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린아이의 나이를 말할 때 흔히 '저는 {한 살배기/한 살바기/한 살박이} 아기가 있습니다.'와 같이 말을 한다. 그런데 아이의 나이를 말할 때 쓰는 말은 과연 '배기, 바기, 박이' 가운데 어떤 것이 옳을까?
한편, 고깃집에서 '소의 양지머리뼈의 한복판에 붙은, 희고 단단한 기름진 고기'를 먹고 싶으면 '{차돌배기/차돌바기/차돌박이}' 가운데 어떤 것을 주문해야 할까?
또한 양이 많은 사람은 '자장면 {곱배기/곱빼기}' 가운데 어떤 것을 시켜야 할까?
국어에서 [배기], [바기], 그리고 [빼기] 등으로 소리 나는 말들을 어떻게 한글 맞춤법에 맞게 써야 할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표준어에서 [배기]로 소리가 나는 말은 '-배기'로 적도록 하고 있다. 이 '-배기'는 접미사로 구별되며 몇 가지 뜻으로 쓰인다.
먼저 '-배기'가 '그 나이를 먹은 아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일 때에는 '한 살배기, 세 살배기'처럼 쓰인다.(그런데 이 말들에서 '한, 세' 등은 수관형사이고 '살'은 의존 명사이므로 '한 살, 세 살'과 같이 띄어 써야 하고, '-배기'는 접미사이므로 앞 말에 붙여 써야 한다. 그러므로 '한 살배기, 세 살배기'처럼 띄어 써야 함을 유의해야 한다.)
'배기'가 '그것이 들어 있거나 차 있음'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일 경우는 '나이배기(겉보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알배기'처럼 쓰이고, '그런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일 때에는 '가짜배기, 공짜배기, 대짜배기, 알짜배기, 진짜배기' 등과 같이 쓰인다.
그 밖에도 '-배기'가 붙는 말에는 '귀퉁배기, 양코배기, 육자배기(六字), 주정배기(酒酲), 포배기(한 것을 자꾸 되풀이하는 일), 혀짤배기, 황토배기(누렇고 거무스름한 흙으로 이루어진 땅)' 등이 있다.
그런데 '뚝배기, 학배기(잠자리의 애벌레를 이르는 말), 언덕배기'는 소리는 [빼기]로 나지만 표기는 '배기'로 하는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표준어에서 [바기]로 소리가 나는 것은 '-박이'로 적어야 한다. 이 '-박이'는 '박다'의 의미가 살아 있는 경우에 쓰는 것으로, '점박이, 덧니박이, 외눈박이, 차돌박이, 오이소박이('오이소박이'는 오이에 '소'를 박은 음식이다. '소'는 '만두 속에 넣는 재료, 혹은 통김치 따위의 속에 넣는 여러 가지 고명'을 뜻한다. 만두나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를 흔히 '속'이라고 하는데 이는 '소'의 잘못이다.), 붙박이, 장승박이' 등이 있다. '본토박이, 토박이, 쌍열박이(총열이 두 개인 총)' 등은 '박다'의 의미에서 좀 멀어진 경우이지만 여전히 '박다'와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박이'로 적는 것들이다.
그런데 [바기]로 소리 나는 경우, '○○바기'로 적는 것은 '○○박이'의 잘못이므로 그 표기가 틀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빼기]로 소리 나는 것은 '고들빼기, 곱빼기, 코빼기'와 같이 '-빼기'로 적는다. 이 외에도 '과녁빼기(외곬으로 똑바로 건너다보이는 곳), 구석빼기(썩 치우쳐 박힌 구석 자리), 그루빼기(짚단이나 나뭇단 따위의 그루가 맞대어서 이룬 바닥 부분), 대갈빼기, 머리빼기(머리가 향하여 있는 쪽을 속되게 이르는 말), 밥빼기(동생이 생긴 뒤에 샘내느라고 밥을 많이 먹는 아이), 악착빼기, 억척빼기, 얼룩빼기(겉이 얼룩얼룩한 동물이나 물건), 이마빼기, 재빼기[嶺頂](=잿마루)', 그리고 '앍둑빼기, 앍작빼기, 얽둑빼기, 얽빼기, 얽적빼기(이들은 모두 '얼굴에 잘고 굵은 것이 섞이어 얽은 자국이 촘촘하게 있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들이다.)'와 같은 예들이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뚝배기', 학배기, 그리고 '언덕배기'는 [-빼기]로 소리 나지만 '배기'로 적는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차돌박이’ ‘오이소박이’ 등을 ‘차돌배기’ ‘오이소배기’ 등으로 말하는 것은 표준어가 아니다. 이상의 단어들은 모두 ‘박다’의 의미가 살아있는 명사들이기 때문에 접미사 ‘-박이’를 붙여 써야 하며 이를 소리 나는 대로 ‘-바기’ 혹은 ‘-배기’ 등으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
‘한 살 먹은 아이’를 뜻하는 말은 ‘한 살박이’가 맞을까? 아니면 ‘한 살배기’가 맞을까?
