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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형태가 비슷해 잘못 사용하는 말 : 감칠맛, 염병

by 61녹산 2023.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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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 미원
감칠맛 미원

 

뭔가를 시원하게 보여 주지 않고 조금만 맛보기로 보여 준다든지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않고 조금 흥얼거리는 정도로만 부를 때 ‘감질맛 난다’고 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실 텐데요, 우리말에 ‘감질맛’이라는 표현은 없다.

이것은 바라는 정도에 아주 못 미쳐 애타는 마음’이라는 뜻을 가진 ‘감질(疳疾)’이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감질맛 나다’란 표현은 없지만 ‘감질나다’는 있습니다. 보통

 

"감질나게 조금씩 주지 말고 한꺼번에 줘라."

"수돗물이 감질나게 나온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그리고 이것과는 전혀 뜻이 다른 표현이지만 형태가 비슷한 것으로 ‘감칠맛’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말에 ‘감치다’라는 동사가 있는데 바느질과 관련된 뜻으로 쓰일 때도 있지만, 보통은 어떤 사람이나 일, 느낌 같은 것이 눈앞이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감돈다는 뜻과 음식의 맛이 맛깔스러워 당긴다는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감칠맛’이라고 하면 ‘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을 뜻하기도 하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을 뜻하기도 하는 거죠. ‘혀끝에 감칠맛이 돌다’ 또는 ‘목소리가 감칠맛 있게 곱다’ 그리고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잘하다’와 같이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대형우량주 중간배당 '감질맛' 배당률 1% 미만

[코스닥 시황] 감질맛 나는 반등

 

위의 문구는 투자심리가 얼어 있을 때 증시 소식을 전하는 신문들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말들이다. '감칠맛 난다'는 말을 많이 쓰지만 이는 들여다보면 해괴한 말이다. 본래는 '무언가 몹시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거나, 하고 싶어서 애타는 마음이 생기다'란 뜻으로 '감질나다'란 말이 있다. 사람들은 여기서 의미를 좀더 강하게 해 '한꺼번에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찔끔찔끔 맛만 보아 안달이 나는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감질맛'이란 말을 만들어 쓰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감질'이란 말의 뜻을 보면 '감질맛'이란 게 도대체 얼마나 황당하고 얼토당토않은 표현인지 알 수 있다.

 

감질(疳疾)은 사전적으로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어서 몹시 애타는 마음'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본래는 한의학에서 '감병(疳病)'이라고 하는 병으로, 어린아이들이 젖이나 음식을 잘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질병을 말한다. 질(疾)이 바로 치질, 간질, 안질 등에서 쓰인 것과 같은 '병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감질이 나면 속이 헛헛해 무언가 먹고는 싶은데 몸이 탈이 나서 마음껏 먹지도 못해 안달을 하게 된다. 여기서 유래한 '감질나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의미가 일반화되어 '몹시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거나 하고 싶어서 애타는 마음이 생기다'란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러니 병 이름인 '감질'과 '맛'이 어울려 하나의 단어를 이룰 어떠한 이유도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야할 결합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감질나다'를 자주 '감질맛 나다'로 오인하는 것은 형태가 비슷한 다른 말 '감칠맛'에 이끌려 스기 때문인 것 같다. '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을 나타내는 '감칠맛'은 '감치다'의 관형형에 '맛'이 결합된 합성어이다. '감치다'는 '음식의 맛이 맛깔스러워 입에 당기다'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혀를 감치고 드는 알싸한 맛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한승원 <해신의 늪>)'처럼 쓰인다. 감칠맛은 의미가 좀더 확장돼 맛뿐만 아니라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란 뜻도 가지고 있다. 

 

"목소리가 감칠맛 있게 곱다."

"그는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곧잘 한다."

 

처럼 쓰인다. 따라서 '감질나다'와 '감칠맛 나다'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말이므로 반드시 구별해서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기본 맛으로는 ‘짠맛, 신맛, 단맛, 쓴맛’이 있다. 영양학자들은 여기에 한 가지 맛을 추가하는데, 그 맛을 나타내는 말이 ‘감칠맛’이다. ‘식품과학기술대사전’(2008)에서는 ‘감칠맛’이 독립적인 맛으로 공인되어 일본어인 ‘umami’로 표시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이 맛의 실체는 불분명하다. ‘짠맛, 신맛, 단맛, 쓴맛’처럼 특정 사물, 즉 ‘소금, 식초, 설탕, 씀바귀’ 따위와 연결 지어 그 맛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칠맛’이란 낱말로 나타내는 맛의 개념도 불분명하다.

 

‘감칠맛’은 ‘감치(다)+ㄹ+맛’의 구성인데, 이는 기본 맛을 나타내는 낱말의 구성인 ‘짜(다)+ㄴ+맛’과 다르다. 낱말의 구성으로 보면 ‘감칠맛’은 혀로 느끼는 맛의 감각이 아니라 맛을 느낀 후의 이차적 반응을 표현하는 낱말임을 짐작할 수 있다.

 

국어사전에선 ‘감치다’를 형태는 같지만 뜻이 다른 두 개의 낱말, 즉 ‘감치다1’(느낌이 사라지지 않고 감돌다)과 ‘감치다2’(풀어지지 않게 감아 붙들다)로 나누는데, ‘감칠맛’의 ‘감치다’는 ‘감치다1’에 해당한다. 그러나 맛의 느낌으로서 ‘감치다’의 뜻은 이 두 낱말에 걸쳐 있는 듯하다. 이러한 관련성은 국어사전의 서로 다른 풀이, 즉 ‘그 음식의 맛이 잊히지 않고 입에 계속 감돌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와 ‘음식의 맛이 맛깔스러워 당기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 드러난다.

 

두 사전의 풀이 내용은 ‘감칠맛’이 ‘맛있는 맛’에 대한 주관적 반응임을 말해준다. ‘감칠맛’이 특정한 맛이 아니라 모든 음식의 다양한 맛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러니 ‘감칠맛’으로 쓰는 순간 그 맛의 개념이 불분명해질 수밖에. 쉬운 말이 반드시 명확한 건 아니다.

 

염병하네
염병하네

 

이처럼 비록 어원은 부정적인 의미자질이었지만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면서 그 쓰임새가 변형된 말들 중엔 '염병할'도 있다. '염병(染病)'은 두 가지로 쓰이는 말이다. 하나는 글자 그대로 전염병이란 뜻이다. 다른 하나는 특이하게도 '장티푸스'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이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 지금은 의학이 발달해서 장티푸스 정도는 어렵지 않게 고칠 수 있지만 예전엔 장티푸스가 전염병 가운데서도 가장 무서운 병이었기 때문에 염병이 장티푸스를 가리키게 됐다고 한다. 여기서 파생된 '염병'은 

 

"염병할, 날씨도 지독히 덮네"

"염병할 XX"

 

처럼 단독으로 감탄사나 관형사로도 쓰이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장티푸스를 앓을'이란 뜻인 경우다. 비록 욕으로 하는 것이지만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은 말이기도 하다. '장티푸스'는 장(腸) + 티푸스의 합성어로, 예전엔 차음으로 장질부사(腸窒扶斯)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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