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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귀고리의 어원자료

by 61녹산 2023.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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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고리 귀걸이

 

귀고리’는 ‘귓불에 다는 장식품’이다. 옛날에는 여자들의 장신구였는데 오늘날에는 남자들이 달고 다니는 것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의 ‘여자들이 귓불에 다는 장식품’이란 뜻풀이는 이제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귀고리’가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흔히 쓰는 장신구가 되면서 이 ‘귀고리’를 ‘귀걸이’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 ‘귀고리’를 ‘귀걸이’로 쓰는 것은 ‘귀고리’를 ‘귀에 거는 물건’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속담에도 잘 배어있다. 그래서 ‘귀걸이’를 표준어로 하지 않고 ‘귀고리’를 표준어로 한 사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할 것이다.

 

‘귀걸이’와 ‘귀고리’는 발음은 비슷한 면이 있지만, 그 뜻은 전혀 달랐던 별개의 단어였었다. ‘귀걸이’는 실제로 ‘귀에 거는 물건’이었다. 지금은 모자 때문에 거의 사라졌지만, 털(주로 토끼털)로 큰 가락지처럼 둥글게 만들어 두 개의 둥근 털에 두 줄의 고무줄로 연결하여 양쪽 귀에 달고 다니던 도구였다. 썰매 탈 때에는 으레 귀가 시리지 않도록 이 털 귀걸이를 하고 털벙거지를 푹 뒤집어쓰고 얼음판 위를 쌩쌩 달렸던 것인데 지금은 한낱 추억의 물건으로만 남게 되었다. 일명 ‘귀마개’라고도 하였다. ‘귀고리’ 대신에 ‘귀걸이’를 쓴 것은 이미 『한불자전』(1880년)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니 그 역사도 꽤나 긴 셈이다. 그래서 최근에 간행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귀걸이’의 풀이말에 ‘귀고리’의 의미를 첨가시켜 놓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귀걸이’는 ‘귀 + 걸-(掛) + -이’로 분석되고, ‘귀고리’는 ‘귀 + 고리(環)’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귀고리’의 ‘고리’는 무엇일까? ‘고리’는 표준국어대사전에 ‘긴 쇠붙이나 줄, 끈 따위를 구부리고 양 끝을 맞붙여 둥글거나 모나게 만든 물건’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문고리, 열쇠고리’ 등의 ‘고리’처럼 주로 둥글게 만든 것을 ‘고리’라고 한다. ‘귀고리’는 ‘귀에 다는 둥근 고리’란 뜻인 셈이다.   ‘귀고리’의 초기 형태는 ‘귀옛골회’였다. ‘귀옛골회’는 ‘귀 + -옛 + 골회’로 분석되는데, ‘-옛’은 처격 조사 ‘-예’에 속격의 조사 ‘-ㅅ’이 붙은 것이고, ‘골회’는 ‘고리’의 옛 형태다. 옛말에서 처격 조사는 그 앞의 명사의 말음이 양성 모음이면 ‘-애’, 음성모음이면 ‘-에’, 그리고 ‘ㅣ’ 모음이면 ‘-예’가 된다. ‘귀’의 말음이 ‘ㅣ’이어서 ‘-예’가 쓰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속격 조사 ‘-ㅅ’이 붙은 것이 ‘-옛’이다. 오늘날의 ‘-에의’와 같은 뜻이어서 주로 ‘-에 있는, -에 쓰는, -에 의한’ 등의 뜻을 가지고 사용되었다.

 

~에 있는( 甁읫 믈이 며<월인천강지곡>),

~에 쓰는(노샛 바리실<용비어천가>,

~에 의한(아바님 命엣 절을 天神이 말이<월인천강지곡>  

 

그래서 ‘귀옛골회’는 ‘귀에 쓰는(또는 ‘귀에 있는’) 고리’란 뜻이다.

 

귀옛골회과   날 박은 금가락지 이 여 가지로 <박통사언해(1677년)>

珍珠 귀옛골회와   금 쇠라 <박통사신석언해(1765년)>

귀옛골회(耳環, 한청문감<18세기>)  

 

이 예문들은 17, 18세기에 보이는 것들이지만 16세기에는 ‘귀엿골회’로 실현된다.

