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말

스라소니의 어원 : 못생긴 호랑이

by 61녹산 2023. 8. 15.
반응형

스라소니
스라소니

 

 

스라소니는 한자어로는 토표(土豹)·대산묘(大山猫)라고 한다. 중형의 고양이로서 학명은 Lynx lynx cervaria (TEMMINCK)이다. 몸길이 90㎝ 내외, 꼬리길이 약 20㎝이며, 머리는 크고 귀는 삼각형으로 끝에 검은색의 긴 털송이가 있다. 볼에는 호랑이에게서 볼 수 있는 볼수염이 있다. 모피의 일반적 색채는 백색에서 황갈색 등 변화가 심하다. 모피의 모양은 배면에 모인 짧은 세로의 줄무늬와 둥근 반점으로 되어 있다. 몸의 구조는 개와 비슷하며 체구는 비교적 짧고 발은 길다. 사지(四肢)는 크고 귀의 끝털은 48∼54㎜나 되며 암갈색으로서 백색모가 섞여 있다. 발톱은 강하고 날카로우며 발가락은 지골(趾骨)까지 막(膜)으로써 결합되어 눈 위를 걸어가는 데 적응되어 있다. 동공은 수직으로 타원형이다. 수염은 백색이고 굵으며 매우 굳다. 두개골은 비교적 짧고 뇌함부(腦函部)는 넓어졌으며 앞부분은 축소되었다. 모피는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긴 털이며 색채는 일정하지 않다. 북만주에 사는 스라소니는 선명한 얼룩색으로부터 단일색인 흰색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길림성이나 소싱안령(小興安嶺)에서 살고 있는 스라소니의 색채는 선명하지만 털은 비교적 짧다. 가장 색채가 엷고 희미한 반색인 개체는 대싱안령에서 살고 있으며, 그 모피는 푹신푹신하고 치밀하며 부드럽다. 스라소니의 하모(夏毛)는 짧고 색채가 선명하다.

 

이들의 서식지는 길림성과 같이 지대가 높고 바위가 많은 곳을 밀림이 뒤덮고 있는 지역이다. 스라소니의 사지는 크고 강하며 또한 인내력이 강하기 때문에 수십 리를 쉽게 이동한다. 단거리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지만 먼 거리를 뛰면 곧 피로를 느끼게 된다. 나무를 잘 타며 나뭇가지로써 몸을 잘 숨긴다. 보통 물을 피하지만 필요할 때에는 비교적 쉽게 넓은 강을 헤엄쳐서 건너간다. 낮에는 활동하는 일이 드물고 보통 휴식한다. 한번 선정한 지역에서 1년의 대부분을 보내며 멀리 떠나지 않으나, 겨울과 이른봄이 되어 배가 고플 때에는 먹이를 찾아서 먼 곳으로 이동한다. 이 때에는 단독으로 또는 여러 마리가 군집할 때도 있다. 이들은 주의 깊고 교활하며 항상 역경을 잘 탈출하며 엽사들의 추적을 잘 피할 수 있는 동물이다. 감각 중 시각과 청각은 매우 잘 발달되었으나 후각은 가장 약하다. 야행성으로서 해질 무렵에 나와서 토끼·들쥐·청서·영양·사슴 따위를 포식한다. 우는 소리는 높지만 유연하며 자주 울지 않는다. 교미시기는 2월이며, 암컷 한 마리를 둘러싸고 두세 마리의 수컷이 피를 흘릴 때까지 투쟁한다. 임신된 암컷은 홀로 고독한 생활을 한다. 임신기간은 약 70일, 4월 초순에 한두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갓 태어난 새끼들은 눈을 뜨지 못하지만 온몸이 부드러운 솜털로 덮였으며 눈은 10일이 지난 후 뜨기 시작한다. 어미는 처음에는 젖으로 새끼를 기르다가 반쯤 죽은 들쥐나 멧닭의 새끼를 운반하여 새끼들에게 잡는 훈련을 시킨다. 새끼들은 어미와 1년 동안 같이 지낸다. 수명은 11년 정도이다. 우리 나라 북부에 드물게 분포되어 있다.

 

'시라소니. 김두한, 이정재, 이화룡' 이들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얼마간을 주름잡던 '주먹'들의 이름이다. 이들 가운데 조선 제일의 주먹은 '시라소니'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놀라운 점프력과 스피드, 지칠 줄 모르는 체력, 강력한 박치기로 상대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시라소니'는 평북 신의주 출신 이성순의 별명이다. 본래 '시라소니'는 동물 이름 '스라소니'의 북한말이다. 스라소니는 고양잇과 동물로, 크고 뾰족한 귀, 갈색 또는 검은색 반점, 호랑이에서나 볼 수 있는 볼수염 등이 특징이다. 정면에서 보면 아주 날카롭고 매서워 보인다. 그리고 성질도 사납고 잔인하다. 이성순이 스라소니와 같이 날쌔고 매서운 싸움꾼이어서 그와 같은 별명이 붙은 것이다. 

 

그런데 스라소니는 어찌 보면 얼굴이나 표정이 못나 보인다. 우리 선조들이 스라소니를 '못생긴 고양이' 또는 '못생긴 호랑이'라 부른 것이나, '잔악하고 무능한 사람의 별칭으로 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내 온 오래 살자니깐, 별꼴을 다 본다니..... 어디서 저 따우 남사당패 같은 반내미, 시라소니 아 새끼가 생겨나서 지랄을 하는지....." <최태웅, 어느 날의 김일성 동아일보 1959년 6월 21일>

 

여기서 보이는 '시라소니'는 못나고 무능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스라소니라는 말은 16세기 문헌에 '시라손'으로 처음 보인다. 대체로 '시라손'에 대해서는 여진어 '시라순'에서 온 말로 보고 있다. 여진어 시라순이 한국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몽골어 등에 들어가 정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라손'은 19세기 이후 문헌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시라소니로 변해 나온다. 19세기 말에 출간된 사전에도 '시라소니'가 올라 있다. 

 

그런데 20세기 초의 <조선어사전 1920>, <조선어사전 1938> 등에는 '시라소니'가 아닌 '스라소니'가 올라 있다.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 1936>에서는 아예 '스라소니'를 표준어로 확정했다. '스라소니'를 '시라소니'의 '시'가 '스'에서 변한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그것으로 되돌린 것이다. '슬컷>실컷, 승겁다>싱겁다' 등에서 보듯 '스'가 '시'로 변하는 예가 흔해서 '시라소니'를 '스라소니'에서 온 것으로 얼마든지 착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라소니'가 '시라소니'를 잘못 되돌린 어형이고, 실제 '시라소니'를 더 많이 쓰고 있다는 점에서 표준어를 '시라소니'로 바꾸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북한에서는 '시라소니'를 그들의 문화어로 삼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