 ‘장'은 고유어처럼 인식된다. 그도 그럴 것이 ‘장' 을 한자로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장'을 담아 두는 ‘독'을 ‘장독'이라고 하는데, 이 ‘장독'의 ‘장'을 ‘醬'으로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은 한자어다. 한자를 모르는 세대들은 이것도 고유어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겠지만, 한자를 아는 세대는 이것이 ‘장(醬)'에서 왔음을 대뜸 알 것이다. 음식을 맛나게 하는 발효식품의 총칭이 ‘장'이었다. ‘초(醋), 겨자, 소금, 생강, 설탕(설탕은 후대에 조미료 속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등과 함께 우리 식생활의 훌륭한 조미료였었다. 그래서 ‘장'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 이외에 ‘깻묵장, 무장, 비지장, 담북장, 청국장 밀장, 콩장, 두부장, 즙장, 청장, 육장(肉醬), 초장(醋醬)' 등이 있다.

 

‘장'은 옛문헌에 ‘쟝'으로 나타난다. 15세기 문헌에도 흔히 등장하는 것 으로 보아,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장'을 담아 왔던 것으로 보인다.

 

무근 쟝 사라매 졋 과가리 바람 마자 말삼 몯하고 혓 불휘 굳세어든 삼년 무근 쟝 닷 홉을 사라매 졋 닷 홉애 가라 프러 생 뵈로 짜 그 즙을 삐니 혜디 말오 젹젹 머그면 이슥고 말하리라<1489구급간이방, 1, 18a>

핸 수탉 샤긔로 미쳐 자디 몯하며 간대로 단녀 쉬디 아니커든 핸 수탉 두 나찰 니기 살마 소곰과 쟝과 생앙과 초와 계자와 다삿 가짓 마시 맛게 하야 갱 맹가라 머기라<1489구급간이방, 1, 111a>

어버싀 거상애 우졔와 졸곡졔 하고난 사오나온 밥과 믈만 먹고 나말와 과실 먹디 아니하며 돌새  小祥하고난  나말와 과실 머그며 또 돌새 大祥하고난 초와 쟝과 먹나니라<1517번역소학, 7, 11a>

또 건넌지배 며조 열닐굽 마리 인나니라 가져다가 지배 인난 그 쟝독조차 가져다가 네게 다마 두어라<1565순천김씨언간>

유쟝법은 참기름 말근 쟝 각 한 홉을 저어 가장 섯거 두고<1608언해두창집요, 下, 21a>

김슌손이난 신쳔 사라미라. 어버의 몽상애 다 시묘를 삼 년곰 살고 탈상하야도 소곰 쟝 먹디 아니하더니 <1617속삼강행실도, 효, 33b>

 

그래서 16세기에 간행된 「구황촬요」(1554)에는 장 담그는 법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하나는 ‘더덕'과 ‘도라지'를 넣어 장을 담그는 법이고, 또 하나는 콩을 넣어 ‘콩장'을 담그는 법이다.

 

한 법은 더덕과 돌아잘 닉게 살마 머리 베혀 바리고 헤여디게 띠허 소곰 섯거 도긔 녀호대 사이사이 며조깔알 녀허 다마면 장이 도외여 또한 됴하니라 한 법은 콩각대랄 믈어디게 살마 소곰 섯거 사이예 며조깔알 녀허 다마면 장이 도외여 가장 됴하니라 비록 며죄 업서도 됴하니라<1554.구황촬요, 10b>

한 법은 콩닙할 서서 조케 하야 닉게 글혀 므리 걸어든 도긔 가다기 븟꼬 짐쟉하야 소곰 섯그면 말간 쟝이 되여 마시 콩쟝두곤 더으니라 느릅 여름도 또 가히 쟝을 맹갈 거시라 버므레 맹갈 법 모밀 느정이와 콩닙과 콩각대를 가라 맹가라 곡식 갈애 섯거 버므레 맹가라 뼈 머그라 가장 됴하니라<1554구황촬요, 11a>

 

‘장을지지다, 장을 담그다' 등은 그것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관용구이어서 이때의 ‘장'은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대표하여 쓰인다. ‘장을 달인다'고 하면 대개는 ‘간장'을 ,‘장을 담근다'고 하면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다 말하게 되고, ‘장을 지진다'고 하면 대개는 ‘간장'을 말한다. ‘간장'과 ‘된장'은 콩을 원료로 하지만, ‘고추장'은 ‘고추'를 주원료로 한다.

