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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꼴값_어원 자료

by 61녹산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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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_어원 자료

 

 

 

꼴값 떨다

 

 

 

"꼴값을 하네"

 

아주 기분 나쁜 말이다. '하네'를 '떨고 있네'로 바꾸어 

 

"꼴깞 떨고 있네"라고 표혀하면 더욱 기분이 나빠진다. 이들 표현에서 우리의 기분을 잡치게 하는 장본인은 바로 '꼴값'이다. 

 

그러면 이 '꼴값'은 무슨 뜻인가? '꼴' 은 '소나 말이 먹는 여물'로 '값'은 '가격'으로 이해하여 '꼴값'을 '여물의 가격'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람이 밥을 먹고 '밥값'을 하듯, 소나 말은 '꼴'을 먹고 '꼴값'을 한다는 발상이다. 그래서 과연 꼴값은 얼마인가요?와 같은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 질문에 천연덕스럽게

 

"예전에 '꼴'은 사고팔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격은 알 수 없지만, 대충 지금의 소 사료 값 정도가 되지 않을까"

 

라고 답한다. 정말 웃기는 답변이고, 심하게 말하면 '꼴값 떠는' 답변이다.

 

꼴값의 꼴은 마소가 먹는 여물의 뜻이 아니고, 값은 가격의 뜻이 아니다. 그럼 이들은 어떤 의미로 쓰인 것일까? 우선 값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우리말에는 꼴값과 같이 값과 어울린 단어가 제법 많다. 몸값, 밥값, 얼굴값, 이름값 등이 바로 그것일텐데, 이들 단어에 쓰인 값은 가격이 아니라 값어치라는 의미이다. 꼴값에 쓰인 값도 그와 같은 것이다. 

 

팀이 우승하면 선수들의 몸값도 따라 올라간다.

밥값도 못하는 주제에 웬 불만은 그리 많은지

외모는 멀쩡한 사람이 얼굴값도 못하는구만

명색이 반장이면서 이름값도 못한다.

 

등에 쓰인 몸값, 밥값, 얼굴값, 이름값 등의 의미나 어원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값' 앞에 놓이는 '몸, 밥, 얼굴, 이름' 등이 아주 쉬운 단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꼴값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꼴의 의미나 어원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꼴값의 어원 추적은 바로 이 꼴이 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꼴값의 꼴은 본래 골이었다. 그렇다면 꼴값은 처음에는 골값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꼴값은 물론이고 골값이라는 단어가 20세기 초까지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골과 값이라는 단어가 아주 이른 시기부터 쓰였다는 점에서 골값 또한 이른 시기부터 쓰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은 본래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골값은 모양이나 됨됨이에 해당하는 값어치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골은 꼴로 어형이 변하고 또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가치도 떨어진다. 이렇듯 골>꼴이 경멸의 부정적 의미를 띠게 된 것은, 이것이 골없다(꼴사납다의 옛말), 꼴밉다, 꼴사납다 등에서 보듯 주로 없다, 밉다, 사납다 등과 같은 부정적 의미 가치를 띠는 단어와 어울려 쓰여 그 의미 가치에 전염되었기 때문이다. 

 

골의 어형과 의미가 변함에 따라 그것을 포함하는 골값도 꼴값으로 어형이 변하고 또 모양이나 됨됨이의 값어치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의미도 변한다. 사전을 찾아 보면 이를 얼굴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네가 생긴 꼴값대로 튼튼한 젊은이라면 누가 뭐라 하기 전에 총을 들고 싸우러 가는 게"

 

에 쓰인 꼴값이 바로 그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이다. 꼴값의 의미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격에 어룰리지 않는 아니꼬운 행동이라는 의미로까지 발전한다. 이는 꼴값의 본래 의미인 모양새나 됨됨이에 해당되는 값어치라는 의미와 비교하면 정반대의 의미이다. 본래의 의미가 중립적이라면 변화된 의미는 부정적이다. 이러한 부정적 의미는 꼴값과 빈번히 어울려 나타나는 떨다라는 서술어의 부정적 의미 가치에 전염되어 생겨난 것이다. 

 

 

'꼴값'은 얼마일까

 

 

꼴값

 

 

 

 

아버지의 설날 덕담은 언제나 길었다. 친구들이 설날 세배를 하고 코에 침을 발라가며 들었던 긴 덕담의 내용은 꼴값하고 살아라! 요약하자면 꼴값이었다.

명사 '꼴값'은 사전에서는 얼굴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꼴값은 '없다, 밉다, 사납다' 등과 같은 부정적 의미 가치와 어울리면 전염(傳染)되어 속되게 되는 단어다. 격에 맞지 않는 아니꼬운 행동을 할 때 우리는 꼴값을 떤다고 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난 체를 하며 꼴값을 떨고 있다'에 쓰인 꼴값이 바로 그와 같은 의미다.

꼴값은 본래 '모양새나 됨됨이에 해당하는 값어치'다. 안 좋은 뜻으로 쓰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본뜻은 가치에 가깝다. 꼴은 겉으로 보이는 사물의 모양인 형상(shape)이고, 값이 기능이나 쓸모를 말한다면, 꼴값의 본래 의미인 모양새나 됨됨이에 해당하는 값어치를 통해서 나잇값과 나의 값이 매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꼴값을 한다'는 표현은 '외모대로 행동을 한다'는 은유적인 표현이 된다. 껍질 값인것이다. 우리말에는 꼴값과 같이 '값'과 어울린 단어가 적지 않다. '몸값, 밥값, 얼굴값, 이름값'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단어에 쓰인 '값'은 '가격'이 아니라 '값어치'라는 의미이다. 꼴값에 쓰인 값도 그와 같은 것이다.

동양에서 사람을 볼 때 주요 판단 기준이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상·말·글·판이라고 관상을 중요하게 보았다. '생긴 대로 논다', '나이 40이 되면 본인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처럼 얼굴에는 그 사람의 삶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인의 얼굴을 보고 그의 매력이나 호감도, 신뢰도 등에 대해 결정하는 시간은 불과 0.1초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인간 사회는 얼굴이 지배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얼굴은 '얼의 꼴'이다. 그 사람의 정신은 얼굴이라는 형태학(morphology)으로 드러난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정신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얼굴 표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꼴값한다'느니, '생긴 대로 논다'느니, 하는 말들은 이런 얼(정신)과 꼴(형태)을 현실 속에서 체험한 우리들의 경험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중에 얼이 빠지면 '너 왜 그렇게 얼빠져 보이냐?'라고 한다. 얼은 없고 꼴만 있다는 말이다.

결국 '얼의 꼴'은 지난 흔적에 따른다. 외면으로부터 내면을 판단하기 위해서 흔적을 뒤적이는데, 실제로 사람의 외모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과거와 현재, 건강 등 세월에 쌓인 흔적을 보는 이 역시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용모(相)를 살피는(觀)데, 얼굴을 비롯해 음색, 머리카락 형태, 걷는 자세 등 상대방의 모든 형태를 보고 그의 성격과 운명 등을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심리학에서 사람의 외모만 보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현상을 '하딩효과'라 한다. 대인관계나 면접 등에서 자주 실수하는 것이 외모를 보고 판단하는 것인데, 관상학에서도 '관상불여심상(觀相不如心相)'이라고 '관상이 좋아도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 하여 외모로 판단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모양새나 됨됨이에 해당하는 값어치'를 잘 살피지는 않고 보이는 모습만 열심히 다루는 것을 보면서 설날 아버지가 강조하시던 신언서판을 꺼내보면서 긴 덕담을 그리워한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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