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總角)은 미혼인 남자, 즉, 결혼하지 않은 청년 남자를 뜻한다. 반대말은 유부남이다. 이 명칭은 의외로 헤어스타일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본래 고대 동아시아에서는 성인이 되지 않은 소년의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 매는 풍속이 있었고, 여기서 '묶을 총(總)' 자와 '뿔 각(角)' 자가 붙어서 지금의 총각이라는 말로 굳어진 것이다. 소년이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총각 머리를 풀고 상투를 틀어 올리게 되는데, 이러한 성인식 행사를 동아시아에서는 관례라고 하여 매우 중요시 했다. 혹은 나이가 차기 전이라도 혼인을 하게 되면 곧바로 총각을 풀고 상투를 틀어 올렸는데, 이렇게 '총각'의 머리 모양을 벗어난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성인 대접을 받았다. 일본어에도 チョンガー(총가)라는 낱말이 있으며 뜻이 같다. 한국어의 총각이 그대로 들어와 살짝 변한 것. 상상플러스에도 단어가 소개된 적이 있다. 조선인 및 한국인에 대한 비하발언인 춍의 어원으로 지목되기도 하나 확실하지 않다. 과거 아주머니들은 대충 젊어 보이는 청년은 무조건 총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혼인하지 못하고 죽은 총각을 몽달귀신이라 한다. 흔히 말하는 총각귀신이 이것이다.
‘총각’은 『표준국어대사전』에 ‘결혼하지 않은 성년 남자’로 풀이되어 있다. ‘총각’은 중국에서 일찍 들어온 한자어다. 한자로는 ‘總角’으로 쓴다. ‘총(總)’과 ‘각(角)’은 각각 ‘거느릴 총’, ‘뿔 각’이어서 한자 그대로 풀이한다면 ‘뿔을 거느린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어떻게 해서 ‘혼인하지 않은 성년 남자’를 가리키는 말로 되었을까? ‘총각’은 원래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었다. 15세기부터 우리 문헌에 ‘총각’이란 단어가 등장하는데, 그 뜻풀이까지 되어 있어서 원래의 의미를 알 수 있다(다음 예문의 ‘緫’은 ‘總’의 속자로 알려져 있다).
緫角 小童이 聚兩髮而結之니라<두시언해(1466년) 권24>(총각은 어린 아이가 두 머리를 모아 묶는 것이다)
緫角안 結其髮하야 爲兩角이니 童子之飾이라<두시언해 권8>(총각은 그 머리를 묶어 두 뿔 모양으로 하니, 어린 아이의 꾸밈이다)
총각은 머리 다하 가 조지미라<가례언해(1632년)권2>(총각은 머리 땋아 갈라서 틀어매는 것이다).
이처럼 ‘총각’은 ‘머리를 땋아서 묶는 일’이어서 ‘총각하다’란 동사도 흔히 쓰이었다.
열 설 넘도록 오히려 總角여시리 젹으니 뎌를 네 가짓 실로 責 엇디 能히 알리오<소학언해(1586년)>
近世 以來로 人情이 輕薄야 十歲 너머 總角리 져그니 뎌 네 가지 行실로 責망<가례언해>
冠며 笄티 아닌 者ㅣ 며 닐어 總角고 靧面야 尊長을 뵈며 長子 도아 供養고 祭祀 저기어든 酒食을 도아 잡을디니<가례언해>
위의 예문 모두가 관례(冠禮)와 연관된 글인데, 이 글에서 ‘총각하다’는 결국 관례(아이가 어른이 되는 예식, 즉 일종의 성인식)를 치루기 이전에, 머리를 땋아 두 뿔 모양으로 묶는 일을 하는 행위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총각(總角)’의 ‘총(總)’과 ‘각(角)’이 어떠한 뜻으로 쓰이었기에 ‘총각’과 ‘총각하다’란 단어가 ‘머리를 땋아서 묶는 일’을 지칭하게 되었을까? 우선 ‘총(緫)’의 뜻풀이를 보도록 하자.
『소학언해』(권2)에 ‘緫다’를 ‘깁을 여 샹토 믿 고 나므니란 뒤헤 드리우 거시라’ (비단을찢어서 상투 밑을 매고 남는 것은 뒤에 드리우는 것이다) 하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角’에 대해서는 『사성통해』(1517년)에 ‘角 ’의 풀이로 ‘角 …又頭髻…’라 하여 ‘각(角)’과 ‘발계(髮髻)’가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그런데 『신자전』에는 ‘총각’과 ‘발계(髮髻)’가 같은 뜻이고 그 의미는 ‘쌍상투’라고 설명하고 있다(總角 頭髻 쌍상투). 머리를 두 개로 묶은 모습이 마치 뿔과 같은 상투 모습이어서 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총각’과 ‘총각하다’가 머리를 땋아서 묶는 일을 한 사람을 가리키는 뜻으로 변화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조선총독부에서 1920년에 간행한 『조선어사전』과 문세영의 조선말사전(1938년)에 ‘관례를 행하지 못하고 머리털을 땋아 늘인 남자’로, 조선어학회에서 간행한 『큰사전』(1957년)에도 ‘관례를 아니하고 머리를 땋아서 늘인 사내아이’로 풀이하고 있는 점은 오늘날 국어사전의 ‘혼인 전의 성인 남자 ’란 뜻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총각’과 같은 뜻으로 쓰인 예문이나 뜻풀이도 보이는데, 그것은 주로 19세기 말부터이다.
총각 緫角 총각아해 緫角兒<한불자전(1880년)>
총각(總角, 成童) 노총각(老總角)<국한회어(1895년)>
발오 슈렴동으로 즛쳐오니 가장 용맹한 총각이오 신통 신장일너라<셔유긔(19세기)>
하자난 대로 내버려 두엇더니 일퇴월퇴 하다가 이습 넘은 왜총각이 되엿 <홍도화上,57>
아모리 뜻어 보아도 쟝가 못간 총각 갓지난 아니하더라 <홍도화(신소설)>
음흉한 술책을 부리는 삼십이나 갓가히 된 로총각 삼돌이는 <뽕 (1925년)>
이 이후에는 머리와 연관된 글에 ‘총각’이란 단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총각김치’란 단어가 갑자기 등장을 한다. ‘총각김치’는 ‘굵기가 손가락만한 또는 그보다 조금 큰무를 무청째로 여러 가지 양념을 하여 버무려 담근 김치’를 뜻하는데, 이 ‘총각김치’의 무청의 모습을 ‘총각’의 생식기와 연상시켜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무에 무청이 붙은 그대로 두면 대개 쌍상투를 튼 것처럼 보일 것이다. 무는 얼굴이고 무청은 머리를 땋아서 묶은 형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생긴 단어가 곧 ‘총각김치’인 것이다. 즉 ‘총각머리’처럼 생긴 김치를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처녀들은 그 ‘총각김치 ’란 단어 자체나 또는 실제의 김치를 기피하곤 했었다. 이제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총각김치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총각’이란 단어는 머리와 연관된 것들이 많다. ‘더벅머리 총각, 떠꺼머리 총각, 덜머리 총각’등이 그러한 것인데, 이때의 ‘더벅머리’나 ‘떠꺼머리, 덜머리’가 무엇을 나타내는 말인지는 아직까지는 알 수 없어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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