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자기의 어머니 윤씨가 궁중에서 쫓겨나고 마침내 사약까지 받게 된 것은 엄귀인, 정귀인이 성종께 참소한 탓이라고 하여, 어느 날 내전에 들어가서 두 귀인을 불러다가 뜰아래에 세우고 철여의를 쥐고 내려가서 대번에 머리를 쳐서 바수니, 한 마당에 두 시체가 거꾸러지며 이곳저곳이 피투성이라 마루 위와 뜰 아래 섰던 왕비 신씨 이하 여러 궁인들은 끔찍스러운 일을 보고 한참 동안 모두 섰던 곳에 박힌 듯이 서서 혹은 고개만 돌리고 혹은 눈만 가릴 뿐이었다.
철여의(鐵如意) : 쇠로 만든 채찍.
- ㉠우왕이 시장으로 말을 빨리 몰았는데 어떤 사람이 달려서 피하니 우왕이 추격하여 따라잡아 철여의로 그를 치고 드디어 혜비전으로 갔다. ; 禑馳馬於市 有人走避 禑追及 以鐵如意擊之 遂如惠妃殿 [고려사 권제135, 3장 앞쪽, 열전 48 신우 9.3]
㉡사신이 말하기를, “…오늘날 나라의 형편을 윤휴같이 미치고 어리석은 자에게 맡기는 것은 촉나라 임금 소원이 철여의를 휘두르며 스스로를 제갈량에 비기는 것과 같으니 후진이 당했던 화가 발을 돌릴 틈도 없이 이를 것이다.” 하였다. ; 史臣曰…以今日國勢 任鑴狂愚 則若蜀王昭遠 揮鐵如意 自方諸葛亮耳 石晉之禍 不旋踵矣 [숙종실록 권제3, 34장 앞쪽, 숙종 원년 4월 16일(갑진)]
대번에 : 서슴지 않고 단숨에. 또는 그 자리에서 당장.
바수니 : 여러 조각이 나게 두드려 잘게 깨뜨리다.
계집들 데리고 놀기를 좋아하는 왕은 팔도 기생을 모두 뽑아 올려서 서울 안에 만여명 기생이 복작거리게 하여놓고 기생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고 백성의 재물을 턱없이 빼앗으니, 한탄하던 것이 원망으로 변하고 원망하던 것이 악심으로 변하여 사방에서 나날이 느는 것이 도적이라.
복작거리다 : 어린이날과 같은 휴일에 놀이공원에 가면 사람들이 많아 몹시 시끄럽고 복잡하지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서 시끌시끌하게 떠들며 움직이는 것을 '복작거리다'라고 해요. 매우 시끄러울 때에는 뜻을 더욱 강조해서 '북적거리다'를 쓴다.
많은 사람이 좁은 곳에 모여 수선스럽게 자꾸 들끓다.
액체 상태의 것에서 자꾸 거품이 보글보글 일다.
뒤치다꺼리 : 뒤에서 일을 처리하고 보살펴 줌
치다꺼리 : 일을 치러 내는 일
한치봉이는 어느 시골 한씨 집의 서자로 집안의 홀대 받기가 싫어서 서울로 뛰어올라와서 몸이 날쌔고 완력이 센 것을 믿고 갖은 짓을 다 하다가 마침내 적당의 괴수가 된 사람이니, 한씨가 처음 괴수가 되어가지고 남소문 안에서 미인계 판을 차리었을 때 경상도 선산 사는 박선전이란 사람을 옭아들였다가 그가 힘이 장사인데다 무예까지 절등하던 까닭에 미끼삼아 사람을 옭아들이는 미인까지 빼앗긴 일은 있었으나, 그후로 이때까지 약 십여년간 별로 봉패한 일이 없이 서울 안에서 거의 횡행하다시피 하는 터이다.
옭아들이다
(1) (사람이 어떤 대상을) 올가미 따위로 감아 매다.
- 아버지는 송아지를 장에 내다팔기 위해 목을 옭아서 끌고 나가셨다.
(2)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꾀를 써서 같이 걸려들게 하다.
- 네가 아무리 나를 옭아 넣으려 하여도 절대로 안 될 것이다.
(3) (사람이 다른 대상을) 실이나 노끈 따위로 단단히 잡아매다.
- 지푸라기들을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잘 옭아 놓아라.
봉패(逢敗) : 낭패를 당함.
횡행하다 :
- 1. (사람이 어떤 공간을)거리낌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다.
- 2. (주로 좋지 않은 일들이)이곳저곳에서 마구 벌어지거나 나타나다.
"그건 왜 새삼스럽게 물으시오? 알으켜드리면 상을 주실 터이오?"
삭불이는 하하하하 웃었다.
"이 자식, 상은 되우 바라네."
삭불이는 바로 정색이나 하는 듯이 별안간 웃음을 거두면서
"당신이 꼭 하나 고치셔야 하리다. 무슨 잘못한 일도 없는 사람을 왜 이 자식 저 자식 하시오? 당신이 영광서 오셨소, 순천서 오셨소?"
새삼스럽게 :
- 1. 마치 모르는 사실을 대하는 듯 느낌이 새롭다.
- 2. 공연히 지난 일을 들추어내는 듯한 느낌이 있다.
되우 : 아주 몹시
별안간 : 갑작스럽고 아주 짧은 동안.
우리는 갑작스럽고 아주 짧은 순간에 대해 ‘별안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가령 “별안간 일어난 일이라 영문을 모르겠다” 정도가 된다. ‘별안간’, 어디서 온 말일까. 언뜻보면 한자가 섞여 있는 것 같지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이중 맨뒷말 ‘간’ 자만 보면 한자식 표현으로 여겨진다. 한자중에 시간과 관계된 것으로 ‘사이 間’(간) 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앞말 ‘별안’에서는 시간적인 의미가 잘 읽혀지지 않고 있다. 순우리말중에 시간과 관계된 단어중에 별안이 없기 때문이다. 의외지만 오늘 문제를 풀려면 ‘순식간’, ‘찰나’ 등의 단어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순식간’은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에서 온 표현이다. 국어사전을 펴면 ‘눈 깜빡일 瞬’(순), ‘숨쉴 息’(식), ‘사이 間’ 자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순식간’은 ‘눈을 깜빡이고 잠깐 숨을 쉴 정도의 짧은 시간’이라는 뜻이다.‘찰나’도 불교식 한자이다. 사전을 펴면 ‘불교에서 지극히 짧은 시간을 일컫는 말로, 탄지(彈指)의 10분의 1 시간’이라는 설명구를 만날 수 있다. ‘彈’ 자는 흔히 ‘탄알 탄’ 자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튕기다’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指’ 자도 손가락이라는 훈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손톱의 뜻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찰나’는 ‘순톱을 튕기는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이 된다. 이것의 반대어는 익히 알고 있는 ‘劫’(겁)이다.‘별안간’도 위 순식간, 찰나 등과 같은 구조를 지닌 단어로, 한자에서 온 표현이다. 국어사전을 펴면 ‘언뜻 볼 瞥’(별), ‘눈 眼’(안), ‘사이 間’(간) 자를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 문제 ‘별안간’은 ‘눈으로 언뜻 쳐다 볼 정도의 짧은 시간’이라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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