 

그러니까 ‘고추장'은 ‘고추+ 장'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추장'은 문헌상으로는 19세기에 ‘고쵸쟝(고쵸장)'으로 나타난다.

 

고쵸쟝<1869규합총서, 목록, 1a>

애고 어머니 져것덜은 배가 들곱파 그리 하네마넌 나은 탓밥이어던 된장을 쥬고 보리밥이여던 고쵸장 쥬고 뫼밀 범버 보리개덕 겨죽이래도 만니 쥬게 배곱파 나 쥭거내<1908 홍보전, 2b>

언제나 죠션 사람들이 김치와 고쵸쟝을 니져 바리고 이런 거슬 분히 넉일 생각이 날넌지 알 슈 업더라<1896독립신문 9월 5일 토요일 제1권 제66호>

슌검 십여 명이 신흥샤에 가서 밥을 먹으면셔 고쵸쟝을 아니 준다고 그 졀에 모든 즁을 무슈 란타한 즉<1898독립신문 8월 2일 화요일 제3권 제103호>

 

그리고 1869년에 편찬된 「규합총서」에는 이 고추장을 만드는 방법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고쵸장

콩 한 말 며조 뿌라면 쌀 두 되 갈날 맨다라 흰무리 떡을 쎠 살문 콩찌흘 적 한 대 너허 만이 삐허 며조랄 쥐여 쁴오기랄 법대로 하야 극히 말녀 셰말하야 체에 쳐서 며조 갈니 한 말이어든 소곰 넉 되랄 죠흔 물에 타 버무리되 즐고 되기난 물근 의이 만치 허고 고쵸 씨 업시 셰말하야 닷 곱이나 칠 홉이나 식셩대로 석고 찰밥 두 되랄 즐게 지어 한 대 고로 버무리고 포육 가로와 대쵸 무 다린 거살 모도 화합하야 꿀을 한 보아만 쳐 버무려 닉혀 쁘되 소곰과 고쵸 갈난 식셩대로 녀흐라<1869.규합총서, 6a>

 

이 ‘고쵸쟝'이란 예가 문헌상에서는 비록 19세기 말에 보이지만, 여러 기록으로 보아 ‘고추장'은 이른 시기부터 있어 온 것으로 보인다. 여러 기록에 ‘고추장'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서 적어도 16세기에는 고추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추'가 임진왜란 때 일본이 우리 민족을 독살시키기 위해서 가져왔지만 우리 민족의 체질에 맞아 즐겨 먹었다는 기록 이 「조선개화사」란 책에 전한다고 하나 이 속설은 믿기 어렵다. '고추'의 이전 형태인 ‘고쵸'는 이미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훨씬 이전인 15세기 문헌에도 흔히 나타난다. 그러나 이때의 ‘고쵸'는 오늘날의 ‘고추'가 아니라 '후추'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일부 방언(예컨대 평안도 방언)에서는 ‘후추'를 '고추'라고 하는 사실에서 그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배 안히 차 바람 랭긔로 가삼 배 알하 말간 믈 토하거든 고쵸랄 가라 수레 머그라<1489구급간이방, 1, 32a>

고쵸 쵸<15274훈몽자회, 상, 6b>

고쵸 모과 달힌 믈<1489구급간이방, 2, 56a>

 

이 ‘고쵸'는 한자어다. ‘고초(苦椒)'에서 온 말인데, 간혹 ‘고초(苦草)'로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고초(苦椒)'란 ‘매운 후추'란 뜻이지, ‘매운 풀'이란 뜻이 아니다. 훈몽자회에 ‘고추'를 ‘고쵸 쵸'라고 하고 그 한자에 ‘椒'를 대응시키고 있는 것에서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고쵸'의 성조가 평성 + 평성이고, 한자 ‘고(苦)'와 ‘쵸(椒)'의 성조도 역시 모두 평성인 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러니까 ‘고추장'은 ‘고쵸(苦椒)'에 ‘장(醬)'이 합성 되어 만들어진 ‘고쵸쟝'의 변희형이다.

 

현대의 ‘고추장'은 ‘고쵸'가 ‘고추'로 변화한 시기인 20세기에 나타난다. '고쵸쟝'이 '고쵸장(또는 고초장)'으로 먼저 변화하고 '고쵸쟝'은 다시 '고츄쟝(또는 고쵸장)'으로 변화한 뒤에 단모음화되어 '고추장'으로 변화한 것이다. 