 

귀엿골회 (珥), 귀엿골회 (璫) <훈몽자회(1527년)> 

 솽 귀엿골회와  솽 쇠다가 호리라 <번역박통사(1517년)> 

칠보 금빈혀 나콰 귀엿골회  솽과 날 바근 금 가락지  솽과를다가 야 <번역박통사(1517년)> 

 

 ‘귀엿골회’는 ‘귀옛골회’에서 음절 부음인 ‘ㅣ’가 탈락한 형태다. 15세기나 16세기에 ‘귀옛골회’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우연일 것이다. ‘귀옛골회’는 처격 조사 ‘-예’가 ‘-에’로 통일되어 가고, ‘골회’의 두 음절의 음절 주음이 ‘ㅗ’이어서 ‘골회’가 ‘골희’로 바뀌고 ㅎ 의 탈락과 ‘의’ 모음의 단모음화로 ‘골의’ 또는 ‘고리’가 되어, ‘귀옛골회’는 ‘귀엿골이’나 ‘귀엿고리’로 된다. 그리고 이 ‘골이’와 ‘고리’는 ‘골’로 변하는데, ‘귀엣골이, 귀엣고리, 귀엿골이, 귀엿고리’가 ‘귀엣골, 귀엿골’에 주격 조사 ‘-이’가 붙은 것으로 인식되었던 데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18세기와 19세기에는 ‘귀엣골’이나 ‘귀엿골’(표기상으로는 ‘귀엳골, 귀역골’ 등)로 나타나고 어느 경우에는 ‘-ㅅ’이 탈락하여 ‘귀예골, 귀에골’ 등으로도 보인다. 그래서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가 보이는데, ‘귀엿골, 귀엳골, 귀예골, 귀에골이’ 등이 그것이다.

 

십일일의 예 귀예골 리고 흰 긔운이 하의 벗치다 <산성일기(1636년)>

귀엿골(耳墜), ㅅ 귀엣골(日環) <역어유해(1690년)>

귀엿골(耳環), ㅅ 귀엿골(日珥) <역어유해보(1715년)>

珥 玉으로  귀역골이라 <어제내훈(1737년)>

가인의 빈혀와 귀엿골을 벗겨 주니 <종덕신편언해(1758년)>

귀엿골(耳墜子),  귀엿골다(日珥) <몽어유해(1768년)>

죽으라 갈 제 진쥬 귀엿골을 버거 동뉴 아 주고 죽으이다 <빙빙뎐(18세기)>

귀엳골 이(珥) <왜어유해(19세기)>

귀엿골(璫) <한불자전(1880년)> 

귀에골이(日暈日珥) <광재물보(19세기)>  

 

결국 18세기와 19세기에는 ‘귀옛골회’는(1) ‘귀옛골회’ >귀엣골회’(또는 ‘귀에골회’) > ‘귀엣고리’(또는 ‘귀엣골’)(2) ‘귀옛골회’ > ‘귀엿골회’ > ‘귀엿골이’(또는 ‘귀엿고리’) > ‘귀엿골’(또는 ‘귀엳골, 귀역골’)  의 두 가지 변화과정을 거친 다양한 형태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특히 ‘귀엣고리’는 최근까지도 쓰인 형태였다. 조선총독부 편찬의 『조선어사전』(1920년)에는 ‘귀에ㅅ고리’로, 문세영 편찬의 『조선어사전』(1938년)과 조선어학회 편찬의 『큰사전』(1957년)에서도 ‘귀엣고리’로 등재되어 있다.『큰사전』에는 ‘귀에 달면 귀엣고리 코에 걸면 코엣고리’란 속담까지도 보이고 있어서 이 속담이 최근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말로 변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희승 님의 『국어대사전』(1961년)에 최초로 ‘귀고리’가 표제어로 등재되는데, 그 풀이말은 ‘귀엣고리’를 가보라고 되어 있다.


이 ‘귀엣고리’의 ‘-엣’은 현대국어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는 형태이다. 이 ‘-엣’은 20세기초까지 사용되었다. 대개 1920년대까지 가끔 사용되었다.

 

나흘되는 날 春星은 英淑의 집에 와서 문간엣 英淑이 나오기를 기달녓다 <春星(1923년)>

구찬은 생각이 날 적마다 『원수엣자식 원수에자식』 하며 혼자 중얼대니가 <自己를찻기(1924년)>

『이 원수엣 돈! 이 륙시를 할 돈!』 하면서 풀매질을 친다. <운수조흔날(1924년)>

형근은 넘어 의외엣 일이라 가슴이 공연이 설렁 내려안더니 <지형근(1925년)>  

 