이 경우에는 ‘한 살배기’가 맞다. ‘한 살배기’에서 ‘-배기’는 ‘그 나이를 먹은 아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배기’는 이외에도 ‘그런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여 ‘공짜배기’ ‘대짜배기’ ‘진짜배기’ 등의 형태로도 사용된다.
그런데 ‘음식에서 두 그릇 분량’을 뜻하는 말은 ‘곱배기’가 아닌 ‘곱빼기’라고 쓴다. 한글맞춤법 제54항에 보면 ‘-배기’와 ‘-빼기’가 혼동될 수 있는 단어는 소리가 [빼기]로 날 때, 앞 말이 형태를 밝힐 수 있는 경우에는 ‘-빼기’로 적고, 형태를 밝힐 수 없는 경우에는 ‘-배기’로 적는다고 되어 있다. ‘곱빼기’에서 ‘-빼기’의 앞 말이 형태를 밝힐 수 있는 ‘곱’이기 때문에 ‘곱빼기’로 적는다. 그런데 ‘뚝배기’는 소리가 [빼기]로 나지만 앞 말인 ‘뚝’이 ‘뚝배기’라는 단어에서 어떤 의미인지 분명히 형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뚝배기’로 표기한다.
‘곱빼기’처럼 앞 말이 형태를 밝힐 수 있는 말이어서 ‘-빼기’로 적는 예는 ‘코빼기’ ‘얼룩빼기’ 등이 있고 ‘뚝배기’처럼 앞 말이 형태를 밝힐 수 없는 말이어서 ‘-배기’로 적는 예는 ‘잠자리의 애벌레’를 뜻하는 ‘학배기’ 등이 있다.
한 살 정도 된 어린아이를 가리켜서 말할 때 ‘한 살박이’와 ‘한 살배기’ 같은 표현을 들어 보셨을 텐데요, 이 중에서 올바른 표현은 ‘한 살배기’입니다. ‘한 살배기’라는 말에서 뒤에 붙은 ‘-배기’는 어린아이의 나이를 나타내는 명사구 뒤에 붙어서 ‘그 나이를 먹은 아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따라서 두 살 정도 된 어린아이는 ‘두 살배기’라고 합니다.
‘-배기’라는 접미사는 그 외에도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혹시 ‘나이배기’라는 표현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나이배기’는 겉보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데, 이 경우에 ‘-배기’는 명사 뒤에 붙어서 ‘그것이 들어 있거나 차 있음’의 뜻을 더한다.
그리고 접미사 ‘-배기’가 ‘그런 물건’이라는 뜻으로 쓰일 때는 ‘공짜배기, 알짜배기, 진짜배기’ 같은 표현이 있습니다. 이것은 각각 ‘공짜, 알짜, 진짜’를 속되게 일컫는 표현이 된다.
반면에 ‘-박이’는 ‘점박이, 오이소박이, 차돌박이’와 같이 ‘무엇이 박혀 있는 사람이나 짐승 또는 물건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차돌배기’나 ‘오이소배기’ 같은 표현은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장승박이’나 ‘붙박이’처럼 쓸 때는 ‘무엇이 박혀 있는 곳이나 한 곳에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다’는 뜻을 더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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