 

김승지의 마누라인가 무엇인가 그 몹슬년이 우리 길순이를 싹 싹 쪄져셔 고츄쟝 항아리에 톡 집어 드럿더리난 거슬 내가 달려드러 빼스려한 즉<1908귀의성, 下, 25>

첫번에는 일하기가 죽게 어려웠지마는 좀 연습된 뒤에는 땀으로 온몸이 젖고 몸이 곤하여진 뒤에 나무 그늘 아래서 상추쌈에 고추장으로 밥을 먹고얼음과 같은 찬 우물물을 마시는 것은 참 엘리자베드에게는 위에 없는 유쾌한 일이 되었다.<1919약한자의슬픔, 343>

「정식아 밥 먹자 웨 마른 호박 고작이로 고추장찌개나 하지 않고 기애는 그걸 잘 먹는데」 <1933고향, 248>

짠지 동치미 고추장. 특별한 안주로 삶은 밤도 노앗다.<1933산골나그네, 6>

 

가끔 ‘고추'가 된소리화되어 ‘꼬추장'으로도 보인다.

 

쌈탉에게 꼬추장을 먹이면 병든 황소가 살모사를 먹고 용을 쓰는 것처럼 기운이 뻗힌다 한다. 장독에서 꼬추장 한 접시를 떠서 닭도 주둥아리 께로 디려밀고 먹여보았다. 닭도 꼬추장에 맛을 들렸는지 거슬리지 않고 거진 반 접시턱이나 곧잘 먹는다. <1936동백꽃, 203>

꼬추장을 더 먹였드라면 좋았을걸 너무 급하게 쌈을 붙인 것이 퍽 후회가 난다. 장독께로 돌아와서 다시 턱밑에 꼬추장을 디려댔다. <1936동백꽃, 204>

 

 

 

 

그렇다면 ‘된장'의 ‘돤'과 ‘간장'의 ‘간'은 무엇일까? ‘고추장'의 ‘고추'가 '고추장'의 원료이니까 ‘된장'의 ‘된'이나 ‘간장'의 ‘간'도 그 원료로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전혀 그렇지 않다.

 

‘간장'은 16세기 문헌에 처음으로 등징히는데, ‘간쟝'으로 나타난다.

 

또 금산의 죵이 갓더니 생티 네 건티 세 실과달 감쟝 간쟝 보내시니 친하오나 어렵디 아니하기난 내 사촌님으로 그런가 하노라<1636병자일기,156>

또 콩닙흘 조히 시서 므르게 달혀 건즙을 독의 가득이 녀코 소곰을 혜아려 섯그면 간쟝이 되나니라<1686신간구황촬요, 11b>

醬油 간쟝 淸醬 간쟝<1690역어유해, 상, 52b>

淸醬 간쟝<1768몽어유해, 상, 47b>

 

‘쟝'이야 앞에서 말한 한자어 ‘장(醬)'이고 ‘간'은 ‘간이 맞다, 간이 싱겁다, 간을 치다, 간이 세다, 간을 보다' 등에 나타나는 ‘간'이다. 그래서 ‘간 티다(간 치다), 간슈, 간 저리다' 등으로 쓰인다.

 

이러면 간틴 외 잇나니 이제 즉재 가져오마<1517번역노걸대, 상, 63b>

涵 간슈 로<1527훈몽자회, 중, 11a>

涵水 간슈<1690역어유해, 상, 52b>

믈읫 사람의 몸에서 나난 피와 다맛 물이 다 짠 故로 달히면 소금이 되나니 홀로 간슈 먹고 죽은 者의 시즙 달혀 소금 되므로써 증험을 삼음이 자셰티 못하니라<1792증수무원록언해, 3, 63b>

내가 령감 압헤셔 간슈나 마시고 눈깔을 뉘여쓰고 쥭난 거슬 뵈힐터이야<1907귀의성, 上, 7>

醃 간저릴 엄 <1527.훈몽자회, 하, 6a>

 

명사 ‘간'에 한자어 ‘쟝(醬)'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가 ‘간쟝'이다. 그래서 ‘간쟝'은 ‘소금을 넣어 짠 맛이 나는 장'이란 뜻이 된다. 이 ‘간쟝'은 가끔 ‘간댱'으로도 표기되었는데, 이것은 구개음화의 역표기이다. ‘댱'으로 표기되나 ‘쟝'으로 표기되나 발음은 ‘쟝'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의 예문은 ‘간쟝'을 ‘간댱'으로 표기한 예도 되려니와, 18세기에 우리 ‘조선 간장'이 얼마나 유명하였는가를 보여 주는 좋은 예문도 될 것이다.