이 ‘-엣’은 문장에서는 ‘-에의’로 변화하였다. 이 ‘-에의’를 일본어의 영향으로 보는 사람도 있으나, ‘-엣’이 ‘-에의’로 변화한 시기가 마침 일제강점기와 같기 때문에 오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단어에 보이던 ‘-엣’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귀엣고리’는 ‘귀고리’로 변화한 것이다.   ‘귀옛골회’가 ‘귀엿고리’나 ‘귀엣고리’(또는 ‘귀엣골’)로, 그리고 이것이 다시 ‘귀고리’로 변화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그 뜻은 ‘귀에 다는 고리’였었다. 그러다가 ‘귀고리’의 역사를 잘 모르고 또 ‘귀고리’의 형태가 ‘고리’의 형태만이 아닌 것으로 바뀌자, 언중들이 ‘귀에 거는 물건’으로 인식하여 ‘귀걸이’로 쓰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귀고리’ 대신에 ‘귀걸이’를 주로 쓰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귀고리’는 ‘(개별적인 집짐승들을 서로 구분하기 위하여) 집짐승의 귀에 끼우는 고리’를 뜻하고 ‘귀걸이’는 ‘귀가 시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귀에 거는 물건’과 ‘귀에 다는 장신구’를 뜻한다. 하나의 장신구 이름이 이렇게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변화하는 것을 보고 언어의 신비에 새삼 감탄할 뿐이다.

 

귀고리

 

“귀고리가 맞아요, 귀걸이가 맞아요?”

 

‘귓불에 다는 장식품’을 의미하는 말을 두고 한 질문이다. 둘 다 맞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두 낱말을 다음과 같이 뜻풀이하고 있다. ‘귀고리’는 귓불에 다는 장식품으로, 귀걸이를 동의어로 표시하고 있다. 귀고리가 쓰인 예문으로

“귀고리를 끼다."

"그녀는 두 귓불이 늘어질 정도로 큼직한 귀고리를 달고 나타났다.”

 

를 들고 있다. ‘귀걸이’는 세 가지로 의미로 풀이한다.

 

첫째, 귀가 시리지 않도록 귀를 덮는 물건. 보통 털가죽 따위로 만든다.(≒귀마개)

 

“토끼털로 만든 귀걸이를 찾아 들고 동수는 밖으로 나갔다.”

 

둘째, 귀걸이안경과 동의어.

 

셋째, 귀고리와 동의어로

 

“그녀는 휘황찬란한 목걸이 이외에도 항상 금빛 귀걸이 한 쌍을 걸고 다닌다.”

 

를 예문으로 들고 있다. 따라서 ‘귓불 장식품’을 뜻할 때는 ‘귀고리’와 ‘귀걸이’ 둘 다 쓸 수 있다. 다만 귀에 거는 ‘귀마개’나 안경을 의미할 때는 ‘귀걸이’ 또는 ‘귀걸이안경’ 등으로 표현해야 한다.

‘고리’는 긴 쇠붙이나 줄, 끈 따위를 구부리고 양 끝을 맞붙여 둥글거나 모나게 만든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 “나는 얼른 문을 닫고 고리를 걸어 버렸다.”처럼 쓴다. 또 어떤 조직이나 현상을 서로 연관되게 하는 하나하나의 구성 부분 또는 그 이음매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그 사건은 그들을 하나로 묶는 고리가 되었다.”처럼 쓴다. ‘걸다’의 뜻이 담긴 ‘걸이’는 ‘벽걸이’, ‘옷걸이’와 같이 사물의 한쪽 귀퉁이에 매달 수 있도록 장치를 달아 놓은 것이다.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문고리를 걸어 잠그고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의 예문처럼 ‘문고리’, ‘옷걸이’로 기억하면 된다.

귀엣고리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속담을 다 잘 아실 겁니다. 이것은 어떤 원칙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둘러대기에 따라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죠. 또 이와 비슷한 의미로 어떤 사물은 보는 관점에 따라 이렇게도 될 수 있고 저렇게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속담에 나오는 ‘귀걸이’라는 것은 귀에 다는 장식품을 말하는데, 이것을 귀에 거는 것이라는 뜻으로 ‘귀걸이’라고 쓰기도 하고, 귀에 다는 고리라는 뜻으로 ‘귀고리’라고 쓰기도 합니다. 두 가지가 다 맞는 표현인데, 이 중에서 ‘귀걸이’라는 것은 그 외에도 귀가 시리지 않도록 귀에 거는 물건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귀금속이나 보석 같은 것으로 된 목에 거는 장신구는 어떻게 쓰는 것이 맞을까요?
네, 이때는 목에 거는 것이라는 뜻으로 ‘목걸이’라고 씁니다. 그런데 ‘목걸이’와 같은 발음으로 나는 것으로 ‘목’ 뒤에 ‘거리’를 붙여서 쓰는 것은 목이 붓고 아픈 병을 가리키기 때문에 장신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표현이 됩니다. ‘목에 병이 생겼다’ 또는 ‘목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가 되시겠죠?

‘귀걸이’와 ‘귀고리’가 모두 표준어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유추해서 ‘목걸이’도 같이 생각하기 쉽지만, 목에 거는 장신구를 의미하는 ‘목걸이’는 이 한 가지 표기 형태만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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