 

또 한가지난 됴흔 간댱을 올해 마참내 어들 대 업더니 함끠 보내여 오니 더옥 됴타 이 간댱이 므슴稀罕홈이 이시리오 애 女兒ㅣ아 네 아지 못한다. 常言에 니라되 사람이 離鄕하면 賤하고 物이 離鄕하면 貴타하니 하믈며 뎌 朝鮮 간댱은 가장 이 有名한 거시라 각시아<1765박통사신석언해, 2, 26a>

 

이 ‘간쟝'이 ‘간장'으로 바뀐 것은 18세기이다. 

 

淸醬 간쟝<1778방언유적, 서부방언, 30b>

두부 쳬을 굴게 점여 소곰 한 졉시 골고로 뿌려 잘우에 너허 진득히 눌너 물이 쒸연 후에 뵈줌치에 너허 봉흐야 고초쟝 밋헤 너코 혹 간장 밋헤도 너허라<1869규합총서, 6a> 

艮醬 간장<18XX광재물보 飮食, 2b>

간장 쟝(醬) <1918초학요선, 60>

 

‘간장'의 ‘쟝'이 단모음화 되어 ‘간장'으로 표기된 것은 19세기의 일이다. 그 이후 대부분의 문헌에서는 오늘날의 ‘간장'으로 쓰이고 있다. 원래 ‘간장(肝臟)'과 ‘간쟝'은 다른 형태였었는데, ‘간쟝'이 ‘간장으로 변화함으로써
이 두 단어는 동음이의어가 되어 버렸다.

 

간장 淸醬<1880한불자전, 128> 

짐채 양념 넛코 단 간장의 냉수 가득 떠셔 모반의 밧쳐 듸리면서 <18XX춘향전(철종때), 下, 31b> 

간장 淸醬<1880한불자전, 128> 

간장 淸醬<1895국한회어, 7> 

상에는 된장찌개하고 간장 한 종지 조밥 한 그릇<1935봄봄,146> 

반찬이리고는 냉수에 간장을 치고 파 한줄기를 썰어서 띄운 것한 그릇<1932흙, 1, 99> 

혼자 앉아 김치 댓 쪽에 간장 한 접시를 가wl고 밥을 먹을 때 <1922환희, 184>

「오늘은 간장물만 끄렷나?」하며 뿌리 퉁해서 하는 눈치가 <1927밥, 755> 

깍둑이야 간장이야 된장 같은 것을 앗가운 줄 모르고 날너다 주군 한다. <1931레듸메이드인생, 544>

 

이 ‘간장'을 만드는 방법도 「신긴구황쵤요」 (1686)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더덕과 도라즐 삭도 다 쩐 머리랄 버히고 시서 말래여 가라 맹그라 믈에 우려 되오 짜 독의 녁코 그 가라 열 말의 몌조 한 말이나두 말이나 그 우희 녀코 소곰믈을 맛게 지어 브으면 다 니거 쟝이 되나니라 또한 법의난 콩각대를 므르게 고아 소곰 섯거 사이사이 몌조 녀허 다마면 쟝이 가장 됴코 몌죄 업서도 므던하니 몬져 믈에 담가 독한 긔운을 업시 하여야 됴흐니 그리 아니면 사람이 샹하나니라 또 콩닙흘 조히 시서 므르게 달혀 건즙을 독의 가득이 녀코 소곰을 혜아려 섯그면 간쟝이 되나니라<1686신간구황촬요, 1lb>

 

결국 ‘음식물에 짠맛을 내는 물질'인 ‘간'에 ‘장'이 결합되어 ‘간쟝(아래아)'으로 나타나다가 이것이 ‘간쟝'을 거쳐 오늘날의 ‘간장'이 된 것이다.

 

‘된장의 ‘된'은 무엇일까? ‘고추장의 ‘고추'와 ‘간장'의 ‘간'이 명사이니까 ‘된장'의 ‘된'도 명사처럼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이 ‘된'은 명사가 아니다. ‘되다'의 어간 ‘되-'에 괸형형 어미 ‘-ㄴ'이 통합된 형태이다. 이 ‘되다'는 ‘반죽이나 밥 따위가 물기가 적어 빡빡하다'란 뜻의 ‘되다이다. ‘되다'가 ‘몹시 심하거나 모질다'는 뜻도 있는데, 이 의미의 '되다'의 괸형형인 ‘된'은 ‘된서리, 된소리' 등에 쓰인 것이고, ‘물기가 적다'는 뜻의 ‘된'은 ‘된장, 된 밥, 된 죽' 등에 쓰인 것이다. ‘된장'은 원래 메주로 간장을 담근 뒤에 그 간징물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를 말하기 때문에 ‘간장'에 비해 ‘된' 것이다. 그래서 ‘된 장' 즉 ‘된장'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의 ‘되다'가 쓰인 몇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대변이 되며 갈티 아니며<1608언해두창집요, 상, 51a>

된 밥도 지엇고 믉은 쥭도 쑤엇다<1677박통사언해, 중, 30a>

稀粥 믈근 쥭 稠粥 된 쥭<1690역어유해, 상, 49b> 

乾飯 된밥 爛飯 무른밥 胡飯 누른밥 濕飯 물만밥 饅飯 쉰밥<1778방언유석, 서부방언, 29a>

 

이처럼 ‘장(醬)'과 통합되는 요소는 ‘간장, 콩장, 비지장'처럼 앞에 명사가 오기도 하고, ‘묵은장'처럼 관형형이 오기도 한다.


‘된장'은 ‘된쟝'으로 18세기부터 나타난다. 그러나 ‘간장'이 16세기부터 보이니, 아마 16세기에도 ‘된장'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盤醬 된쟝<1715역어유해 보, 31a> 

盤醬 된쟝<1778방언유석, 서부방언, 30b> 

빗치 누르도록 복가 묵은 된쟝 셔 홉을 두 가지 쵸헌 것과 한 가지로 <1869규합총서, 6a> 

盤醬 된쟝<18XX광재물보, 飮食, 2b> 

로파는 자긔가 된쟝찌개를 뎨일 잘 맨드난 줄로 자신하고 또 형식에게도 자랑을 하엿다<1918무정, 225> 

된쟝찌개에 구덕이를 골라가며 간졀히 듯고 십허하난 형식의 듯난 말에는 대답도 아니하고<1918무정, 229>

 

이 ‘된쟝'이 단모음화 되어 나타난 것이 오늘날까지 쓰이는 ‘된장'이다. 역시 19세기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다.

 

된장 塊醬<1880한불자전, 484> 

된장 土醬<1895국한회어, 84> 

밀기름 바란다고 청어 굽난 대 된장 칠하듯 하고<18xx남원고사, 3, 10a> 

된장 항아리에 풋고초 백이듯한 졍길이를 어대 가 맛나 보리요<1908빈상설, 119> 

애고 어머니 져것덜은 배가 들곱파 그리 하네마넌 나은 탓밥이 어던 된장을 쥬고 보리밥이여던 고쵸장 쥬고 뫼밀 범버 보리개덕 겨쥭이래도 만니 쥬게 배곱파 나 쥭거내<1908홍보전, 2b> 

아다다는 아츰 밥이 끝나자 어느새 또다시 나가서 혼자 된장을퍼 나르다가 <1923백치아다다, 32>

 

가끔 ‘된장'이 ‘된장(아래아)'으로도 표기 되었는데, 이것은 ‘ 아래아 '와 ‘아'의 혼기 때문이었다.

 

씸바귀 卜물 씨라귀 된종덩니 슨최 나물니 서 맛시라 의식니 그립즌코 근심 걱졍 읍셔신니 셕슝의 돈 부러할가<1幻K게우朴 妬1> 

경옥고를 물노 알고 임슴 녹용 측습득기 남 붑잔케 스든 니가 부들否리 된종떵니 쥬글 지경 되야시되 약 한첩을 못 머근니 니게" 모도 네 타시라 할 슈 읍셔 <1馭X게우札 487>

 

고추장, 간장 된장'은 각각 한자어 ‘장(醬)'에 ‘고추'를 뜻하던 한자어 ‘고쵸(苦肋'와 ‘간이 짜다'의 뜻을 가진 고유어 ‘간'과, ‘물이 적어서 빡빡하다'는 뜻을 가진 ‘되다'의 어간 ‘되'에 괸형형 어미 ‘-ㄴ'이 붙은 ‘된'이 결합되
어 만들어진 단어 ‘고쵸쟝, 간쟝, 된쟝'이 음운변화를 일으켜 이루어진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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